[기자수첩] SPC 불매의 또다른 이유
[기자수첩] SPC 불매의 또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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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파리바게뜨 불매 5년, 이번 사고 때문이 아닌데요." 

최근 지인들과 모임에서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식사 후 커피집을 가기 위해 파리크리상의 제과 브랜드 파리바게뜨 매장을 지나갈 때였다. 화두는 자연스레 에스피씨(SPC)그룹 불매로 흘러갔고, 여러 시각의 말들이 오갔다. 대체로 '몇달 전 계열사 사고가 떠올라 차마 파리바게뜨를 못 가고 있다', '개인사업자 격인 애꿎은 가맹점주들만 피해를 본다'는 식이었다. 

그러던 중 누군가의 말에 무거운 탄성이 나왔다. 가맹점주들은 가맹본사와의 사이에선 을로 꼽히며 부당한 일을 겪는단 프레임(틀)이 씌워져 있지만, 막상 판매 현장에선 이들의 '갑질'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발길을 끊게 한단 얘기였다.

얘기를 꺼낸 이는 계속해서 폭로를 이어갔다. 그에 따르면, 자신과 가까웠던 한 파리바게뜨 제빵 기사는 점주의 근무 시간 외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호출을 비롯한 괴롭힘을 못 이기고 그만뒀고, 다른 지점에선 '너 내일부터 그만둬' 따위의 아르바이트생을 향한 폭언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런 호통은 소비자가 매장에 있을 때에도 계속됐다. 아르바이트생들이 이런 점을 고발하려고 할 땐 계산 실수나 휴식 시간을 트집 잡아 협박까지 했다. 그는 이런 일들을 보고 듣다 보니 더 이상 파리바게뜨를 찾고 싶지 않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 10월15일 SPC그룹 계열사에서 노동자 사고가 일어난 지 약 3달이 지났다. 그룹은 그사이 안전 경영에 바짝 고삐를 죄고 있다. 외부 기관 권고 90%를 반영했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안전을 강화하겠다고 외친다.

그러나 여전히 소비자들과 브랜드가 만나는 얼굴 격인 현장까지 두루 살피지 못하는 모습이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개장 시 점주들에 대한 직원 대우 교육이 이뤄지고 있기에 일부 점주 일탈에 대해선 책임질 의무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점포 직원·아르바이트생 보호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과 대책을 세우지 않고, 지속적인 관심을 두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있다. 

SPC그룹은 지난해 12월 말 사고와 관련해 거듭 사과하며 철저한 근로 환경 개선으로 좋은 일터를 만들겠다고 했다. 브랜드 제품을 만드는 공장만큼이나 첨단에 서서 그 제품을 파는 이들에게도 안전한 일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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