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법인차 연두 번호판, 과연 효과 있을까?
[전문가 기고] 법인차 연두 번호판, 과연 효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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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 교수
김필수 대림대 교수

국내 법인차는 별다른 제한조건이 없다. 즉, 아무리 고급 차량이라고 해도 법인차로 구입하고 각종 혜택을 받으면 된다는 뜻이다. 2억원이 넘는 수입차 중 약 90%가 법인차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에서 특히 고가 브랜드의 판매가 글로벌 수위를 달리는 이유는 법인차 구입이 원인이라 할 수 있다. 해외 제작사가 보는 우리나라의 시장은 천국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법인차로 구입해 각종 세제 혜택은 물론 연간 운영비 등을 기업의 이름으로 전가시키는 것이다. 털어내기 형태의 비용으로 진행하기 좋은 만큼, 수시로 고급차를 바꾸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대기업은 내부 규정이 엄격해 큰 문제가 없지만, 규정이 거의 없는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 법인차가 문제다. 수시로 차량을 법인차로 구입하고 중고차로 처리하면서 각종 비용을 터는 데 활용한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법인차가 노골적으로 각종 혜택 등을 받으면서, 법인차를 본래 용도와 달리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 각국에서는 법인차의 정의와 규모, 역할에 대한 한계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각 주마다 다르지만 임직원용 법인차 운행장부가 엄격해 누가, 언제, 얼마나, 왜 법인차를 사용하였는가를 정확하고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 출퇴근용이나 경영인의 가족 등이 운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사용하는 임직원의 보험가입 등은 수시 관리 감독한다. 상가포르는 편법이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인차 자체를 금지한다. 필요하면 개인이 구입해 사용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약 15년 전 국회에서 법인차 활용에 대한 정책토론회를 진행했고, 선진국 수준으로 법인차 활용을 규제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표명했다. 당시 필자도 법인차 규제에 대한 의견을 상당히 피력했다. 그러나 이후 실제로 진행하는 법안은 운행장부를 적당히 기록하는 정도로 끝나면서 법인차 규제는 지금까지 유명무실하다.

현 정부에서 대통령 공약으로 법인차에 연두색 번호판을 달게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초기 대통령 공약으로 나올 때도 필자는 여러 번에 걸쳐 무용론을 언급했다. 번호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잘못하면 법인차 모두에 대한 낙인찍기가 될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생각대로 되지 않고 특권층이 누리는 새로운 영역이 될 수도 있다.    

법인차에 연두색 번호판만을 새로 달게 하고, 그것으로 끝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실제 연두색 번호판 도입을 위해 각종 제도를 정리하고 추가로 번호판을 제작하는 것도 비용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연두색 번호판을 눈에 띄게 장착하는 이유는 사회적·윤리적으로 시선을 느끼게 한다는 측면이 강하다.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윤리적 부담을 줘 연두색 번호판을 단 최고급 프리미엄 승용차 등의 퇴출을 유도한다는 측면이 강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연두색 번호판 부착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나 같은 특권층이 연두색 번호판을 정착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구멍은 크게 열어놓고 윤리적 부분만을 강조해서는 의미가 없다. 도리어 문제가 더 커질 소지도 있다. 노는 물만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엄격한 기준으로 진입 자체를 규제하고, 관리적 의무를 둔다면 자연스럽게 훌륭한 한국산 선진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연두색 번호판을 진행하는 것을 계기로 법적·제도적 기준을 마련한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것이다. 번호판 도입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할 것이란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와는 별개로, 다른 색 번호판 도입은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활용되고 있는 클래식카 번호판 등으로 새롭게 도입하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예 클레식카라는 시장도 없고, 인식도 없어 아직 후진적이라 할 수 있다. 클래식카 시장은 모두 손으로 작업하기 땜누에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별도 산업으로도 성장시킬 수 있는 영역이다. 또 과거를 통해 미래를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자동차 박물관 하나 제대로 없는 대한민국에선 여전히 이런 인식조차 사치일 뿐이다.

새로운 번호판 도입이라는 정책이 나온 것을 계기로 해서 해외 선진국에서 활성화된 클레식카의 새로운 번호판 영역을 함께 고민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국토교통부 발표 이후 논란이 많다.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단순한 의무나 책임이 없는 연두색 번호판 도입보다는 합리적 법인차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 잘 운영하고 있는 법인차를 동일한 잣대의 연두색 번호판으로 일괄 전환해 모두에 주홍글씨 낙인을 찍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오히려 연두 번호판이 특권층만 활용하는 영역으로 변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검증된 방법으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좀 더 신중히 보완된 정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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