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치솟는 연체율 충격 대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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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금리상승, 경기둔화, 부동산시장 침체 등 영향이 가시화되면서 금융권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안전성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상황은 아닙니다."

금융 당국이 지난 25일 '가계대출 동향 및 건전성 점검회의'를 통해 내놓은 설명이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연체율이 일제히 상승하며 부실 우려가 제기되자 당국이 진화에 나선 것이다. 이날 당국은 향후 연체율이 관리가 안 될 정도로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는 일각의 전망에 대해 '과장된 시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국이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야 할 정도로 최근 금융권 안팎에선 빠르게 오르는 연체율에 대한 우려가 어느 때보다 짙은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금리가 가파르게 올랐고,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부동산시장도 여전히 침체 상태다. 대출 금리가 뛰면서 갚을 돈이 불어나는데도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으로 많은 이들의 대출 상환 여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그사이 낮게 유지되던 연체율은 상승 추세를 탔다. 실제로 2022년 6월 0.20%까지 내려갔던 은행의 연체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차 오르고 있다. 지난 1월 말(0.31%)에 전월 대비 0.06%포인트(p) 오른 데 이어 2월 말(0.36%)엔 지난 2020년 8월(0.38%)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3월엔 전월 말 대비 0.03%p 떨어진 0.33%를 기록했지만, 이는 분기말에 은행들이 연체채권 관리를 강화한 데 따른 이른바 '분기말 효과'에 기인한 결과다. 4~5월에는 연체율이 다시 올라갈 것이라는 게 대다수의 시각이다.

신용도 낮은 고객이 상대적으로 많은 제2금융권의 연체율 상승도 심상치 않다. 같은 기간 업권별 연체율은 저축은행이 5.07%(1.66%p↑), 상호금융은 2.42%(0.90%p↑), 카드사는 1.53%(0.33%p↑), 캐피탈은 1.79%(0.54%p↑)로 집계됐다.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등은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적극 취급했던터라 일부 금융회사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욱 큰 모습이다.

문제는 금리가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고려하면 연체율은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오는 9월 말 코로나19 대출의 상환 유예가 종료되는 등 연체율 상승 압력을 높이는 재료도 여전하다. 일단 정부는 최근의 상황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못박고 있지만, 연체율 상승 폭이 크다는 점은 여전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물론 건전성에 대한 시장에서의 우려가 지나치다는 당국의 해명도 일면 수긍이 간다. 당국은 금융사들에 대해 자기자본 확충, 충당금 추가 적립을 유도하는 '투 트랙' 방식을 펼치고 있으며, 4대 금융지주는 지난 1분기에 1년 전의 2.4배에 이르는 대손 충당금을 쌓았을 정도로 '부실 방파제'를 높게 쌓고 있는 상태다.

불안 심리가 확산하면 걷잡을 수 없는 것이 금융의 생리인 만큼 과도한 불안감 조성은 지양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현재 상황이 경각심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 한계상황까지 내몰린 가계와 기업이 수면 위로 속속 드러나고 있는 만큼, 아무리 경각심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낙관보다는 충격에 대비해 방파제를 미리, 더 높고 강하게 쌓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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