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주총 문턱 넘을까···KB노조, 사외이사 6번째 추천
이번엔 주총 문턱 넘을까···KB노조, 사외이사 6번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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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부코핀은행 수천억 손실···글로벌 전략 '빨간불'
글로벌·리스크 전문가 전 수은인니금융 대표 추천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낙하산 방지를 위한 정관개정 및 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김현경 기자)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낙하산 방지를 위한 정관개정 및 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김현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KB금융 노동조합이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 나선다. 사실상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추진으로, 이번이 6번째 도전이다. KB금융 노조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이 번번이 주주총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만큼 주주 설득이 관건일 것으로 관측된다.

노조는 KB금융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글로벌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함으로써 주주 설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날 노조는 임경종 전 수출입은행 인니금융 대표이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낙하산 방지를 위한 정관개정 및 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류제강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오는 3월 열리는 KB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를 맞아 임경종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금융은 7명의 사외이사 중 선우석호·최명희·정구환·김경호·권선주·오규택 등 6명의 임기가 오는 3월 종료된다. 이 중 선우석호·최명희·정구환 사외이사가 임기규정 5년을 모두 채워 연임이 불가능한 만큼 3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해야 한다. 이에 맞춰 노조가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한 것이다.

노조는 사외이사 후보로 임 전 대표를 추천하면서 "수출입은행에서 33년간 근무하면서 해외사업, 리스크관리 부문에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쌓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임 전 대표는 수은인니금융 대표이사로 재직한 이력으로 인도네시아 현지 업무에도 밝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입은행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에서만 6년간 근무했다.

노조가 임 전 대표를 추천한 배경에는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의 대규모 손실이 있다. 노조 주장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자회사 KB부코핀은행은 지난해 한 해 동안 6000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은행이 인수한 KB부코핀은행은 지난 2020년 순손실 434억원, 2021년 순손실 2725억원 등으로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KB부코핀은행에 대한 793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하는 등 해외사업 부문 정상화에 힘쓰고 있다.

다만, KB금융 관계자는 "KB부코핀은행의 경우 배드뱅크를 인수해서 굿뱅크로 전환하는 전략을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실패한 해외투자로 볼 수 없다"며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자본 투입을 통한 우량은행 전환 및 디지털 경쟁력 강화와 영업력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KB부코핀은행의 부실화는 이사회 내 글로벌 전문가가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류 위원장은 "지난해에도 이런 상황들을 예견해서 해외사업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경영진들은 해외사업에 전혀 문제없다고 큰소리만 쳤다"며 "KB금융의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려면 KB부코핀은행의 리스크 관리와 영업정상화가 가장 시급하고,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 현지 전문가의 이사회 진입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임 후보의 최종 선임을 위해선 주주 설득에 성공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KB금융 노조는 지난 2017년부터 주주제안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시도했으나 주총 문턱을 넘지 못했다.

주주제안 이사 후보 추천은 노조가 아닌 주주로서의 권리 행사라는 게 노조 측 설명이지만 결국 노조가 주도한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노조추천이사제란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노조추천이사제에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는 해외 주주들을 설득하지 못했던 것이다. KB금융의 해외 주주 비중은 70%가 넘는다. 실제 해외 주주들에 대한 영향력이 큰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도 KB금융의 노조추천이사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져왔다.

류 위원장은 "국민연금이나 기관투자자들의 지분도 중요하지만 KB금융 주식의 70%가 외국인으로 구성돼 있다"며 "해외 주주들은 해외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을 많이 따르기 때문에 해외 주주들, 또 해외 의결권 자문사들을 설득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KB금융 측은 "사외이사들은 국내외 금융기관에서 CEO 및 직원으로 근무하며 국제경제, 금융분야에서 오랜 기간 명망 있는 전문가로 활동하는 등 경력과 전문성이 충분하다"며 "이러한 해외금융기관 관련 투자경험 및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당사의 해외투자 및 글로벌 M&A 등에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조언을 해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노조는 사외이사 제안과 함께 '낙하산 인사 방지'를 위한 정관개정 추진 계획도 밝혔다. KB금융 회장 선출 시 최근 5년 내 행정부 등에서 상시 종사한 기간이 1년 이상인 자는 3년간 대표이사 선임을 금지해 관치금융과 낙하산을 방지하자는 게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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