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돈잔치·공공재" 발언에 은행주 '우수수'···시총 5조 증발
尹 "돈잔치·공공재" 발언에 은행주 '우수수'···시총 5조 증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대 금융지주 최근 나흘간 주가 평균 6.1%↓
전방위적 규제 예고···해외투자자 외면 '우려'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은행권을 향한 윤석열 대통령의 잇단 쓴소리와 금융당국의 규제강화 예고에 금융지주 주가가 연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돈 잔치 비판' 발언이 나온 지난 13일 이후 4대 금융지주의 시가총액만 5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당국발(發) 규제 리스크에 최근 배당규모를 대폭 늘리며 주가 부양에 나서려던 금융지주사들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장 민간 기업으로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야 하는 금융지주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은행을 향한 윤 대통령의 비난이 있었던 지난 13일부터 이날까지 4대 금융지주에서만 약 4조6960억3103만원의 시총이 증발했다. 각 금융지주사의 이달 10일 종가와 17일 종가에 따른 시총 차이를 합한 결과다.

종가 기준 KB금융의 주가는 지난 10일 5만5700원에서 17일 5만원까지 떨어지며 총 2조3307억1329만원의 시총이 사라졌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 주가는 4만1100원에서 3만8350원으로 하락, 시총도 1조3991억5839만원 떨어졌다. 하나금융은 4만8850원에서 4만6200원으로 하락하며 시총은 7841억4421만원 사라졌다. 우리금융 주가 역시 1만2650원에서 1만2130원까지 떨어지며 시총 1829억1514만원이 증발했다.

올해 들어 사상 최대 실적과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에 급등했던 은행주가 정부의 비판에 부딪히면서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에 대한 윤 대통령의 쓴소리가 본격화된 지난 13일부터 이날까지 4대 금융지주 주가는 평균 6.08% 하락했다. KB금융은 10.23%, 신한금융은 6.69%, 하나금융은 5.42%, 우리금융은 1.98%씩 떨어졌다. 지난 16일까지 추락한 주가를 17일 일부 회복했으나 연초 급등했던 당시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은행에 대한 공공재 발언에 더해 금융감독원도 은행의 공적인 역할을 재차 강조하면서 규제 우려가 이어졌다"며 "은행주가 조정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돈 잔치로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며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15일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금융권에 고통분담을 요구하며 "통신·금융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특허사업"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 추가 예대마진 축소를 주문하기도 했다.

손쉬운 이자장사를 통해 역대급 수익을 거둬들인 은행권이 임직원들에게 거액의 성과급과 퇴직금을 지급한 것을 두고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날선 비판에 금융당국도 은행업 경영·영업관행 대수술을 예고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와 손실흡수능력, 금리체계, 사회공헌, 비이자이익 비중 등 경영·영업관행 전반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또 5대 은행을 중심으로 한 과점체제를 개선하는 작업에도 착수한다.

은행 영업 전반에 대한 규제 강화로 배당축소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 부양에 나서야 하는 금융지주사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은 이달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일제히 총주주환원율을 30%까지 올리며 주가부양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규제 리스크에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주가부양 노력이 무색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주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지주사들의 글로벌 투자유치 환경도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해외 투자자들의 국내 금융회사 투자를 가로막았던 규제 불확실성이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실제 이달 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간 외국인들은 4대 금융지주 주식 1929억원어치를 매도하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나서서 공공재라고 못박은 상황에서 어떤 투자자가 스스로 공공재가 되겠다며 투자에 나서겠나"라며 "규제 리스크에 대해선 빠져나가는 해외투자자를 설득시킬 뚜렷한 방안도 없고, 결국 주주들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