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이자장사' 은행에 칼 빼들었다···'의무 보고' 법안 발의
정치권, '이자장사' 은행에 칼 빼들었다···'의무 보고' 법안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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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대금리차·수익 공개' 법안 등···위반 시 과태료 부과
"당국의 시장 개입 바람직 않지만 '정책적 조정' 필요"
은행들, 잇따라 금리 인하···속내는 "관치·부작용 초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최근 예금 금리가 떨어지는데도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권의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대출금리를 낮출 것을 지속 요구한 데 이어 정치권에선 시중은행들이 예대금리 수익을 분기마다 당국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까지 발의했다.

이에 은행들은 '이자장사'라는 비판에 대해 예대금리 조정 시차에 따른 '단기적 현상'일뿐이라고 해명하는 다른 한편,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은행들은 그러면서도 금리 결정권을 존중하지 않을 경우 관치금융에 따른 부작용, 즉 은행의 영업 위축과 소비자들의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며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예대금리차·수익 공시' 법안 발의···감독의 법적 근거 마련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지난 11일 은행의 예대금리차와 이로 인한 수익을 공시, 보고하는 내용이 담긴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구체적으로 개정안은 은행이 예대금리차를 연 2회 이상 공시토록 하고, 예대금리차와 그에 따른 수익을 분기마다 금융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이미 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예대금리차를 은행연합회 홈페이지를 통해 매월 비교 공시하고 있으나, 당국이 더 면밀히 감독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면 은행들이 관련 공시 의무를 위반할 경우 은행법에 따라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 수 있다. 공시 의무가 더욱 엄격하게 적용된다는 얘기다.  

더욱이 예대금리차로 인한 수익을 당국에 보고할 경우엔 예대마진이 큰 은행에 대해 당국이 금리산정체계가 합리적인지에 대해 들여다볼 여지가 생기게 된다. 보고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은행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법안 발의 취지도 여기에 있다.

정 부의장 측은 개정안 발의 배경에 대해 "예대금리차와 예대마진을 당국에 보고하게 되면 마진이 커서 수익이 늘어날 경우 당국이 합리성 자체를 모니터링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법적 근거를 마련해 보고를 의무화한다는 것이 정책 개입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차이가 4%포인트(p) 이상 벌어져 국민과 기업의 대출부담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당국의 과도한 시장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현황을 제대로 확인해 정책적 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커지는 예대금리차···"합리적인 예대 이율 설정해야"

최근 당국과 정치권에선 은행들의 이자장사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이자장사 비판의 핵심은 은행들이 금리 인상기 속 예대금리차를 통해 이익을 얻고 있다는 부분이다. 이익 추구 과정에서 대출금리가 빠르게 상승한 반면, 수신금리는 되레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금융소비자들의 불만과 비슷한 맥락이다. 

실제 주요 은행의 대출금리는 상단이 연 8%를 넘겼지만, 지난해 연 5%대를 넘어섰던 예금금리는 역주행 중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이날 기준 연 3.88~4.10%로, 지난해 11월 이후 두 달여 만에 3%대까지 밀렸다. 은행채 금리가 떨어진 데다 당국이 수신경쟁 자제를 주문한 영향이다.

서울의 한 은행 영업점에서 고객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은행 영업점에서 고객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달리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상승했다. 코픽스 기준 KB·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이날 기준 연 연 5.35∼8.11%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과 비교해 금리 상단과 하단 모두 올랐다.

상황이 이렇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은행권의 예대금리차를 언급, "시중은행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현실 하에서 서민들이 예대 이율 차이로 고통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합리적인 예대 이율을 설정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당국에는 "예대 이율 차이가 커지는 과정에서 위법 부당한 일은 없는지 철저히 감독해 주기를 바란다"고도 주문했다. 당국은 물론이고 정치권이 대출금리 인하를 연일 압박하는 모양새다.

◇은행권, 잇따라 금리 인하···"금리 간섭, 시장 자율 망친다"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 인하를 적극 검토하면서도 의도적으로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금리의 차이)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며 항변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오는 20일부터 변동금리 주담대 금리를 0.80%p 내린다. 이번 인하로 농협은행의 변동금리 주담대 금리는 연 5.12∼6.22%로 변경, 상단이 연 6%대 초반으로 떨어지게 된다.

'우리 아파트론' 주담대 상품 변동금리 상단을 8%대까지 높인 우리은행은 오는 13일부터 우대금리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금리를 낮추기로 했다. 주담대, 전세대출 등의 우대금리를 상향하고 본부조정금리를 높인 것.

은행연합회는 전날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벌어진 예대금리차는)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예금과 대출의 만기 구조 차이에 따라 빚어진 단기적 현상"이라며 "지난해 12월 초 이후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예금금리 하락분은 올해 1월 중순 발표 예정인 코픽스부터 반영돼 주담대 금리 변화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은행권은 당국과 정치권의 압박이 시장 자율성을 해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영 자율성 훼손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금리 관련 메시지를 내는 것은 관치 금융, 나아가 소비자 불편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낮아지고 있는 예금금리는 은행채 발행이 풀리기도 했지만 당국에서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라고 제동을 건 영향도 있다"면서 "조달비용 등을 감안해 산정하는 금리 부분에서 당국이 자꾸 메시지를 내게 되면 역효과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들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법 개정안을 통해 예대금리차를 당국이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면, 예대금리차로 수익이 커진 은행들에 제재가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면서 "취약차주 지원 등과는 별도로 은행은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인데, 당국 개입으로 영업 자체가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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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무 2023-01-13 07:42:36
은행놈들은 국가 말 잘 들어야지, 언제부터 니들이 자율을 좋아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