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미분양 공포에···건설업계, PF 위기 재확산
고금리·미분양 공포에···건설업계, PF 위기 재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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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사업장 231곳 중 32곳 공사 지연·중단
'울산 사업 손절' 대우건설 사례 이어지나
건설현장 (사진=서울파이낸스DB)
건설현장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고금리로 조달비용이 올라가고 원자재 가격 상승에 미분양까지 쌓이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에 대한 우려가 재확산하고 있다. 지방을 비롯해 건설현장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특히 1군 건설사인 대우건설이 울산 주상복합 사업을 포기하면서 이와 유사한 사례가 추가될지 주목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건설사들은 브릿지론과 부동산PF 등을 통해 자금을 융통하고, 분양을 진행해 생기는 수익으로 이를 상환하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한다. 문제는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기존 시행사들이 받아 둔 브릿지론 금리 대비 본PF 금리가 급등하면서 시행사 측 부담이 커졌지만 자금 조달 창구인 분양시장 악화로 건설사들의 공사비 회수 우려가 커졌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6만8107가구로 정부가 위험선으로 보는 6만호를 훌쩍 뛰어 넘어섰다. 악성 물량인 준공 후 미분양은 7518호로 2021년 10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2013년 8월 이후 가장 많다. 여기에 치솟는 금융 비용은 압박으로 다가오는 실정이다. 지난해 초 8%대였던 브리지론 금리는 지금 15% 수준이고, PF 금리도 5%대에서 10%대까지 올랐다. 

실제 건설현장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협회 회원사들이 시공에 참여 중인 PF 사업장 231곳 중 32곳(13.9%)의 사업이 지연되거나 아예 중단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설문에 응한 업체가 비주거 사업을 위주로 하는 전국 종합건설사 355곳 중 36개사(10.1%)에 불과해 훨씬 많은 수의 현장에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요 공사 중단·지연 원인으로는 '자재수급 차질'이 35%, 'PF 미실행 등 자금조달 어려움'이 30%로 조사됐다. 미분양, 공사비 인상 거부(이상 12.5%), 시행사 부도 등 기타 이유(10%)도 상당 부분 차지했다. 부동산 PF 위기 원인으로는 '부동산시장 침체'(35.6%)가 꼽혔다. 이어 공사비 증가(23.5%), 금리상승(21.2%), 금융기관 대출 축소 및 연장거부(19.7%) 순으로 꼽혔다.

PF 부실화에 따른 업체당 평균 예상손실액은 브리지론 과정에서 부실화된 곳이 785억원, 본PF 과정에서 부실화된 현장의 업체가 2024억원으로 집계됐다. 예상손실액은 각 PF 과정에서 지급보증을 한 건설사가 대신 갚아야 할 금액에 공사기간 중 발생한 금융비용 등을 더한 수치다. 응답 업체들 중 78.8%는 올 상반기까지 자금여건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변화 없을 것'이라고 응답한 곳은 21.2%, 개선될 것이라고 답한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고금리 상황에서 분양시장도 날로 악화하고 있어 올해 사업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 지 막막한 실정"이라며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나빠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만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최근 1군 건설사인 대우건설이 미분양 우려로 울산 동구 일산동의 한 주상복합 개발 사업 시공권을 포기하면서 '진짜 위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대우건설은 시공사로 참여하며 연대 보증을 섰던 후순위 대출 보증(브리지론) 440억원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했다. 본PF 이자 급등과 분양 후 손익 등을 따져 사업을 진행할수록 손해가 더 커질 것으로 판단하고 브릿지론 단계에서 일찌감치 발을 뺀 셈이다.

시장 전문가들도 부동산PF 부실 우려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 특히 주택 경기 침체가 건설사들의 시공 포기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작년 10월 긴급 유동성 지원으로 1차 자금 위기를 막았던 현장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울산 일산동 사례와 같은 PF 디폴트 발생 가능성이 보다 높아졌다"며 "브릿지론을 포함한 부동산PF의 유일한 현금수입원은 분양대금으로, 미분양이 해소돼야 하지만 시세 하락이 멈추지 않는 현재 국면에서 미분양 세대수는 분양물량이 늘어날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분양 상황이나 주택매매가격 등 주요 통계자료들이 과거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까지는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이라며 "대우건설은 사업을 계속 진행하면 위험이 너무 크다고 판단해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시공을 포기했는데 중소형 지방 건설사들의 경우는 타격이 더 클 것이고 앞으로 시공권을 포기하는 사례들이 속속 발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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