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단통법'(斷通法)을 당장 폐(廢)하라
[데스크 칼럼] '단통법'(斷通法)을 당장 폐(廢)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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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자연 생태계는 치열한 생존경쟁 끝에 진화해왔다. 자연환경에 적응하고, 경쟁자들과 목숨을 건 전쟁에서 이긴 생명체가 살아남아 자손을 퍼뜨린다. 그 자손들은 또다시 경쟁을 거쳐 더 우수한 유전자가 무리를 지배하고, 더욱 더 우수한 유전자를 퍼뜨린다.

인류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경쟁을 통해 인류는 현재의 모습으로 진화했다. 사냥을 더 잘하는 구조로 진화한 호모 에렉투스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도태시키고 발전했다. 두뇌를 사용해 집단 행동과 집단 사고로 협력하는 능력을 가진 호모 사피엔스가 가혹한 생존 경쟁에서 승리, 적자로 살아남았고 현재 인류에 가까운 모습으로 진화했다.

고대, 중세,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역사는 경쟁의 역사, 그 자체였다. 지금도 우리는 작게는 가정에서 크게는 세계 무대에서 경쟁을 통해 더 앞서나가려 무던히 노력하고 있다.

과거 인간의 경쟁은 전쟁을 통해 죽고 죽임을 당해 판가름 났지만, 점차 시장경제, 화폐 자본주의 체제가 들어서면서 총칼 앞세운 전쟁보다는 경제력이 생존경쟁의 잣대가 됐다.  

시장 경제는 그야말로 인류 진화의 핵심이었던 ‘경쟁’이 코어 원동력이다. 경쟁이 없는 시장은 마치 고인 물이 썩는 것처럼 부패하고 활기를 잃어 결국 사라지고 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통신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정부 특허에 의해 과점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며 완전 경쟁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무부처에 주문했다.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일까. 통신서비스 시장에 언제부턴가 경쟁이 사라지고, 통신 3사가 철저히 3분해 나눠 먹는 시장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언제부터 경쟁이 사라진 것일까. 때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동통신사와 제조사의 단말기 보조금 과열 경쟁에 따른 소비자의 보조금 차별을 없애겠다며, 누구나 어느 대리점에 가더라도 같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이른바 ‘단통법’이 전면 시행됐다.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이동통신사들은 이전처럼 서로 보조금을 더 주고, 광고 홍보 마케팅을 통해 가입자를 유치하려는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됐다. 어딜 가나 3사 똑같은 보조금을 주는데 누가 통신사를 변경하려 할 것인가. 번호이동 가입자는 몇 년 새 확연히 줄어들었다. 이통사들은 앉아서 별다른 마케팅 경쟁을 하지 않고, 기존 가입자만 잘 지키면 됐다. 이른바 ‘집토끼’ 지키기 전략으로 모두 선회한 것이다.

통신 시장에서 경쟁이 사라지자, 휴대전화 판매량이 급감해 통신 판매대리점이 연쇄 문을 닫는 폐해를 낳았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속도를 자랑했던 IT강국 코리아는 통신 시장 경쟁이 사라지자, 지난해 유선 인터넷 속도로 세계 34위를 기록했다. 모바일 인터넷 속도는 2021년 2위에서 지난해 3위로 내려앉았다. 아랍에미리트와 카타르가 각각 1위, 2위였다.

그렇게 8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단통법 아래 통신사들은 경쟁 대신 쉬운 돈벌이에 만족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통신 3사의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은 4조3835억원으로 전년 대비 8.6% 증가, 2년 연속 4조원을 넘어서며 12년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SK텔레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6.2% 증가한 1조6121억원, KT는 1.1% 증가한 1조6901억원, LG유플러스는 10.4% 증가한 1조813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4월 5세대(G)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된지 이제 거의 만 4년이 다 돼 가는데도, 가입자 유치 경쟁이 사라진 시장에서 통신사들은 5G 설비투자에 여전히 소극적이다. 굳이 설비투자를 하지 않아도,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기존 가입자만 잘 지키면 높은 5G 요금제로 수익이 저절로 나기 때문이다. 얼마나 설비투자를 하지 않았는지, 지난해 말 정부가 할당한 5G용 28㎓ 대역 주파수를 회수하는 조치까지 나왔다. 

정부가 뒤늦게 통신 시장 경쟁을 촉진하겠다며 제4 통신사업자 선정, 휴대전화 단말기 공시 지원금 15%에서 30% 상향 방안 등을 내걸었다. 그러나 이런 방안보다 먼저 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모든 문제의 근원인 ‘단통법’을 폐지하는 것이다. 단통법은 시장 경쟁을 막는 법이다. 시장 경쟁을 해치는 법을 폐지하지 않고선 다른 처방을 계속 내놔도 모두 무용지물이다. 경쟁이 없으면 한국 통신 산업은 진화하지 못한다. 통(通)신 시장 경쟁을 단(斷)절한 단통법의 숨통을 당장 절단(斷)해야 한다.

각 통신사가 품질이 더 좋은 5G 서비스를 제공해 가입자를 유치하려는 경쟁에 나서면 서로 앞다퉈 설비투자를 늘릴 것이고, 사라진 마케팅 경쟁도 다시 살아날 것이다. 물론 불법 보조금 살포 등 경쟁의 폐해를 막기 위한 강력한 단속과 징벌 체계 등 사전 대비책은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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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2023-04-14 09:10:48
통신사 갑질
Sk kt lg 이동통신사가 만든 kait 에서 휴대폰판매점에 알바(휴대폰판매점)풀어서 휴대폰판매점끼리 이간질, 휴대폰개통 (구매채증)시키고 판매점소상공인에 벌금 최대2400만원을 청구하고 있습니다 위 관련해서 취재해주세요

라이나 2023-02-20 19:36:30
좋은 기사네요 많은 분들이 읽어보고 관심을 가지길 바랍니다
단통법은 폐지 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