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각자도생 시대의 외교·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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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언론들의 보도경향은 국내의 권력 향방에 지나치게 올인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당장 코앞의 경제상황이 걱정스럽고 최근에는 안보 우려까지 더해지지만 그보다 근원적으로는 정부의 외교능력에 불안감이 크다.

지난 정부에서는 안보와 경제를 수평적 위치로 분리시킴으로써 시장을 넓히고 안보 역량을 높였으나 현 정부 들어서는 이념 지향적 안보논리를 경제외교의 상위에 둠으로써 한국 기업들의 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가뜩이나 세계 경제의 침체기에 한국 기업들의 입지를 더 좁히며 상대적 불이익을 증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여러 대의 북한 무인드론이 서울 상공까지 휘저었지만 그 시간 국방부도 대통령실도 긴장감이 매우 낮았던 것으로 알려지며 국민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물론 이후 정부 대응이 나오기는 했지만 이미 정부가 행동에 나섰을 때는 북한 드론들이 모두 돌아간 이후였다는 점과 그런 사실을 감추려했다는 정황들이 밝혀지고 또 정부 대응이라는 것이 대통령의 군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거나 호전적인 발언만 두드러짐으로써 대외적으로 코리안 리스크를 키웠다는 점이 염려를 낳았다.

현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친 기업적 정책지향을 내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서의 한국 기업 경쟁력에 발목을 잡는 실책이 거듭되고 있다. 마치 프라이팬 위의 전을 뒤집듯 전 정부의 모든 정책을 뒤집겠다는 것이 정책목표인양 행동하다보니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멀어져가는 결과를 초래하는 일이 늘어가고 있다.

정치에서도 그렇듯 외교에서도 명분은 매우 중요하다. 하다못해 침략자들에게도 이치에 맞고 말고를 떠나 명분을 앞세우는 선전포고나 사전 예고성 발언들이 선행되곤 한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중시하는 이유 역시 인류사회의 미래를 향한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라는 명분으로서 유용하기 때문이다. 이미 선진국 문턱을 넘어선 한국은 특히 이 국제적 규범·규준에 대한 요구를 더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외교뿐만 아니라 통상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간신히 국제적 수준에 가까워져 가던 노동시간을 다시 늘리겠다거나 노동자의 단결권, 파업권 등 당연히 보장돼야 할 권리를 억압한다거나 환경규제 기준을 낮춘다거나 하는 퇴행적 정책들은 기업들이 국제적 시장 거래에서 걸림돌로 작용될 위험성을 높인다. 국내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있는 것은 물론 한국에 대한 강대국들의 통상압력을 높일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가뜩이나 세계적인 경기침체는 교역환경을 악화시키는데다 낡은 정치 이데올로기를 앞세운 단선적 외교정책으로 수출시장을 축소시키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하나의 약점이라도 늘리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새로운 국제질서를 세우기 위한 패권국가 간 갈등 속에서 강소국이라는 다소 애매한 입지를 가진 국가들의 생존전략은 될 수 있으면 적을 줄이고 거래 상대를 늘려가는 것이어야 한다.

현 정부는 일단 안보를 강하게 주창하지만 가장 강력한 안보는 인간안보고 그 인간안보를 위한 핵심은 사회적 안전망과 그 안전망을 지탱할 경제다. 그 경제는 끊임없이 운동하는 살아있는 생명체이고 그만큼 정교한 컨트롤과 조심스러운 터치가 필요하다. 단순히 죄와 벌을 단죄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대상이 아니다.

세계 경제의 흐름은 기존의 경제이론들을 무력화시키는 새로운 현상들을 배태하고 있다. 대개의 경제 이론들은 지나간 현상의 분석에 치중되기 마련이고 그런 이론이 지금과 같은 격변시대에는 정합성이 매우 떨어진다.

특히 실물경제에 비해 과도하게 커진 금융이 경제적 생태계의 건강성을 위협하는 현실에서 낡은 이론의 틀에 얽매인 경제정책으로 일부 국가들은 수렁에 빠져들 수 있다. 현재 한국의 경제정책 사령탑 역시 그 일부 국가의 길을 걸을 위험성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은 개도국 시대부터 미국 일방주의의 추종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간신히 그 지평을 넓혀왔으나 현 정부 들어 그 영역을 스스로 버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미국의 세계전략에 대체로 지지를 보내왔던 유럽도 최근 들어 서서히 다극시대를 얘기하며 선택적 협력으로 태세를 바꿔가는 추세에 역행하는 정부의 행보는 위태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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