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기" VS "금융시스템 안정"···SVB사태發 딜레마 빠진 연준
"물가 잡기" VS "금융시스템 안정"···SVB사태發 딜레마 빠진 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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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파산으로 불거진 신용리스크···주 원인은 연준 고강도 긴축
리스크 우려에 피벗 가능성 재점화···연준, 이달 25bp 인상 유력
13일 오전(현지시간) 고객들이 예금 인출을 위해 SVB 본사 정문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3일 오전(현지시간) 고객들이 예금 인출을 위해 SVB 본사 정문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배경에 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있다는 진단이 나오면서다. SVB 사태가 금융위기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목표치(2%)를 크게 웃돈 물가상승률과 타이트한 고용시장은 여전히 긴축 필요성을 지지한다. 당분간 연준의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유동성 부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을 폐쇄했다. 이어 12일에는 뉴욕주 규제당국인 금융서비스부(DFS)가 또 다른 은행인 시그니처은행을 인수,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관재인으로 임명했다.

시장은 해당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을 꼽고 있다. 고금리 기조 속 SVB의 주고객층인 벤처기업의 투자·유동성이 위축됐고, 이들이 예금인출이 빨라진 것이다. SVB는 울며 겨자먹기로 보유한 장기국채를 매각했고, 이 과정에서 18억달러 손실이 났다는 보도가 나자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해당 사태 직후 금융시장에서는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SVB 파산의 직접적 원인은 증권투자 손실과 뱅크런으로, 이는 다른 은행에도 적용되는 리스크다. 고금리가 지속될 경우 미국 소형 은행들에 맞춰진 유동성 부족이 규모가 큰 은행들까지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급격한 예금 인출은 자금경색 리스크를 확대시켜, 자금난에 시달리던 벤처캐피탈과 스타트업의 연쇄부도를 야기할 수 있다. 이는 업권 위축을 넘어 경기침체와 신용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도화선이다.

◆1년새 4.5%p 인상···물가 안정에 매몰된 연준

결국 고금리 환경을 조성한 연준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연준은 지난해 3월 0~0.25%였던 기준금리를 올해 2월 4.5~4.75% 수준까지 불과 1년새 4.5%포인트나 인상했다.

연준이 2000년대 들어 금리를 일정 수준 끌어올린 것은 △2004년 7월~2006년 6월(4%p↑) △2016년 12월~2018년 9월(1.75%p↑) 두차례다. 지난 1년과 비교하면, 그 속도나 상승폭 면에서 크게 못 미친다.

인상 주배경은 펜데믹 이후 폭등한 물가다. 미 소비자물가지수(CPI)은 지난해 6월 전년 대비 9.1% 상승하며, 1981년 12월(8.9%) 이후 4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연준은 고강도 긴축을 단행했으며, CPI 상승률은 현재 6.4%까지 낮아졌다.

다만 연준은 금리 인상폭을 지난해 11월 0.75%포인트에서 12월 0.5%포인트로, 올해 2월에는 0.25%포인트로 점차 완화하고 있었다. 당시 최종금리 전망은 5.25~5.5%였으며, 연내 금리 인하도 점쳐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주택을 제외한 근원 서비스 부문 물가가 여전히 견조한 데다, 고용지표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최근 CPI 상승률의 둔화가 정체됐다. 1월 CPI 전년 대비 상승률은 전월 상승폭(6.5%) 대비 0.1%포인트 둔화에 그쳤으며, 전월 대비론 0.5% 상승했다.

이에 지난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7~8일 상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최근 경제 데이터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왔다. 최종금리 수준을 예상보다 높여야 할 수 있으며, 우리는 금리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가 됐다”고 발언했다.

직후 이달 FOMC에서 '빅스텝(0.5%p 금리인상)' 가능성이 유력시됐으며, 최종금리 전망은 6%로 상향됐다. 그러나 SVB 사태와 함께 은행 전체 시스템 리스크가 부상하는 등 고금리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고금리가 지속될 경우 중소은행을 중심으로 유동성 부족 우려가 수시로 불거질 수 있다. 이는 규제 강화 및 투자자 회의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작년 3월부터 시작한 금리 인상이 1년을 지나고 있다. 이는 물가가 둔화되는 과정에서 실물 지표 둔화와 신용시장에서 잡음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 '블랙먼데이' 피했지만···SVB 사태 여진 '여전'

미 정부와 연준의 SVB 관련 신규 대출 프로그램 가동 등 긴급조치에 힘입어 이른바 '블랙먼데이'는 피했다. 그러나 뱅크런 현상이 지속되면서 전일 대형 글로벌은행 주가가 폭락하는 등 SVB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시장은 연준 정책 노선이 물가 우려에서 시스템 리스크로 전환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전일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채 2년물 금리가 3.9764%로 하루 만에 13.3%나 폭락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 43.9%가 오는 6월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해당 시나리오대로면 최종금리는 5~5.25%이며, 연말 금리수준은 4~4.25%다. 시장 내에서는 3월 금리동결부터 양적긴축 중단 시나리오까지 제시되고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SVB 사태는 이러한 통화정책의 파급 효과가 시차를 두고 경제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는 신호"라며 "소프트랜딩 기대가 컸던 상황에서 미국 경제의 위험을 나타낸 뚜렷한 신호가 나타났다. 연준이 갑자기 완화적으로 변할 가능성은 낮지만, 과도한 긴축 리스크 또한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고용지표도 '피벗(정책전환)' 가능성을 지지한다. 미 2월 비농업 부문 실업률은 3.6%로 전망치(3.4%)를 상회했다. 반면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 대비 0.24%, 전년 동기 대비 4.62% 상승하며, 시장 전망치(0.4%, 4.8%)를 모두 하회했다. 고용발 물가상승 압력에 대한 우려를 일부 해소한 셈이다. 실제 2월 CPI 상승률도 6%로, 전월 대비 0.4%포인트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골드만삭스가 3월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고, 노무라 증권은 한 발 더 나아가 0.25%포인트 금리 인하와 양적긴축 중단을 전망했다

다만 금리 동결 가능성에 대해 시장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 연구원은 "SVB 사태가 진정되려면 미 연준 등 글로벌 주요국의 긴축기조 전환이 확인돼야 한다"며 "미 연준의 정책기조 전환 등을 통해 뱅크런 현상 진정 등 신용위험 해소를 확인하고자 하는 심리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남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SVB 파산이 전반적인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 평가하며, 이달 0.25%포인트 금리인상을 예상했다.

특히 그는 "SVB 파산은 금융여건을 악화시킬 수 있지만, 수요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노동수요와 총수요를 억제해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며 "SVB 파산이 단기자금에 대한 유동성 프리미엄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3월 FOMC에서 0.25%포인트 인상만으로도 0.5%포인트 인상에 상응하는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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