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가짜뉴스와 비판보도
[데스크 칼럼] 가짜뉴스와 비판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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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선 가짜뉴스 때문에 천문학적 배상액을 물어줘야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020년 미 대선에서 개표 조작 의혹을 수차례 보도했던 폭스사가 투·개표기 제조업체인 도미니언 보팅시스템에 7억8750만달러(약 1조434억원)를 배상하기로 양사가 지난 18일(현지시간) 합의했다. 명예훼손 소송에서 공개된 합의금 중 최고금액이다.

앞서 도미니언 보팅시스템은 폭스사 소유의 폭스뉴스가 자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델라웨어주 법원에 16억달러(약 2조1197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의 발단은 보수성향의 폭스뉴스가 2020년 11월 미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로 "도미니언이 투표 결과를 조작했을 수 있다"는 주장을 앵커와 출연자 발언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노출한데서 비롯됐다.

이후 '부정선거 음모론'은 걷잡을 수 없이 퍼졌고, 이듬해 1월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 국회의사당을 난입해 사상자가 발생하는 초유의 사건이 터졌다. 

하지만 선거 결과를 조작했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지 못했다. 가짜뉴스는 결국 폭스사에 부메랑이 돼, 지난해 매출(140억달러)의 5%에 달하는 배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언론·출판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를 금과옥조로 여겨, 표현의 자유를 다른 국가보다 폭넓게 인정해 온 미국조차 가짜뉴스를 영리에 이용하는 것에 대해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처럼 전세계는 날로 대담해지는 가짜뉴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리 역시 예외가 아니다. 가짜뉴스는 우리 사회의 광범위한 분야에서 활개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상마저 가리지 않고 있다. 

더구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빛의 속도로 퍼지는 가짜뉴스의 파급력은 가짜를 사실로 둔갑시킬 때도 적잖다. 특히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 주목하는 '확증편향'이 덧씌워질 경우 가짜뉴스의 파괴력은 더욱 위력적이다.

가짜뉴스를 방치할 경우 사회적 갈등과 반목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건강한 여론마저 왜곡시켜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역시 지난 20일 가짜뉴스 심각성 등을 감안해 총력 대응키로 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가짜·거짓 뉴스의 전염력과 전파력은 의학적인 전염병보다 속도가 빠르며, 변종과 재가공 형태도 교묘하고 집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달 초 언론진흥재단 산하에 '가짜뉴스 신고·상담센터'를 설치해 가짜뉴스로 인한 국민 피해 신고를 받고 구제 절차에 대한 상담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내 '사실은 이렇습니다' 코너, KTV '정책 바로보기 등 정부 대표 소통채널을 통해 국민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리는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문제는 정부 주도의 대응과 대책에는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비판적 보도마저 권력의 입맛에 따라 가짜뉴스로 포장될 경우 그 해악은 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가짜뉴스는 퇴출 대상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비판이나 의혹제기마저 가짜뉴스로 포장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자 제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은 "신문이 없는 정부와 정부가 없는 신문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정부가 없는 신문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짜뉴스가 판치는 이 시대에도 제퍼슨이 남긴 명언이 유효한 이유는 펜의 힘은 살아있는 권력을 향했을 때 빛을 더하기 때문이다.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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