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전일 급락했던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강세 전환하며, 장중 1230원을 재돌파했다. 이는 전일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이 '빅스텝(0.5%p 금리인상)' 지속했음에도, 긴축 종료를 시사한 영향이다. 그 결과 유로·파운드화 가치는 떨어졌으며, 달러는 반등에 성공했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장 대비 9.1원 오른 달러당 1229.4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장 대비 4.7원 오른 달러당 1225원에 개장해, 11시 30분경 1230원을 돌파했다. 이후 환율은 1220원 후반대에서 등락했으며, 장마감 직전 상승세를 보였으나 1330원 안착에 실패했다.
전일 환율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조절과 예상보다 완화적 스탠스 등에 11원이나 하락,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급격한 상승세는 ECB와 BOE의 긴축 종료 시사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일(현지시간) ECB와 BOE는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각각 3%, 4%로 기존 대비 0.5%포인트씩 인상했다. 이 같은 결정은 시장 전망과 부합했지만, 주목할 점은 두 곳 모두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등 '피벗(정책 선회)'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먼저 BOE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피크아웃을 확인했고 올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 언급했다. 특히 성명문에서는 '강력한(forecefully)' 등의 강도 높은 표현이 사라졌으며, 추가 금리인상 언급에 "물가상승률의 지속성이 더 강할 경우"라는 조건문이 붙었다.
이는 10%대 물가상승률에도 경기침체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영국 경제 성장률을 -0.6%로 전망했다. 이는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부진한 성장세다.
그 결과 성명문 발표 직후 영국 10년물 금리는 전장 대비 0.3%포인트 이상 하락한 3%로 마감했다. 또한 파운드화 가치는 파운드당 1.2395달러에서 1.2216달러까지 떨어졌다.
반면 라가르드 ECB 총재는 3월에도 0.5%포인트 인상이 거의 확실하다고 발언하는 등 추가 인상을 기정사실화 했다. 그러나 ECB 역시 성명서에서 3월 이후 향후 통화정책 경로를 재평가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실상 속도조절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해당 언급은 시장 전망과도 부합한다.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8.5%로 여전히 높은 수준인데다, 상대적으로 긴축 시점이 주요국 대비 늦었기 때문이다.
다만 쟁점은 3월 이후인 5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폭이 0.5%포인트가 유지될지 여부였다. 성명문에 나온 "통화정책 경로를 재평가할 것"이란 문구는 5월 금리인상 폭이 0.25%포인트로 조정될 가능성을 공식화한 셈이다.
그 결과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10년물 금리는 빅스텝 인상에도 0.2%포인트 이상 하락했으며, 이탈리아 10년물도 0.39%포인트 떨어졌다. 유로화 역시 전일 달러당 1.102달러선에서 1.089달러까지 떨어졌다. 반대로 전일 100.7선까지 추락했던 달러인덱스는 반등, 101.625선에 머물고 있다.
이에 대해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유럽 중앙은행들이 시차를 두고 연준을 뒤따를 것이란 점은 유로화, 파운드화 약세로 연결됐다. 그 결과 달러가 상승 압력을 받았다"며 "특히 BOE가 이후 5분기 동안 1%에 못 미치는 경기성장을 보일 것이란 관측 역시 위험선호를 훼손하며 달러 강세를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일 뉴욕증시는 금리 기대에 환호하며 나스닥은 3% 이상의 상승을 보였지만, 성장에 민감한 다우지수는 오히려 하락했다"며 "이는 금리인하 가능성이 단기적 호재로 작용하지만, 성장 개선에 대한 기대까지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이는 위험선호를 위축시켜 달러 상승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