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페트로 위안화 굴기?
[홍승희 칼럼] 페트로 위안화 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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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위안화 거래를 받아들이는 나라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주목되고 있는 것이 페트로 위안화 굴기라는 중국의 꿈이다. 이 정도로 당장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패권에 의구심이 싹틀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미국이 중국을 향해 무역 분쟁을 촉발하던 초기부터 다소 무리한 논리로 밀어붙인 정황이 있고 그로인해 조바심을 노출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분쟁이 장기화하고 차츰 그 강도를 높여갔지만 그 기간 중 다른 대외정책 등에서 여러 패착을 둠으로써 중국에 돌파구를 제공하는 결과를 자초했다.

그런 미국이 제공한 돌파구의 하나가 중국과 러시아의 금융결속과 더불어 미국에 서운함을 갖게 된 국가들을 그 바구니 속으로 들어가게 만들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러시아를 국제 금융결제망에서 제외시킴으로써 하나의 블록을 만들도록 떠밀었고 달러를 기축통화로 만든 일등공신인 사우디가 반대급부로 약속받은 방위에 불안을 느끼게 만듦으로써 중국으로 한걸음 더 다가가게 만들며 달러 패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키웠다.

그러나 미·중 분쟁이 심화되면서 더 치명적인 타격은 세계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게 됐다는 점이다. 처음 분쟁이 촉발될 때는 예상할 수 없었던 코로나 팬데믹이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변수들이 끼어들기는 했지만 그게 아니어도 전 세계에 역사상 유례없는 풍요를 안겨줬던 밸류 체인을 끊어내는 도발이 세계 경제의 후퇴로 이어질 것이라는 정도는 계산됐어야 마땅하다.

미국이 거의 대부분의 소비재 생산을 해외에 의지하면서도 막강한 금융 파워로 세계 경제의 지배력을 유지하던 기존 시스템이 스스로 시작한 분쟁으로 위협받는 아이러니에 서둘러 자국내 생산시설을 확보하겠다고 또 다른 무리수를 두기 시작하며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이는 미국의 공격이 우방국이나 미국 투자를 확대하려는 우호적 외국 기업들에게 향하면서 미국에 대한 신뢰를 흔들고 있다.

미국을 보고 있으면 마치 몸을 쓰는 일은 남에게 맡기고 머리만 쓰며 지배력을 지키려다가 근육 손실로 건강이 악화되니 이를 수혈로 치료하자고 나서는 모양새다. 금융은 혈액이고 금융시스템은 혈관이라면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은 근육으로 볼 수 있고 글로벌 경제가 활성화된 시기 미국은 절대적인 금융 우위에 취해 있었다.

값싼 외국 제품들이 미국 소비자들을 풍요롭게 만들었다는 기여는 무시되고 미국 내 실업률이 증가하는 책임만 생산국들에게 돌리는 어린아이 같은 투정에 더해 뒤늦게 2위 국가로 급부상한 중국의 성장세에 조바심을 내기 시작한 게 무역분쟁의 바탕이다. 그 이전까지 소련이나 일본 등 다른 2위 국가를 상대했던 방식대로 중국에 금융압박을 가했지만 중국은 그런 미국의 압박에 대처하는 방식이 다른 나라들과는 달라 미국도 놀라고 있는 듯하다.

물론 그렇다고 중국의 위안화가 당장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일반적인 전문가들의 견해다. 아직 중국 스스로가 기축통화국이 될 만한 전제조건들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이른 시일 내에 그 조건들을 갖출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

다른 여러 전제조건들이야 그간 중국사회가 변화해온 속도로 봐서 갖춰갈 수도 있다고 봐도 정치체제가 가까운 미래에 바뀔 여지는 희박하다. 게다가 지금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와 달리 금융위기의 현실은 대외적으로 통제되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각국 정부나 국제기구 등에서는 사실을 축소, 은폐하고 있지만 현재 각국의 부채 실상은 상당한 폭발성을 내재하고 있다. 당장 기축통화국으로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던 미국 국채의 안전성에 회의가 일고 있다.

정부 부채규모의 증가는 금융자본의 국채 보유비중 확대로 이어져 결국 금융시스템의 위기를 초래할 뇌관이 되고 있다. 미국 정부나 연준에서는 최근 잇단 은행 도산에 대해 금융시스템의 위기까지는 아니라고 밝히고 있지만 전세계 선진국들이 너나없이 늘려온 부채에 더해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위험성은 낙관할 수준을 넘어선다.

개인 간 싸움도 자존심이 걸리면 통제가 힘들어지듯 국제관계도 그렇게 확전으로 이어진다. 경제전쟁도 다를 바 없다. 그게 감정적인 것보다 무서운 이익을 건 싸움이기에 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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