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부총리 고사'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으로 금융권 복귀
'尹정부 부총리 고사'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으로 금융권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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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서 요직 두루 거친 금융전문가
금융위원장 시절 민영화 초석 놓아
"조직 혁신·기업 문화 정립에 최선"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차기 회장 최종 후보.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우리금융 차기 회장에 임종룡(63) 전 금융위원장이 내정됐다. 2017년 7월 금융위원회를 떠난 지 6년 만에 금융권 복귀다.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3일 오후 압축 후보군(숏리스트) 4명을 대상으로 추가 면접을 진행한 뒤 임 전 위원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추천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이 외부 인사인 관료 출신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한 건 2007~2008년 박병원 전 회장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우리금융 임추위는 "임종룡 후보자가 우리나라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장을 역임하고 국내 5대 금융그룹 중 하나인 농협금융의 회장직도 2년간 수행하는 등 민관을 두루거친 금융전문가"라며 "우리금융을 도약시킬 수 있는 다양한 역량을 갖춘 적임자”라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임 내정자는 1959년생으로 30여년 간 공직에 몸담은 정통관료 출신이다. 전남 보성군 출신으로 영동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1년 행정고시(24회)를 거쳐 재정경제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금융정책국 은행제도과장, 증권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 등을 실무 요직을 모두 경험했다. 외환위기 직후엔 금융기업 구조개혁반장, 1999년엔 최연소 은행제도과장에 선임됐다. 당시 임 내정자는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합병 작업을 진두지휘하며 옛 한빛은행(우리은행의 모태) 통합작업을 이끌었다.

이후 임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2008년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 실장을 비롯해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 실장 등을 역임했다. 임 내정자는 2013년 3월 공직에서 물러난 뒤 모교인 연세대에서 석좌교수를 지내다 2013년부터 2015년 초까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내다가 금융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농협금융 회장 재직 당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하기도 했다.

임 내정자는 2015년부터 2년간 박근혜 정부에서 금융위원장을 역임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초대 경제부총리 후보로 거론됐지만 고사했다. 당시 윤 정부 측에서 여러차례 입각을 권유했음에도 끝내 수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그가 우리금융 회장을 맡기로 한 것이 어쩌면 의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래서 임 내정자와 우리금융과의 과거 인연을 언급하는 이들이 많다. 임 내정자는 금융위원장 당시 과점주주들에게 우리금융 경영권을 매각하면서 우리금융 민영화의 초석을 놓는 일을 진행했었다. 부총리직을 고사하고 낙하산 논란까지 무릅쓰면서까지 우리금융 회장을 맡기로 마음 먹은 데는 이같은 인연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진=우리금융그룹)
(사진=우리금융그룹)

하지만 농협금융 회장에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선임된데 이어 임 내정자까지 민영화된 우리금융 회장을 맡게될 경우 모피아 낙하산, 관치 논란을 피할 수 없고 우리금융 노조 측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임추위 위원들이 임 내정자를 선택한 것은 각종 금융사고 등으로 우리금융의 쇄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임추위 내부에선 임 내정자가 금융당국과 소통에 큰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인 관계의 달인'으로 불릴 정도로 유연한 임 내정자의 성품도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횡령, 불법 외화 송금 등 잡음이 불거졌던 것을 고려하면 힘과 능력을 동시에 지닌 외부 출신이 적임이라는 분위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라임펀드 사태 관련 현안과 함께 당국으로부터 사모펀드 신규 판매 3개월 정지와 과태료(76억6000만원) 부과 제재를 받았다. 당시 은행장이었던 손태승 회장은 문책 경고를 받은 상태다.

이와 관련 연임이 무산된 손 회장이 법적 절차를 통해 책임 소재에 대한 판단을 다시 받아 보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차기 회장이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 우리금융은 관련 소송 여부를 고심 중인데, 차기 회장인 임 내정자의 판단이 주목된다.

이와 함께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비은행 분야 포트폴리오 확대도 임 내정자가 풀어나가야할 과제다. 우리금융은 KB·신한·하나 등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증권사나 보험사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 우리금융은 최근 벤처캐피털(VC)인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추가로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 등을 검토하고 있다.

당장은 우리은행, 우리카드 등 우리금융 자회사 CEO 인사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금융은 자회사 14곳 가운데 10개 자회사 CEO가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된다.

지난해 3월 우리은행장에 취임한 이원덕 행장의 임기는 올해 말 까지다.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의 임기는 이달말까지 유임됐다. 박경훈 우리금융캐피탈 사장도 지난해말 임기가 만료됐다. 김종득 우리종합금융 사장과 이창재·김영진 우리자산신탁 사장, 신명혁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도 지난해말 임기가 만료됐다. 외부 출신인 임 내정자가 우리금융 내부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최선의 경영진용을 짜는데 1년여의 시간은 결코 길지가 않다. 

한편 임 내정자는 이날 우리금융의 조직혁신과 신(新)기업 문화를 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금융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된 직후 입장문을 통해 "아직 주주총회 절차가 남아있지만 회장에 취임하면 우리금융이 시장, 고객, 임직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그룹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저의 선임과 관련해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신 임추위 위원님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애정어린 관심과 성원을 아끼지 않으신 임직원 여러분께도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금융 임추위는 주주총회 3주 전 소집을 통해 임 후보자에 대한 사내이사 선임 안건 등 일정과 안건을 공시할 계획이다. 주총일에 사내이사 선임 의결과 대표이사 선임을 거치면 임 후보자는 차기 회장으로 3년간 임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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