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외환전망②] 되살아난 中위안화, 상승세 이어가나
[2023년 외환전망②] 되살아난 中위안화, 상승세 이어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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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세 전략, 부메랑돼···코로나에 위안화 가치↓
7.3→6.75위안 '비상'···경기 회복 기대감 고조
올해 6.3위안 가능성 제기···韓 영향 제한적
중국 인민폐 (사진=픽사베이)
중국 인민폐 (사진=픽사베이)

지난 한해 외환시장은 지각변동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세계 각국은 고물가를 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그 결과 세계 각국은 통화를 둘러싼 '역(逆)환율전쟁'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승자인 달러의 가치는 폭등한 반면 세계 각국의 통화가치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런 현상은 올해 들어 전환점을 맞았다. 고공행진을 펼치던 물가의 기세가 꺾이며 세계의 이목은 긴축 속도에서 경기로 쏠리고 있다. 특히 역환율전쟁의 불확실성으로 그 어느 때보다 변수가 많은 상황이다. 이에 각국 외환시장을 전망해보며 올 한해를 가늠해본다. / 편집자 주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코로나에 무너졌던 중국 위안화가 부활했다. 3년간 중국을 억눌렀던 '제로코로나'가 사라지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된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25일 달러당 7.3위안까지 폭락했던 위안화는, 최근 6.756위안선까지 절상했다. 아직 상승여력이 남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다만 최근 위안화 강세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 역시 여전하다. 경기회복 기대감이 과대 반영됐다는 평가에서부터, 근시일내 하락할 것이란 전망까지 부정적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위안화에 대한 원화의 동조화(커플링) 현상이 강하기 때문에, 올해 역시 위안화 행보를 눈여겨 볼 수 밖에 없다.

◆22개월 만의 '포치(破七)'···위안화, 경기와 동반추락

지난해 9월 16일 역내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돌파, 장중 7.0628위안까지 치솟았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인 2020년 7월 이후 22개월만에 7위안을 돌파한 것이다.

통상 달러당 7위안은 중국 외환시장에 심리적 지지선으로 작용한다. 달러·위안 환율은 중국 정부가 고정환율제를 택한 2008년 이후 꾸준히 7위안을 하회했다.

그러나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된 2019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7위안을 돌파했다. 이는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정부가 고의로 위안화 가치 하락을 통해 중국 수출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됐다.

이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위안화 가치는 6.2위안대까지 올랐지만, 지난해 9월 다시 7위안대로 주저 앉았다. 지난해 제로코로나로 대변되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방역정책으로 중국 경기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주요국들이 통화긴축을 밟으며 통화가치를 끌어올린 반면, 중국은 봉쇄령 등의 후유증을 수습하고자 통화완화를 실시했다. 이 같은 경기침체 우려와 대내외 통화정책의 괴리는 위안화 약세 흐름을 더욱 강화했다.

문제는 위안화 약세가 가져올 파장이 간단치 않았다는 점이다. 일반적 상황에서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수요측 압력이 확대된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곡물·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 상황에서 통화 약세는 오히려 수입물가를 높이는 등 인플레이션을 촉발시키는 촉매제가 된다.

특히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3%로, 목표치(5.5%)를 크게 밑돌았다. 해당 성장률은 코로나 팬데믹 직격탄을 맞은 2020년(2.2%)을 제외하면, 문화대혁명의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1976년(-1.6%) 이후 46년 만에 최저치다. 이 같은 경기침체 우려는 미·중 금리차와 함께 중국내 외국인 자본이탈 우려를 부각시켰다.

◆리오프닝 기대감에 반등

좀처럼 잡히지 않은 코로나 확산세 역시 중국 경제엔 큰 부담이 됐다. 지난해 11월 중국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일일평균 1만명을 기록한데 이어 같은달 26일 기준 3만명을 돌파하는 등 기록적 확산세를 보인다. 결국 중국 정부는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대규모 봉쇄령을 재시행했고, 경기침체 우려는 더욱 커졌다.

최근 1년새 달러·위안 환율 추이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최근 1년새 달러·위안 환율 추이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당시 위안화는 달러당 7.3위안을 돌파하는 기록적 약세를 보인다. 이는 2007년 이후 최저 가치로, 코로나 확산 초기였던 2020년에도 위안화 절하가 달러당 7.2위안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방역완화를 본격화하면서 상황은 반전했다. 11월 당시 강도 높은 봉쇄령에도 확진자와 사망자가 늘어나자, 제로코로나 정책에 반발한 반정부 시위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12월을 기점으로 공공장소 및 대중교통 이용시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증명 확인을 중단하는 등 방역 완화에 들어갔다. 특히 올해 들어 감염자 격리조치를 전면 해제하는 등 중국 역시 사실상 위드코로나에 진입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강력한 경기부양의지를 피력하면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기대감이 커졌다. 그 결과 중국 시장에 외국인 자금이 몰리기 시작했고, 위안화 가치도 12월을 기점으로 오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달러당 7.3위안선까지 절하됐던 위안화는, 이달 30일 역외시장에서 6.675위안선까지 절상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초기인 지난 2020년 9월 당시와 비슷한 수준의 환율이다. 2020년 1분기 중국의 GDP 성장률은 -6.8%를 기록했지만, 선제적으로 업무 복귀와 생산 재개를 추진한 결과 2분기 3.2%, 3분기 4.9%, 4분기 6.5%의 플러스 성장세를 회복한 바 있다.

