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리베이트 파문, 독점적 지위 흔들릴까?
인텔 리베이트 파문, 독점적 지위 흔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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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과징금 260억 부과…소비자 선택 폭 확대 기대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philip1681@seoulfn.com>다국적기업 인텔사가 국내 PC제조회사들에게 경쟁사 제품을 구매하지 말라는 조건으로 수천만달러 규모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일로 인텔의 신인도 저하는 물론 독점적 지위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대두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인텔에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리고 과징금 260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다국적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2005년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메신저 끼워팔기에 이어 두번째다.

공정위는 지난 5일 전원회의를 열고 인텔 코퍼레이션, 인텔 세미콘덕터 리미티드, 인텔코리아 등에 대해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에 대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60억원을 부과키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의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국내 PC시장 선두사업자인 삼성전자, 삼보컴퓨터에 자사의 경쟁업체인 AMD사의 CPU를 구매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각종 리베이트를 제공, 관련시장에서 경쟁사업자 배제를 시도하다가 적발됐다.

인텔사는 2002년 1·4분기부터 국내 PC시장 1위인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AMD CPU를 구매하자, 2002년 5월 삼성전자에게 AMD의 CPU 구매를 중단하는 조건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키로 합의했다.
 
이에따라 삼성전자는 실제로 2002년 4·4분기부터 AMD 제품 구매를 중단하고, 2005년 2·4분기까지 거의 3년간 인텔사 제품만 구매하는 조건으로 각종 리베이트를 수령했다. 삼성전자가 인텔로부터 받은 리베이트는 총 3000만달러에 이른다.

삼성전자에서 AMD를 축출한 인텔사는 2003년 3·4분기부터 2004년 2·4분기까지 국내 PC 2위 회사였던 삼보컴퓨터에도 홈쇼핑 채널에서 AMD CPU를 자사 제품으로 전환하는 조건으로 약 260만달러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또 2004년 4·4분기부터 2005년 2·4분기에도 삼보컴퓨터에게 국내 판매 PC에 대한 자사제품구매비율(MSS) 70%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약 380만달러어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이처럼, 전세계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인텔이 공정위의 제재를 받게 되면서 향후 시장 판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번 결정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세계적으로 인텔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시점이라는 점. 이에, 인텔의 점유율이 90%를 넘어서는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 역시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인텔의 독점적 지위가 약화되고, 소비자 선택권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쟁사인 AMD 동급 제품의 경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에 판매되고 있음에도 일반 소비자로서는 접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 대기업 등 PC 제조업체 대부분이 제품 라인업을 인텔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AMD 제품의 유통경로는 용산전자상가 정도로 국한돼 일부 고급 사용자를 위한 조립 PC에 장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05년 3월부터 AMD CPU를 탑재한 모델을 출시했으나, 데스크톱 2종으로 한정됐을 뿐 노트북에는 해당 모델이 아예 없다. LG전자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나온 이번 공정위 결정은 인텔의 PC 제조업체에 대한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AMD의 입지를 강화시켜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텔의 리베이트가 없어질 경우 저렴한 AMD CPU를 탑재한 PC 라인업을 확충해야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미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하반기 중 추가로 AMD CPU를 탑재한 모델 출시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MD 또한 이번 결정으로 자사 제품을 채택한 대기업 PC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폭넓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보다 저렴한 가격의 CPU를 탑재한 다양한 모델의 PC를 접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인텔의 시장점유율은 90%를 넘는다. 세계 시장 수준인 80% 정도로만 낮아져도 실질적으로 소비자가 느끼는 혜택폭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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