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뉴스] '신한 산증인' 조용병 회장, 외형·내실 다잡고 '용퇴'
[CEO&뉴스] '신한 산증인' 조용병 회장, 외형·내실 다잡고 '용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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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2일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그룹)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2일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그룹)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6년간 신한금융그룹을 이끌어온 조용병(65) 회장이 오는 3월을 끝으로 진옥동 내정자에게 바통을 물려준다. 지난 6년간 신한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며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모습을 갖췄다.

신한사태 등 조직이 흔들리는 아픔을 겪은 신한금융은 조 회장 체제를 지나며 보다 탄탄하고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게 됐다. 조 회장의 강한 리더십 아래에서 신한금융은 외형 성장과 내실 다지기에 모두 성공했다는 평가다.

1957년생인 조 회장은 은행원으로 시작해 신한은행장을 거쳐 신한금융 회장까지 오른 정통 '신한맨'이다. 신한의 성장을 지근거리에 지켜본 '산증인'으로, 2017년 3월부터 6년간 그룹을 이끌어왔다.

조 회장 체제에서 그룹은 괄목할 만한 실적 개선을 이뤘다. 신한금융의 총자산과 당기순이익은 2016년 말 490조1000억원, 2조7748억원에서 2021년 말 648조2000억원, 4조193억원으로 각각 1.3배, 1.4배 성장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의 성과를 보면 총자산이 696조3000억원, 당기순이익이 4조3154억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신한금융의 실적이 고공행진한 배경으로는 우량 비은행 계열사 M&A를 통한 외형 확대가 꼽힌다. 조 회장이 그룹의 방향키를 잡은 후 인수한 비은행 계열사는 아시아신탁,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BNPP카디프손해보험 등이다.

2017년 지주 100% 출자로 부동산자산 전문업체 신한리츠운용을 출범했으며 2021년엔 신한BNPP자산운용 잔여지분을 모두 인수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모두 그룹에서 보유하고 있지 않거나 M&A를 통해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춰, 수익구조를 고르게 재정비했다.

통상 은행업은 금리가 오르면 수익이 좋아지는 반면 비은행업은 수익이 악화되는 반대의 성격을 지닌다. 반대로 금리 인하는 비은행업에 호재가 된다. 금리 변동주기에 따라 업권별로 수익성이 달라지는 탓에 은행업과 비은행업 간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 구성이 금융그룹엔 필수적이다.

신한금융을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조 회장으로선 은행에 편중된 자산을 비은행으로 분산시킬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을 것이란 후문이다. 신한금융의 전체 순이익에서 비은행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31.4%, 2019년 34%, 2020년 41.3%, 2021년 42.1%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외형 성장뿐 아니라 그룹 각 계열사들의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원신한(One Shinhan)' 전략으로 내실 다지기에도 성공했다. '전 계열사가 하나처럼 움직인다'는 의미의 원신한 전략은 계열사 간 협업 강화를 통해 시너지를 확대하고, 그룹의 조화로운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글로벌 IB 사업 확대, 은행-증권 복합점포,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이 원신한 전략의 성과로 꼽힌다.

미래 생존과 직결된 글로벌·디지털 경쟁력 확대에도 공을 들였다. 특히, 글로벌과 관련해 조 회장은 지난 2일 열린 '2023년 신한경영포럼'에서 이익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는 내용의 '2030 1·3·5!'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의 글로벌 경쟁력은 국내 금융그룹들 가운데서 가장 선도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지주 출범 당시 3개국 6개였던 글로벌 네트워크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20개국 247개로 대폭 확대됐다.

조 회장은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디지털 성과 공유 행사'를 개최할 정도로 디지털 경쟁력을 강조해왔다. 금융과 비금융을 넘나드는 '유니버설 애플리케이션(앱)'을 중심으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가상자산 등 다양한 신기술을 금융에 접목시키는 작업을 추진해왔다.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냈지만 재임기간 중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손실사태는 조 회장 본인에게 무거운 짐으로 남았다. 남다른 성과와 추진력으로 애초 3년 더 그룹을 이끌 인물로 평가됐지만 조 회장은 사모펀드 손실사태 책임을 언급하며 용퇴를 결정했다. 조 회장의 용퇴로 신한금융은 안정적인 세대교체를 이룰 수 있었다.

조 회장은 차기 회장으로 선임된 진 내정자에게 '세대교체'와 '혁신'을 주문했다. 지난 6년의 재임기간 동안 그룹을 리딩뱅크로 이끈 배경에 '혁신'이 있었다는 것을 조 회장은 몸소 느꼈을 것이다.

신년사에서 언급한 '변즉생 정즉사(변화하고자 하면 살고, 안주하고자 하면 죽는다)'가 신한금융의 백년대계를 이끌 핵심 가치가 돼야 한다는 게 조 회장의 생각이다. 조 회장이 다져놓은 신한금융의 혁신 DNA 발판이 새 수장 체제에서 어떻게 발현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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