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4차 산업혁명시대의 가치관
[홍승희 칼럼] 4차 산업혁명시대의 가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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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이라 일컬어지는 변화는 산업생태계의 변화, 사회시스템의 변화와 더불어 새로운 사회 주류의 대두로 인한 계급적 변화를 초래한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워온 대표적으로 산업혁명은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양되며 봉건지주층이 몰락하고 상업자본이 기술적 진보를 견인하며 새로운 시민계급을 부상시켰다. 그런 변화의 과정에서 도시화로 인한 가치관의 변화 또한 동반됐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사회적 관계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환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변화가 진행되어가는 과정에서 가장 강력한 주도세력으로 플랫폼 생태계를 창조하고 장악하는 기업들과 동반기업들이 미래의 새로운 주류계급으로 주목되고 있다.

이 플랫폼 생태계의 특징을 보면 산업혁명 이후 소멸되어가던 농업사회의 가치를 상당부분 부활시키고 있다. 기술개발과 기계화로 경쟁력을 확보했던 종전의 산업혁명은 농촌 인구의 대규모 도시유입을 통해 이루어졌고 도시화는 필연적으로 인간관계의 파편화, 과도한 경쟁 촉진 등을 야기했다.

이에 비해 현재 진행 중인 디지털혁명은 기계화, 산업화 과정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되던 협력과 공생의 가치가 보다 주목받고 있다. 그간 디지털시대를 열었고 새로운 플랫폼을 선보이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많은 기업들이 명멸했지만 그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장수하며 초기부터 현재까지 살아남은 기업들의 특징은 스스로 자기완성형 플랫폼을 지향하는 대신 개방형 플랫폼을 추구하며 다양한 재능들과 공존하는 새로운 협력모델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흔히 애플이 꼽히지만 최근 미래지향적 미디어생태계로 대두된 유투브 또한 단지 매력적인 장을 펼치고 개성 있는 컨텐츠를 가진 누구나 동참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외형적으로는 이익을 나누고 있지만 실상 더 많은 부를 집중시키는 효과를 얻고 있다.

이는 단지 이익의 창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검찰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경제공동체'라는 개념에 더 부합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생성시킴으로써 기업의 영향력을 확장시키고 수명을 늘려나가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또한 다수의 컨텐츠 생산자들이 동참함으로써 사업모델의 확장과 더불어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발생하는 독자적 생태계가 형성되는 게 보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이 대목에서 한국의 대기업들이 결여된 점이 드러난다.

한국의 대기업들도 외주업체 협력업체를 다수 두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여러 부문에서 여전히 그렇듯 수직적 사회의 가치관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수직계열화라는 말은 경영효율성의 방편으로 애호되지만 수평적 협력이라는 개념은 외면당하고 있다.

하청, 재하청 등으로 인한 폐해는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사회인식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기도 하다. 수익을 분배하는 대신 온전한 수익보전을 위해 하청기업을 쥐어짜고 그로 인해 하청기업 노동자들의 인건비까지 착취한다는 평가에 합당한 답을 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글의 제목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최근 '일본에서는 애플이 나올 수 없는 이유'라는 분석적 표현을 본 적이 있다. 한국 기업들의 경영방식이 일본을 많이 답습한 만큼 일본기업들 역시 수평적 협력과 개방적 공생보다는 수직적 구조에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마저도 일본의 기업계열화는 한국에 비해 덜 착취적인 구조라고 알려져 있다.

단기간에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듯 급성장에 중독된 한국경제와 동일한 증상이 한국 대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공존과 공생은 단지 구호일 뿐이고 협력이라는 미명 아래 수직적 착취구조를 더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만 발전해왔다.

굴뚝산업 시대에는 이런 기업생태계가 인권, 노동 측면에서 사회적 비난은 받을지언정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빠른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미 세계적 기업으로 규모가 커진 대기업들이 미래먹거리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어도 지금의 가치관으로는 성공적인 미래시대의 산업철로에 안정적으로 진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평가들이 나온다.

한국에서도 물론 전통적 산업부문과 달리 디지털기업들은 일부 창작자들과의 수익배분시스템 등에서는 진일보하고 있지만 여전히 경영외적인 영향력에 더 신경을 쓰며 기업 안팎으로는 낡은 기업의 악습들을 답습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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