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중국시장 독점하고 싶은 미국
[홍승희 칼럼] 중국시장 독점하고 싶은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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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경제는 쌍둥이 적자로 비상이 걸린 상태지만 국내에서 언론은 의외로 조용하다. 쌍둥이 적자는 IMF 구제금융을 초래한 외환위기 때 이후 처음 겪는 큰 위기다.

특히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입장에서 무역수지를 넘어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고 또 단시간 내에 이 상황이 해소될 수 있다고 장담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정부는 중국의 수요가 살아나면 무역수지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보이지만 대중국 외교가 수교 30년 만에 가장 심하게 파국을 향하는 상황에서 신뢰할만한 전망은 못된다.

미국과 중국은 몇 년간 이어진 분쟁을 수습할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은 뒤늦게 미국의 3중대를 자처하며 중국과의 외교를 후퇴시켜 자칫 홀로 유탄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1년여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미국이 잡고 싶은 물고기였으나 최근 미국을 향한 일방적 충성을 표하면서 이미 잡은 물고기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한국 GDP 중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 수출 길을 이런저런 구실로 계속 틀어막으려는 미국의 폭력적 요구가 잇따르고 있으나 이에 대해 한국 정부의 대응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미국은 지금 첨단 반도체를 독점하고 싶어 하고 첨단 반도체 개발, 생산에 두각을 드러낸 한국을 오히려 산하에 두고 간섭하고자 한다. 그러면서도 반도체 수요가 가장 많고 또 앞으로도 늘어날 중국시장은 미국 반도체가 독점하도록 길을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다.

중국이 마이크론의 중국내 비즈니스에 제동을 걸자 미국은 동맹국들이 마이크론 대신 중국에 반도체를 팔지 못하도록 협조라는 이름의 겁박을 하고 있다. 이미 미국은 한국의 스마트폰이 밀려난 시장에 애플을 허용해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현대차는 완전히 밀려나버린 중국시장에서 미국의 테슬라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미국 기업의 중국 진출에는 손을 놓고 구경하면서 유독 한국이 두각을 드러냈거나 두각을 드러내고자 하는 분야마다 미국시장에서도, 중국시장에서도 발붙이기 힘든 제약을 걸며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원료의 대부분을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현실에서 2차 전지의 중국산 비중을 문제 삼으며 한국산에만 유독 제약을 가하고자 한다.

미국과 중국이 손을 잡으면 한국처럼 규모가 작은 경제단위는 단시일에 심각한 침몰을 경험할 수 있다. 과거에는 미국 단독의 힘으로도 빠르게 성장하는 2위국들을 위기로 몰아넣는 일이 가능했던 미국이지만 지금은 2위국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에 힘이 부친 것을 지난 몇 년간의 무역분쟁으로 실감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중국과는 적당한 수준에서 협상하며 중국시장을 독점하고 그를 위한 희생양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이제 그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인플레 압력을 벗어나며 보다 확실한 강달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지금보다 조금 더 금리를 올려 6% 금리까지 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그 희생양을 확실히 몰아가는 미국 특유의 전술로 해석된다.

이 경우 미국 3중대를 자처하고 나선 한국은 쌍둥이 적자까지 겪고 있고 GDP에서 무역 비중이 절대적인 한국이 미끼로 던져질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이런 미국의 전략에 중국이 온전히 말려들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이 지점에서 한국이 중국과의 교역을 다시 확대하고 양국간 관계를 개선해 미끼의 처지를 벗어날 여지가 생긴다. 중국이 과감하게 마이크론을 손절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체할 수 있는 한국의 반도체가 자리하고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미국보다 가벼운 상대일 뿐만 아니라 미국이 중국 첨단산업의 목줄을 온전히 쥐도록 허용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도 가뜩이나 눈에 거슬렸던 마이크론을 손절할 수 있는 계기는 충분할 것이다. 마이크론의 역사 자체가 새로운 경쟁사의 싹을 자르기 위해 미국 정부와 의회를 앞세워 해당 기업이 속한 국가의 경제 자체를 절단낸 이력으로 점철됐다고 봐도 무방하니까.

문제는 과연 새로운 위험과 가능성이 동시에 열린 작금의 기회를 현재 한국 정부의 외교적 스탠스로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점이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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