◆올해 위안화는?···"강세 속 등락할 것"

올해 위안화의 흐름은 어떨까? 다수의 전문가들은 강세를 전망하면서도 4분까지 변동폭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달러·위안 환율의 하단을 상반기 6.5위안, 하반기 6.4위안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올해 중국 경제가 얼만큼 성장할지 미지수지만,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이 유입되고 있다"며 "방향성이 중요하다. 단기적으로 예상하긴 어렵지만, 시계열을 넓히면 올해 위안화가 강세를 이어갈 것은 명백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질적 리오프닝 기대감이 반영되는 1분기 말부터 달러·위안환율이 6.3위안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 이는 경기 회복 기대감이 고조됐던 2021년말 수준까지 되돌려진 것에 가깝다"며 "이는 기대감이 선반영된 결과다. 위안화 가치는 추세적 하락세가 나올 4분기까지 계속 등락하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달러당 6위안 중반대 레벨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통상 환율은 경기 전망 등을 선반영한다. 리오프닝 기대감 등으로 위안화 가치는 코로나 재확산 이전인 지난해 8월 시점까지 되돌려졌다"며 "여기에 달러 강세를 견인한 요소들이 종료되는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가 급격히 오를 요소는 마땅치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중국 위안화는 코로나 봉쇄와 이로 인한 부정적 경제 영향, 이완적인 통화정책의 시행 등 불확실성이 반영된 결과 매우 극단적 움직임을 보였다"며 "올해 위안화 움직임 역시 해당 흐름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봉쇄정책 완화와 부동산 규제의 해제, 정부지출 증가로 중국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유력하다"며 "이를 감안하면 위안화 실질실효환율은 지난해 초와 같이 표준편차밴드 상단에 도달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위안화 강세, 韓 영향 '제한적'

통상 위안화가 절상하면 중국과 경쟁하는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이 향상된다. 또한 위안·원 동조 현상에 따라 원화가치가 올라가면 국내 수입물가가 낮아지는 이점이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올해 위안화 절상 흐름이 국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대표적으로 환율과 무역수지 등 실물지표와의 간극 때문이다.

위안화 환율이 올해 등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는 중국의 경기회복 가능성을 선반영했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중국 경기가 일정 부분 개선됐을 때, 그에 걸맞게 위안화 가치가 오르기 어렵다는 걸 의미다. 오히려 기대만큼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위안화 가치가 그 이상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 뜻한다.

일례로 현재 위안화 레벨(달러당 6.75위안)은 짧게는 2020년 9월, 코로나 전으로는 2019년 4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경기상황이 당시와 비교할 만큼 성장세를 보이고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중국 베이징 거리 (사진=픽사베이)
중국 베이징 거리 (사진=픽사베이)

코로나 이후 단기적 환율 변동폭이 확대된 결과, 환율 자체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축소됐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주요국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되고,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될 올해 4분기 전까지 일시적 위안화 변동은 국내 경제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를 선반영하는 환율과 무역수지 등 실물지표 간 간극이 상당하다"며 "리오프닝 기대감 등이 반영되면서 위안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현재 중국 경기 회복세가 그 정도 수준은 아니다. 다소 과하게 반영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위안화는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긴축 완화 기대감이 크게 반영된 측면도 있다"며 "만약 연준이나 주요국이 긴축 강도를 유지할 경우, 되돌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지난해 환율 변동을 경험한 만큼, 위안화 강세만으론 경제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양국 통화간 동조화 현상 때문에 위안화 절상 흐름이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원화는 위안화의 프록시(Proxy, 대리) 통화로도 불린다.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아, 위안화 변동에 그만큼 민감하다는 의미다. 위안화 가치가 오른 만큼 원화도 오른다면, 수출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의윤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2008년 이후 위안·원의 동조현상이 강해졌으며, 팬데믹 이후 달러 외 통화들 간 동조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며 "단순 위안화 강세 영향으로 수출경쟁력이나 무역수지가 개선된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해 엔저 상황 속 수출 부문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22.7%다. 중국 경기가 회복된다면, 우리나라 수출이 개선될 여지는 충분하다"며 "특히 동조화 현상으로 원화가 강세를 보일 경우, 지난해 무역적자 주요인으로 작용한 수입 부문의 개선 역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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