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파산 후폭풍에···카드사 '지급결제업' 진출 삐걱?
SVB파산 후폭풍에···카드사 '지급결제업' 진출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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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화은행 본보기에서 리스크 관리 실패 사례로 부각
확산된 금융리스크···종지업 논의 제동 가능성 '점증'
소비자보호, 건전성 개선 등 선결 과제로 재부상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카드업계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종합지급결제업(종지업)' 도입 논의가 시작 전부터 삐걱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금융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금융 당국의 정책 최우선 순위가 '혁신'이나 '은행 과점체제 견제'보다 '금융시스템 안정'에 방점을 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제2차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를 통해 종지업 등 비은행권 지급결제업무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은행-비은행권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카드·보험사 종지업 허용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계좌 허용 △비은행 정책모기지 확대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카드업권은 종지업 허용에 대해 환영하고 있다. 종지업 도입시 카드사도 계좌발급이 가능해져 급여이체, 대금·보험료 납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수수료가 절감될 뿐만 아니라, 비금융 사업자의 제휴도 용이해져 서비스 영역도 확대될 수 있다.

문제는 최근 SVB 사태로 금융시장 내 시스템 리스크가 확산됐다는 점이다. 미 정부와 중앙은행의 긴급조치에 힘입어 연쇄 파산 등은 피했지만 예금인출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 여파가 국내에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특히 SVB는 기술산업과 관련된 투자사와 스타트업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특화은행이다. 금융당국이 1차 회의 당시 은행 과점체제 해소를 위한 특화은행의 예시로 들만큼 주목도가 높았지만, 오히려 실패사례로 남게된 셈이다. 이 때문에 향후 당국의 감독 방향이 고객 편익 제고, 금융혁신 등에서 건전성 제고로 선회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위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논의 결과' 자료 일부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논의 결과' 자료 일부 (자료=금융위원회)

종지업 논의 과정에서 반대측 핵심 논거 역시 리스크 취약성이었다. 통상 종지업 계좌는 예금보호제도가 적용되지 않아 소비자 보호 측면에 취약하다. 지급결제 관련 규제 수준도 은행 대비 미흡하다. 상대적으로 건전성 관리 능력이 취약한 카드사로 자금이 몰릴 경우 결제 리스크가 커진다는 점도 우려 요소다.

건전성도 악화됐다. 지난해 한국기업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카드사 연체전이율(정상→2개월 연체)이 2분기 이후 카드대출자산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전체 카드대출 내 다중채무차주가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3분기 기준 80~90% 내외로 절대적 수준이 여전히 높다.

당국이 혁신에서 건전성 관리로 감독방향을 선회할 경우 종지업 논의는 상대적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한 데이터, 신용정보평가업(CB) 등 신사업 진출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결과적으로 SVB의 파산 사태는 특화은행, 종지업 등 당국의 구상을 어그러뜨리기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송기종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금융평가3실장은 "SVB 사태는 팬데믹 이후 저금리 상황 속 사업모델 상 특성에 따른 예수금의 급증과 높은 기업 예금 비중, 잘못된 채권 듀레이션 전략이 결합된 결과"라며 "이는 중위권 은행조차 금리 위험을 적절히 관리하는데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한 금융 관계자는 "SVB 사태 여파를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지만, 뱅크런 등 신용위험에 대한 경각심은 확연히 높아졌다"며 "스몰 라이선스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보다 보수적인 해석이 들어갈 수 있으며,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더 강한 규제가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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