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대표 최종후보에 윤경림···여권 반대에도 주총 통과할까
KT 차기대표 최종후보에 윤경림···여권 반대에도 주총 통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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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이사회, 디지털전환과 AI기업 혁신 최적 인물 '만장일치'로 낙점
여당 공개반대 "윤 사장은 구현모 일당, 배임 의혹 수사 조속 착수"
관건은 주총 최대주주 국민연금 vs 외국인 및 소액주주 간 표대결
윤경림 신임 KT 대표이사 최종 후보(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사진=KT)
윤경림 신임 KT 대표이사 최종 후보(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사진=KT)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KT 이사회가 7일 차기 대표이사 압축후보 4인을 최종 면접해 윤경림(60) 현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최종후보로 확정했다.

KT 이사회 이날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를 열고, 전원 만장일치로 윤 사장을 차기 KT대표이사 단독후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이날 윤 사장을 비롯한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사장) △신수정 현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부사장) 등 4인의 후보자별 심층 면접을 통해 차기 대표이사 후보 최종 1인을 결정했다.

1963년인 윤경림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KAIST)에서 경영학 석사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LG유플러스의 전신인 LG데이콤, 하나로텔레콤 등을 거쳐 지난 2006년 KT 신사업추진실장으로 KT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CJ그룹 기획팀장으로 이직했다가 황창규 전 KT 회장 때인 2014년 KT미래융합전략실장으로 다시 KT로 돌아왔다. 2019년엔 현대자동차의 모빌리티 사업혁신을 위한 오픈이노베이션 담당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 2021년 구현모 현 KT 대표의 부름을 받고 KT그룹의 혁신과 인수합병을 맡는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으로 KT와 세번째 연을 맺었다. 그는 구 대표의 '오른팔'로도 불렸다.

KT 이사회 강충구 의장(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은 최종후보 선정 배경에 대해 "윤경림 후보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KT가 글로벌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성자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며 "특히 개방형 혁신을 통한 신성장 사업 개발과 제휴·협력 역량이 탁월하고, KT 그룹의 DX(디지털 전환) 가속화, AI기업으로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예정대로라면 이달 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을 거쳐 KT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하게 된다. 하지만 윤 사장이 차기 대표로 오르기까지는 아직 변수가 남아있다. 남은 관문인 대표 선임을 둘러싼 주총 표 대결을 통과해야 한다. 윤 후보를 반대하는 KT의 최대주주 국민연금과 외국인·소액주주 간 세 대결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당이 지난달 KT 이사회가 최종 4인 후보를 결정할 당시부터 외부 인사가 없고, 4인 모두 KT 출신이라는 이유로 대대적인 반대 공세에 나선 만큼, 이달 말 열리는 주총에서 KT의 최대주주이자 정부와 여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앞서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차기 대표이사 후보 압축 과정에서 KT의 전·현직 임원들만 선정된 결과에 대해 "구현모 대표의 이권 카르텔을 유지하기 위한 수법"이라며 원색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출했다.

특히 당시 후보 중 한 명이었던 윤 사장에 대해서는 현대차 임원 재임 시절 구 대표의 친형 회사와 관련한 배임 의혹을 제기하며 차기 대표로서의 자질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여권이 지난달 10일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과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구 대표와 엮어 '구현모 일당'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한 만큼, 윤 사장을 수사 선상에 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은 지난 2일 기자회견애서 "'깜깜이 셀프 경선'으로 연임을 시도한 구 대표가 자신의 아바타인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을 세웠다는 소문이 무성하다"며 "KT가 자기들만의 잇속을 차리기 위해 '사장 돌려막기'를 고집할 경우 검찰과 경찰은 구 대표와 일당들에 대한 수사를 조속히 착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정권이 KT 차기 대표에 'KT 출신' 인사가 오르는 것을 반대하고 나선 만큼, 이달 말 주총에서 과연 정권의 반대에도 국민연금을 제외한 다른 주주 기업들, 외국인과 소액주주들이 윤 후보에 얼마나 찬성표를 던질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KT 지분 구성은 국민연금이 8.53%로 KT 최대주주이고, 현대차그룹이 7.79%, 신한은행 5.58%, 그외 외국인 지분 40%대 초반, 소액주주 10%대 초반 등이다.

국민연금은 신한금융지주의 최대주주이고, 현대차의 2대 주주이기 때문에 정부를 등에 업은 국민연금 입김에 현대차그룹과 신한은행은 윤 후보에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총 지분 가운데 22% 가량이 반대표를 던진다고 해도 외국인과 소액주주를 합친 지분이 50%를 넘기 때문에 결국 외국인과 소액주주의 표가 윤 후보의 대표이사 확정을 판가름하게 된다. 

업계에선 윤 후보가 KT의 디지코(디지털전환) 차기 사업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되기 때문에 큰 이변이 없으면 윤 후보가 대표이사에 오를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또 다시 낙마할 경우, KT는 대표 대행 체제로 전환하고 다시 대표를 선출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KT가 이미 공기업에서 민영화된지 20년이 훨씬 넘었지만, 매번 바뀌는 정권마다 KT를 마치 공기업으로 인식하고,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려는 행태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며 "또다시 대표 재선임 절차에 들어갈 경우 이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후보는 이날 소감문을 내고 "최근 정부와 주주의 우려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과거의 관행으로 인한 문제들은 과감히 혁신하고, 정부정책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KT가 국민기업으로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윤경림 KT 대표이사 최종후보 (사진=KT)
윤경림 KT 대표이사 최종후보 (사진=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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