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패션 1번지 동대문, 복합상가 폐점 '봇물'
[르포] 패션 1번지 동대문, 복합상가 폐점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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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비대면 경제 여파에 임대료 치솟자 공실률 급상승
서울 중구 을지로6가 동대문밀리오레 입구. (사진=이지영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지영 기자] 대한민국 패션 1번지로 불리던 서울 동대문 쇼핑몰이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 지하철 2·4·5호선이 교차하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주변에 위치한 동대문밀리오레·맥스타일·에이피엠(apm)·두타몰 등 대형복합쇼핑상가의 공실률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어서다.

동대문패션타운 관광특구협의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터진 2020년 동대문은 31개 상가의 2만5000여 도소매 점포가 존재했다. 또한 50만명 이상이 봉제·도소매·유통 등 연관 산업에 종사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 이용 증가에 코로나19 사태까지 덮치며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라고 불리는 유커 감소로 인해 매출 하락에 시달리던 자영업자들이 잇따라 매장을 철수하고 있다. 

21일 오전 찾아간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동대문밀리오레는 지하 2층에서 지상 7층까지만 상가로 운영된다. 1·2층은 간혹 점포 일부가 비어 있었다. 3층 매장의 공실률은 약 50%를 넘어선 상태였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바로 보이지 않아 코너에 위치한 점포 대부분은 텅 비어 있었다. 텅 빈 점포 곳곳에는 입점문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층수가 높아질수록 빈 점포는 비약적으로 증가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자아냈다. 

점주들은 동대문 의류업계 상권 회복 가능성에 관해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이다. 밀리오레 2층에서 여성 옷가게를 운영하는 30대 상인 B씨는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온라인 쇼핑의 증가로 침체기였다"라며 "사드와 코로나19 이후 주 고객 이었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마저 끊기며 관리비를 부담하는 것도 버겁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보통 1구좌 당 전용면적은 약 3.8㎡이다"라며 "두 구좌를 사용하며 지난달 관리비가 52만원을 넘어섰고 이달에는 49만원8000원으로 50만원대에 육박한다"고도 말했다.

 동대문밀리오레 내 점포들이 비어 있다 (사진=이지영 기자)
 동대문밀리오레 내 점포들이 비어 있다 (사진=이지영 기자)

3층에서 여성복 가게를 운영하는 A(61·여씨는 "코로나19가 발병해 확산됐던 2020년부터 올해까지 적자인 상황"이라며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싶지만 나이가 들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복합상가는 개개인이 분양을 받아서 임대를 놓는다"며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대료를 깎아줘도 중국인의 발길이 끊기면서 세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층수가 올라갈수록 손님들은 더 찾지 않는다"라며 "에스컬레이터 주변에 자리잡은 가게 말고 코너쪽에 위치한 매장은 장사가 더 되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근처에 위치한 쇼핑몰 맥스타일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했다. 상가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공실이 넘쳐났다. 상가건물 곳곳에선 임대분양을 알리는 현수막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비교적 인기가 많은 1층도 불이 꺼진 채로 방치된 상가도 적지 않다. 두산그룹이 운영하는 쇼핑몰 두타몰 역시 매장 내 손님이 없어 한산한 분위기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동대문 상업용 부동산의 지난해 4분기 공실률은 6.2%로 같은해 1분기 10.9%에 비해 4.7%포인트(p) 하락했다. 선종필 상가레이더 대표는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은 대형 상가뿐 아니라 동평화시장 등 동대문 재래상가도 포함됐다. 의류 상가를 제외한 동대문 재래시장은 회복 국면으로 접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동대문 상권은 코로나19의 영향을 떠나서 유통의 흐름이 바뀐 것에 대해서 견디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쇼핑의 중심이 점차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매출 회복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동대문 상권의 특수성을 감안했을 때 해외시장 뿐만 아니라 내수시장에서 생산처를 통해 다양한 카피 제품을 유통해왔지만 지적 재산권 문제가 불거지며 이 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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