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사퇴' KT 대표 경선 혼전···김성태·윤진식 등 '尹캠프' 출신 부상
'구현모 사퇴' KT 대표 경선 혼전···김성태·윤진식 등 '尹캠프' 출신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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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전 의원, 캠프 미래전략위원장 경력
윤진식 전 산업부 장관, 캠프 경제 고문 활동
김기열 전 KTF 부사장, 캠프 ICT희망운동본부장
KT 광화문 사옥. (사진=KT)
KT 광화문 사옥. (사진=KT)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KT 이사회로부터 두 차례 '합격'을 받은 구현모 KT 대표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를 스스로 사퇴함에 따라 새 CEO에 누가 오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구 대표의 연임 포기는 KT의 최대주주 국민연금 등을 통한 윤석열 정부의 압박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윤 대통령과 직접적으로 연이 있는 인물들이 차기 대표이사 유력 후보군으로 점쳐지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지난 23일 구 대표의 사퇴를 수용하고 차기 대표군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KT의 차기 대표이사 후보는 외부 인사 18명과 내부 인사 15명 등 총 33명으로 추려졌다. KT이사회는 인선자문단을 구성해 오는 28일 최종 면접 대상 후보자들을 추릴 방침이다.

구 대표의 연임 포기에 대해 업계는 정치권의 압박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물러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구 대표가 지난 11월 차기 대표 도전을 공식 선언한 후 두 차례에 걸쳐 추가로 연임 의사를 밝혔으나, 번번히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KT 이사회는 구 대표의 첫 연임 도전에 대해 지난해 12월 차기 대표 후보 적격 평가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KT의 지분 약 10%를 소유한 국민연금은 주주 이익 제고를 위한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강화를 이유로 반대해왔다.

당시 구 대표의 연임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이는 많지 않았다. 구 대표가 임기 내 '디지코(DIGICO.디지털 플랫폼 기업) 전환' 등 사업을 통해 KT의 영업이익을 취임 직전인 지난 2019년 1조1596억원에서 지난해 1조7274억원으로 약 50% 가끼이 끌어올리는 등 경영 성과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KT, 포스코, 금융지주 등 통신과 금융 분야의 소유분산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스튜어드십코드 참여를 통한 회장 연임 등 사유화를 막아야 한다는 발언이 나왔고, 여당인 국민의힘 역시 '구현모 때리기'에 동참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해 "KT·포스코·거대 금융사 등 소유 분산 기업의 대표이사들이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며 토착화해 호족 기업으로 변질시켜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당정의 압박에 끝내 구현모 대표가 스스로 물러난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구 대표가 빠지면서 KT 새 CEO로 윤석열 대통령과 직접적인 인연이 있는 정관계 인물이 이미 낙점 받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KT CEO 재공모에 응한 후보 가운데 김성태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 정부위원회 자문위원,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 윤 대통령의 지난 대선 당시 캠프에서 함께 일한 인물들이 유력한 차기 CEO 후보로 거론된다.

김성태 자문위원은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20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지난 2021년 윤석열 국민캠프 미래전략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다만 통신 분야의 직접적 경험은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열 전 KTF 부사장의 경우 KT 연수원장, 감사실장, 경영연구소장 상무 등 KT에 오랜 기간 몸을 담다가 과거 KT의 이동통신 자회사 KTF의 부사장을 역임한 내부 출신 인사다. 하지만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캠프에서 중앙선거대책본부 산하 동서화합미래위원회 ICT희망운동본부 본부장을 맡아 활동한 경력이 있다.

윤진식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초대 대통령실 정책실장으로 역시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에서 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최근에는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경제 고문으로 활동했다. 산업부장관직을 제외하고 통신업종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이력은 없다.

이호계 KT새노조 사무국장은 "신임 후보 모집 과정에서 통신 IT 관련 경영 경험자, 최근 5년 이내 관련 업계 종사자, 횡령·배임 등 처벌 이력이 없는 자 등 어느 정도 명확한 내부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기준이 워낙 두루뭉실하다 보니 낙하산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지 않은 상황에 특정 인물을 집어내기 보다는 내달 7일 최종 후보자 선정까지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외 지원자에 대해서는 인선 자문단이 컷오프 방식으로 스크리닝을 계속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인선자문단이 이사회에 휘둘리거나 정치권과 관련된 인원이 많은 구성으로 이뤄졌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KT새노조는 원칙적으로 낙하산 인사에 대해 결사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KT 지배구조위원회는 사외 후보자 18명, 사내 후보자 15명 등 총 33명에 대한 인선자문단의 심사를 거쳐 오는 28일 면접 대상자들를 선정하고, 내달 7일 최종 CEO 후보를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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