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의혹과 관련해 청구된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구속영장이 30일 기각됐다.
이창열 서울북부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전날 한 위원장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을 한 뒤 "주요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현 단계에서의 구속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어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의 정도, 수사의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피의자의 자기방어권 행사 차원을 넘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박경섭 부장검사)는 지난 24일 위계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한 위원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지난 2020년 방통위의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당시 TV조선의 평가 점수가 하향 조작된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를 받는다.
한 위원장은 29일 오후 영장심사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 "점수 수정 지시는 영장에 포함되지도 않았고, 수정된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방통위가 TV조선의 최종 평가점수를 고의로 깎았다는 의혹이 담긴 감사자료를 넘겨받아 수사해왔다.
검찰은 앞서 양모 전 방통위 방송정책국장과 차모 전 운영지원과장 등 2명과 심사위원장을 맡은 광주대 윤모 교수 등 3명을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양 전 국장과 차 전 과장이 TV조선의 최종 평가점수를 알려주며 점수표 수정을 요구했고, 윤 교수가 이들과 공모해 일부 항목 점수를 과락으로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심사 결과를 조작했다고 판단했다.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된 한 위원장은 지난 22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았다.
TV조선은 지난 2020년 심사에서 총점 653.39점으로 1천점 만점에 650점 이상인 재승인 기준을 넘었다.
그러나 중점 심사 사항인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과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 항목에서 210점 만점에 104.15점을 받아 50%에 미치지 못한 과락으로 조건부 재승인됐다.
TV조선은 한 위원장 소환 전날인 21일 과락 없이 창사 이래 최고점수로 4년간 재승인 의결을 받았다.
지난해 가을부터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대통령실 관계자부터 김홍일·김후곤·박만 등 검찰 출신 변호사까지 다양한 인사가 후보군으로 언급됐지만 현재로서는 다시 오리무중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