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에 놀란' 당국, 은행에 '완충자본' 검토···"과점깨기 논의는 계속"
'SVB에 놀란' 당국, 은행에 '완충자본' 검토···"과점깨기 논의는 계속"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5일 은행 제도개선 TF 3차 실무회의 개최
'스트레스 테스트' 반영 손실흡수능력 제고
은행 희망 퇴직금 '주총 승인 후 지급' 검토
'메기' 스몰라이선스·특화전문은행 등 추진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제3차 회의에서 은행권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건전성 제도 정비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제3차 회의에서 은행권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건전성 제도 정비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금융당국이 '경기대응완충자본(CCyB)'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은행별 스트레스테스트(ST) 결과에 따라 추가 자본 적립 의무를 차등하는 '스트레스 완충 자본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은행들이 향후 불확실성에 대비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건전성 제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미국발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이어 시그니처은행까지 폐쇄됐지만 은행권 과점 체제를 깰 방안으로 거론된 스몰라이선스, 특화전문은행 등 이른바 '메기'에 대한 논의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은행권 보수체계도 전면 재점검하기로 했다. 은행권 희망퇴직금 지급안은 주주총회 등에서 주주로부터 평가받는 방안이, 성과급은 외부적 요인보단 실질적 성과에 따라 중장기적 요인을 반영하는 등 보다 투명하게 지급하는 방안이 각각 추진된다.

◇"불확실성 대비 중요"···스트레스 완충자본제도 도입 등 추진

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 '제3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제도 정비 방안을 논의했다고 16일 밝혔다. 당국이 자본 적정성과 충당금 제도 정비에 나선 것은 지난해부터 금리·환율이 급격히 오른 데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보통주 자본 비율은 12.26%로 규제 비율(7.0~8.0%)을 상회하고 있으나, 채권평가손실 등의 영향으로 2021년 말(12.99%) 대비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12.37%), 영국(15.65%) 등 주요국에 대비해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이에 당국은 연내 경기대응완충자본 부과를 적극적으로 검토키로 했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은 신용팽창기 은행에 추가 자본을 적립(0~2.5%)토록 하고 신용경색이 발생할 경우 이 의무를 완화해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해외 주요국 사례를 참고, 적립신호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도 전염병 등 예상치 못한 외부충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상시로 자본 버퍼를 유지토록 하는 '경기 중립적 경기대응완충자본'을 상시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당국은 '스트레스 완충 자본 제도' 도입도 추진한다. 해외 사례를 참고해 은행별 테스트 결과에 따라 추가 자본 적립 의무를 부과토록 하겠단 것이다. 이와 동시에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검증·사후관리를 강화하는 제도 정비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충당금 제도 역시 손질에 나선다. 은행에 대손준비금 추가적립을 요구하도록 하는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의 도입과 예상 손실 전망모형을 주기적으로 점검토록 하는 '예상 손실 전망모형 점검체계' 구축을 추진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본 적정성 제고 방안과 관련 상반기 중 세부 정비방안을 구체화하고, 하반기부터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며 "충당금 제도의 경우 현재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 절차가 진행 중으로, 상반기 중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희망퇴직금, 주총서 주주 평가받아야"···보수체계 재점검

당국은 이날 회의에서 주요 은행들의 성과급 등 보수체계 현황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은행 성과급의 경우, 혁신적 노력 외에도 금리상승 등 시장상황에 따른 이익 증가라는 점에서 일반기업과 달리 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장기적 성과까지 평가해 지급방법을 이연지급하는 한편, 지급수단도 현금뿐 아니라 주식·스톡옵션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특히 이들은 해외 금융사는 경영진의 성과를 국민과 시장이 알 수 있게 매우 투명하게 공개하는 점을 고려, 성과보수체계에 대한 보수위원회 안건 공개, 세이온페이(Say-On-Pay·금융사 경영진의 보수 결정 과정에 주주가 참여하는 제도) 도입 등 성과보수체계를 적극 공개·공시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국도 성과보수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외부적 요인보다는 실질적 성과에 따라 중장기적인 측면을 고려해 지급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최근 은행권의 대규모 수익은 임직원의 노력보다는 코로나 및 저금리 지속 등으로 대출규모가 급증한 상황에서 최근 금리상승이라는 외부적 요인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성과보수체계를 투명하게 공시하는 등 은행권이 스스로 개선하는 노력이 중요하고, 희망퇴직금은 상당히 큰 규모의 비용이 소용되는 의사결정인 만큼, 주주총회 등에서 주주로부터 평가받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의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인건비 비중과 개별 보수의 구성, 희망퇴직금 등에 대해 국내은행과 글로벌 주요은행을 비교분석, 추가 개선 여부를 검토해 나갈 방침이다.

◇"SVB사태 국내영향 제한적···경쟁 촉진 방안 마련"

한편, 김소영 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 앞서 최근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 (SVB) 파산 등이 우리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점검했다.

김 부위원장은 "최근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이어 시그니처은행까지 폐쇄됐지만 은행권 과점 체제를 깰 방안으로 거론된 스몰라이선스, 특화전문은행 논의는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국내 은행은 양호한 유동성과 충분한 기초체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미국 관련 은행들에 대한 익스포저도 크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향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높은 경각심을 갖고 관계기관과 함께 시장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등 금융안정 유지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SVB 사태로 '은행권 영업·경영 관행·제도 개선 TF'에서 논의 중인 스몰라이센스, 특화전문은행 도입에 영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TF는 금융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전제로 은행권 내 실질적 경쟁을 촉진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당초 계획대로 6월 말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금융위는 오는 22일 예정된 제4차 실무작업반에서는 예금 비교·추천 혁신금융서비스의 추진현황과 향후 계획을 살펴보고,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논의해나갈 계획이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