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자산가격 예측과 AI 시대의 로보어드바이저
[전문가 기고] 자산가격 예측과 AI 시대의 로보어드바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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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근 파운트 최고혁신책임자(CINO)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는 로봇(robot)과 자문가(advisor)의 합성어다. 컴퓨터 알고리듬이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모바일 기기나 PC를 통해 고객의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를 수행하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일컫는다. 프라이빗 뱅커(PB)와 상담하지 않고 컴퓨터 프로그램이 온라인 환경에서 자산 배분 전략을 짜주고 이를 위한 매매와 집행을 해주기 때문에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수수료가 저렴하며, 낮은 투자금 하한선을 설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로보어드바이이저 산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시작해 이제는 세계 각국으로 확산돼 발전하고 있다. 은행, 증권사 등의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고객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의 대중화를 위해 로보어드바이저를 적극 도입하고 있어 앞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AI 엔진 '알파고'가 이세돌 9단 및 커제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각각 완승을 거둔 후, 자연스럽게 로보어드바이저 업계에도 AI 알고리듬이 인간 포트폴리오 매니저보다 우수한 성과를 거두기를 바라는 기대가 완연하다. 딥마인드가 알파고 이후 '알파고 제로', '알파제로', '뮤제로' 등 더욱 고차원의 바둑 AI 엔진을 개발하면서 알파고는 이미 과거의 유물이 됐다. 이제 딥마인드의 최신 AI 엔진은 더 이상 바둑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대신 일상과 산업 전반에서 인간 이상의 결과를 내는 AI 엔진을 표방한다. 예컨대, 단백질 구조 예측 AI 엔진인 '알파폴드'는 지난 50년간 생물학계에서 풀지 못한 '단백질 접힘 문제'를 풀어내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딥마인드의 최종 목표는 복잡하고 창의적인 사고의 영역에서도 인간에 준하는 혹은 인간을 능가하는 능력을 지닌 '초거대 AI'다. 당장 현실에서 AI가 쓰일 수 있는 분야로 '자율주행', '로보틱스', '헬스케어', '인터넷플랫폼', '소프트웨어개발' 등이 거론된다. 

딥마인드의 AI 엔진이 다방면에서 놀라운 발전을 거듭해 가고 있는 반면, 금융과 투자 기술의 영역에서는 AI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었다는 소식이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왜 그럴까?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자산 관리는 크게 네 단계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첫번째, 자산별 수익률과 변동성의 예측 및 자산간 수익률의 상관 계수 추정 △두번째, 각 고객의 투자 목적 혹은 위험 감내도와 시간에 대한 선호를 고려한 최적 투자 포트폴리오 도출 △세번째, 거래비용을 감안해 두번째에서 계산한 최적 투자포트폴리오로 리밸런싱할지 여부 결정 △네번째, 리밸런싱이 결정된 경우, 매도 및 매수 주문의 집행과 체결이다.

위 네 단계에 이르는 과정은 각 상품과 이를 위한 로보어드바이저 엔진이 정해 놓은 계산 주기에 따라 반복되게 된다. 특히 세번째 단계를 위와 같이 정하면 '수시 리밸런싱' 상품이 되고 거래비용과 무관하게 계산 주기마다 매번 리밸런싱이 일어나게 정하면 '정기 리밸런싱' 상품이 된다.

해당 과정에 이르기 위해 각 단계에 맞는 AI의 활용이 각각 가능하다. 특히 첫번째의 과정은 많은 사람들이 투자 성과의 지표로 삼는 포트폴리오 투자 수익률의 결정적 요소가 된다. 두번째와 세번째 과정은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자산의 개수가 많아질수록, 투자의 목적과 제약들을 정교하게 반영할수록 최적화 계산이 복잡하게 된다. 최신의 딥러닝 기반 최적화 기법을 활용해 과거에 전통적인 수치적 계산으로는 목표한 시간 안에 계산이 불가능했던 문제들을 풀 수 있다. 네번째의 과정은 다소 수동적 작업인 자동화 오퍼레이션의 과정으로 인간보다 기계가 훨씬 더 빠르고 정교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으며, 이 과정에서 머신러닝, 딥러닝 등의 활용은 성능을 보다 끌어올릴 수 있다.

이 과정은 AI 기술의 진보와 함께 빠르게 발전해 오고 있지만, 첫번째 단계에 대한 AI 기술의 발전은 지지부진하다. 결국 인간을 뛰어넘는 압도적이고 인상적인 AI 기반 로보어드바이저의 투자 성과를 위해서는 위의 첫번째 단계 즉, 자산 수익률 예측이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다. 자산의 가격과 수익률은 여러 시장 환경뿐만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의 집합적인 심리와 투자 행위에 따라 결정되므로 이를 예측하는 것은 무척 복잡하고 힘든 일이다. AI 예측 엔진이 인간 최고 애널리스트를 압도적으로 이기는 것이 원하는 결과라고 친다면 바둑과 달리 투자의 경우 최고 애널리스트의 예측도 많은 경우 틀리고, 또한 최고 애널리스트도 늘 바뀔 정도로 가격 예측의 문제는 인간이 아직 그 방법에 대해 해답을 가지고 있지 않은 분야다.

딥마인드의 경쟁사이자 AI 기술 발전의 쌍두마차 중 하나인 오픈 AI가 2022년 이미지 생성 AI 'DALL-E'를 내놓은 데에 이어 최근에는 챗봇 AI 엔진 'ChatGPT'를 발표해 그 열풍이 대단하다. ChatGPT는 채팅하듯 사용자가 대화창에 질문을 텍스트로 입력하면 그에 맞춰 답을 제공해 주는데 이전까지 나온 챗봇의 수준을 뛰어넘었다. 학술 보고서나 에세이, 소설, 보고서 등을 단숨에 써내고, 복잡한 질문에 바로 답을 제시할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코드도 짜준다. 심지어는 인간이 제안한 듯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제시한다. 그러나 딥마인드의 AI 엔진들과 DALL-E 및 ChatGPT가 놀라운 성과를 보인 영역의 공통점은 인간이 답을 이미 알고 있거나 혹은 답 자체를 몰라도 답을 찾는 방법을 알고 있는 분야라는 것이다. 이 점이 자산 가격 예측에 도전하는 AI 엔진이 풀고자 하는 문제와 근본적인 차이이다.

인간이 답을 알지도, 심지어 답을 찾는 과정도 알지 못한다면 자산가격 예측의 문제는 AI를 통해 풀지 말고 로보어드바이저 기술 발전은 위의 네 가지 단계에만 집중해야 할까?

자산 가격 예측은 포트폴리오 작성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과정이다. 인간이 자산 가격 예측 방법론에 대한 지식을 확장해 가는 진도에 맞춰 예측 AI 엔진도 이를 반영해 발전해 가야 할 것이다. 사이비가 아닌 과학적 예측 전문가들은 적어도 확실히 틀린 방법에 대해서는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무작정 현재 가용한 모든 데이터를 포함해 돌려서 미래 자산 가격을 예측하는 데이터 마이닝의 방법은 경제와 시장의 빈번한 구조적 변화 앞에 옳지 않은 예측치를 내놓으리라는 지식 등이다. 예측 AI 엔진은 이러한 지식과 경제학과 금융 분야의 학술적 연구에서 알려진 잘못된 방법론, 그리고 유망한 방법론에 대한 지식을 최대한 반영해 발전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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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트 2023-01-30 00:00:45
ㅎㅎㅎ 그래서 파운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