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멈추고 유찰까지···공사비 갈등에 재건축 사업 '삐걱'
현장 멈추고 유찰까지···공사비 갈등에 재건축 사업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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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 센트레빌프리제 공사 중단···서울 사업장 시공사 선정도 유찰
'제2 둔촌주공' 우려 확산···"경기 침체에 향후 갈등 더욱 심화할 것"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공사 현장 사진. (사진=)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사진. (사진=래미안 원베일리 홈페이지)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자잿값 인상과 물가 상승 여파가 서울 재건축 공사현장에도 확산되고 있다. 철근과 시멘트 등 주요 건설자재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시공사와 재건축 조합 간 갈등이 곳곳에서 터지는 실정이다. 주택경기 침체 분위기가 이어지는 만큼 당분간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동부건설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신성빌라 주택 재건축조합(방배 센트레빌 프리제, 90가구)과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을 겪다가 공사를 중단했다. 이 건설현장은 2021년 12월 착공해 올해 10월 입주가 예정됐지만 현재 공사 진행률 40% 수준에서 공사가 멈춰섰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큰 틀에서는 조합에서도 동의를 했고 구체적인 증액 규모나 설계변경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상 중"이라며 "조만간 공사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2999가구)도 공사 중단 위기에 놓였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특화 설계에 따른 공사비 1560억원 증액을 조합에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 조합 명의 통장의 사업비 인출을 막았으며 공기 2개월 연장 요청 공문을 보낸 상태다. 

이 밖에 서초구 '신반포메이플자이'(신반포4지구 재건축) 시공사인 GS건설은 4700억원 규모 증액을 요구해 조합과 3개월째 협상 중이다. GS건설·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시공하는 마포구 '마포자이힐스테이트'(공덕1구역 재개발) 역시 공사비 갈등으로 지난해 6월부터 반년 넘게 첫 삽도 뜨지 못한 상태다.

낮은 공사비로 시공사 선정부터 애를 먹는 사업장도 있다. 영등포구 소재 남성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해부터 4차례 시공사 입찰 공고를 냈으나 번번이 유찰됐다. 동대문구 청량리6구역 재개발조합은 2차례 시공사 선정에 실패했고 인접한 8구역 재개발조합 역시 시공사를 찾지 못했다.

통상 공사비 증액 범위는 소비자물가지수나 건설공사비지수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11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재료, 노무, 장비 등)는 148.7로 같은 해 2월 142.4 대비 6.3포인트(p)나 올랐다. 2년 전과 비교해서는 24% 상승했다. 실제 건설공사에 들어가는 기초 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사업시행계획인가 전에 시공사를 선정했고, 공사비 증액 비율이 10%를 넘으면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요청할 수 있다. 공사비 증액 조정안이 나오면 조합은 총회를 열어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비대위 출현 등으로 입장이 갈리기도 한다. 이처럼 공사비 증액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선 늘 고질적인 문제였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계약서상 물가나 정책변화 반영 등 조항이 있지만 업황 변화에 따른 현실적인 수준의 공사비 증액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공사비 검증 과정에서도 설계변경 등에 따라 변동된 부분들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시공사와 조합 간 적정한 책임 분배와 이익 확보가 가능하도록 표준계약서, 공사비 검증, 인허가 절차 등 일부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추가비용에 대한 책임이 조합원이나 시공사뿐 아니라 예비분양자나 입주예정자까지 떠안는 '폭탄돌리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시공사들은 늘어난 추가 공사비용을 보전받지 못하고 공사를 진행할 경우 적자공사를 피할 수 없게 되고 이를 조합원에 전가할 경우 조합원 분담금 상승이 불가피해진다. 결국 분양가에 이 비용이 반영되거나 공사 중단으로 인한 '제 2의 둔촌주공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둔촌주공은 조합과 시공단과의 공사비 갈등으로 분양 일정이 지연되면서 사업비는 2020년 6월 3조2000억원에서 4조3400억원 수준으로 늘었고 이에 따른 조합원 1인당 분담금은 평균 1억2000만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일반분양가 역시 900만원 이상(2020년 3.3㎡당 2900만원 →2022년 3.3㎡당 3829만원) 상승하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물가·자잿값 상승 등에 따라 원가율 자체가 많이 올랐고 금리 인상, 시장 불황 등이 지속되면서 부동산 경기가 예측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며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경기 하방 요인으로 시공사가 공사를 멈추거나 시공을 꺼려하는 상황까지 이어지면서 공사비 갈등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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