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미국의 자가당착과 한국의 선택
[홍승희 칼럼] 미국의 자가당착과 한국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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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정부의 일방노선 선택으로 인해 앞으로 경기 전망에서 미국의 영향은 더욱 커지게 됐다. 미국보다 더 컸던 대중국 무역에 심대한 타격을 입으며 한국의 무역수지는 계속되는 적자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물론 세계 경기가 다 나쁘니 교역 여건 악호는 불가피하겠지만 적어도 중국과의 관계가 망가지지 않았다면 적어도 지금과 같은 적자 수준은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등만 바라보는 선택을 했다고 미국과의 교역이 더 나아지지도 않고 있다.

지금 미국은 거의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조바심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라는 자만심에 그간 우호적이었던 국가들까지 서운하게 만들며 언제라도 등돌릴 수 있는 관계로 비틀어버렸다.

적어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까지 러시아는 미국이 쳐놓은 국제 금융시스템에 얌전히 순응했으나 미국이 러시아 제재를 천명하며 국제 금융결제망에서 러시아를 퇴출시켜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를 더 밀착시켰다. 이는 미국이 그토록 압박을 가한 중국에는 달러패권을 흔들 수 있는 더없이 좋은 패를 던져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런가 하면 모든 오일 결제를 달러로만 해줌으로써 달러패권을 공고히 해주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그 대가를 소홀히 하는 미국에 실망해 이제 위안화 결제도 허용하며 위안화의 위상을 높여줬다. 게다가 미국의 오랜 무시에 지친 브라질도 무역거래에서 위안화 결제를 승인했다.

미국의 규모에 비하면 작지만 그래도 세계 9위, 12위 수준의 경제 강국들이나 아직은 강력한 오일 파워를 갖고 있는 사우디, 이란, UAE 등 중동 산유국들이 달러 대신 위안화로 교역할 수 있는 그들만의 결제망을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분명 미국 외교의 연속적인 패착의 결과들이다. 이 정도로 위안화가 당장 달러패권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현 세대 유일무이한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에 작은 균열을 만들 단초는 된다.

국제적인 흐름이 달러 파워의 점진적인 약화를 예고하기는 했다. 따라서 최근의 이런 흐름이 꼭 지난 1년여 간 미국의 외교행보의 결과만은 아니지만 적어도 미국의 일방적이고도 폭력적인 금융공격을 거침없이 휘두르기 전이라면 변화를 늦출 수는 있었을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현재 한국 정부는 마치 냉전시대의 진영논리에 취한 듯 미국의 명령 같은 요구에 무조건 맞춰주기에 급급해 남의 적을 나의 적으로 만드는 우를 범하고 있다. 미국 아래 일본, 일본 아래 한국이라는 굴욕적인 구도에서 간신히 벗어나 적어도 일본을 거친 대미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해온 앞선 정부의 모든 노력들을 물거품 만들면서.

한국이 미국을 소홀히 할 입장은 결코 아니고 또 이를 모를 사람도 없다. 그러나 전쟁이든 비즈니스든 우호세력은 늘리고 적은 최소화하는 것이 국가의 생존력을 높이는 기본자세다.

미국과 잘 지내는 것과는 별개로 다른 모든 교역국과도 원만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안보나 경제 모두에서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외교적 처세다. 과거의 가난하고 힘없던 한국으로서는 불가능한 처신이었지만 지금의 한국은 적어도 한 국가의 똘마니 노릇하는 그런 굴종적 관계에 목매달 처지에서는 벗어날 정도는 된다.

미국은 지금 물가안정과 성장 가운데 일단 물가안정을 우선순위로 두고 가파른 금리인상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물가안정에 절대적으로 기여해온 중국과의 교역에 스스로 제동을 걸었고 산유국들은 미국과의 협력에 소극적인 자세로 돌아서려 하고 있다.

당장 미국과 등을 돌리는 단계로 나아가지는 않더라도 산유국들이 국제유가 안정을 위한 미국의 요구에 과거보다는 덜 협조적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입장에서도 중동 오일의 비중이 낮아졌기에 중동과의 관계에 관심이 떨어졌겠지만 적어도 미국이 추격을 미리 차단하려고 애쓰는 중국과 그 중동국가들이 친밀해질수록 미국의 전략에 타격이 가해질 것이다.

세계적인 밸류 체인을 미국의 손으로 망가뜨린 결과가 미국의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 대신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돌려받았고 그를 대처하느라 가파르게 금리를 끌어올린 결과 금융시스템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린다는 겻을 빌미로 첨단산업들의 기술 노하우까지 공공연히 탐내고 있지만 자국 기업과의 거의 노골적인 차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분쟁 당사국들 사이에서 최소한의 균형만이라도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면 적어도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그런 수모와 위협은 덜하지 않았을까 안타까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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