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무종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선원사는 보관 중이던 탱화에서 일제 강점기인 1917년에 그린 태극기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불화를 통틀어서 태극기 그림이 발견된 것은 최초다.
22일 선원사에 따르면 태극기는 전북 남원시 소재 선원사 명부전에 있는 '지장시왕도'에 등장하는 한 캐릭터의 관모에 사다리꼴 형태로 그려져 있다.
태극기 크기는 가로(긴변 기준, 이하 동일) 8.3㎝ 세로 4cm이며 가운데 있는 원의 지름은 2.8㎝였다. 선원사 주지인 운문스님은 이 태극기를 지난해 10∼11월 무렵 기도 중에 발견했다.
태극기가 작게 그려진 것은 일제의 검열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이 태극기의 경우 4괘의 순서가 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건(乾)-감(坎)-곤(坤)-이(離) 순으로 배치됐다.
태극 무늬에는 양은 홍색, 음은 녹색보다 약간 옅은 뇌록색(磊綠色)으로 돼 있었는데 이 역시 눈에 잘 띄지 않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관모에 태극기가 그려진 캐릭터는 변성대왕으로 추정된다. 태극기를 오래 연구한 송명호 전 문화재청 근대문화재분과 전문위원은 전일 서울 종로구 소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변성대왕이 칼로 남을 괴롭힌 죄인이 칼로 된 길을 걸어 다니게 해 고통을 주는 도산지옥을 관장한다. '일제는 반드시 변성대왕의 도산지옥에서 칼의 심판과 고통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진응스님의 인식이 그림에 투영됐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진응스님은 일제의 방침에 맞서 화엄사를 본산으로 승격시킨 인물이며 독립운동가 한용운과도 교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