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민화(民畵), 평안한 삶에의 소망
[전문가 기고] 민화(民畵), 평안한 삶에의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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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숙 갤러리 향원재 관장
안호숙 갤러리 향원재 관장

민화(民畵)는 조선후기 우리의 조상들이 생활 속에서 가족들의 안녕과 평안, 출세, 즉 오복을 기원하던 그림이다.

일례로 모란도는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과 장수를 상징하는 바위를 더하여 오래오래 풍요롭게 잘 살기를 소망했던 우리 조상의 마음이 담긴 그림이다. 이와 같이 민화는 감상화가 아니고 우리의 삶 속에서 더 나은 생활에 대한 갈망을 표현한 옛 그림이다.

더 의미있는 것은 민화가 우리나라 최초의 대중문화라고 할 수 있는 점이다. 조선에서 봉건제가 무너지기 전까지 평민들은 이러한 문화를 향유할 수 없었다. 그러나 18세기의 사회경제적 변화로 계급이 무너지고 경제가 발달, 평민들의 생활이 나아지면서 일반 백성들도 양반계층의 문화를 모방하여 민화를 길상화로 즐기기 시작했다. 물론 소재는 모두 양반문화에서 가져왔으나 의미는 평민들의 소망으로 변용시켜서 말이다.

예를 들면 대학자인 정조의 기록에 처음 등장한 '궁중책가도'가 학문을 숭상하고 왕으로서 치도를 위한 감계화로 유교국가의 이상을 지향한 공리적 가치관이 담겨있다면, 아래로 내려와 사대부가 향유한 '책가도'에는 안경 또는 값비싼 중국 골동과 같은 새로운 문물을 통한 신문화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평민들의 '책가도'는 '책거리'로 저변화되어 아들을 원하고 그 자손들이 과거급제와 같은 입신양명으로 집안의 번성과 부모에게 효를 드리는 송축기원도로 변용되었다.

이 때문에 '책거리'를 보면 책가(冊架)는 부제이고 각종 길상 상징들, 즉 아들을 소망하는 씨 많은 과일과 소채가 빼곡하고, 출세를 상징하는 공작, 문방 등 길상 상징이 주제가 되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와 같은 민화는 후에 계급상하를 막론하고 크게 유행하여 생활 속에 자리 잡았으며, 우리의 귀중한 문화재로 남아있다. 행복한 소망을 담은 그림으로 즉 다수인 대중의 힘이라 할 수 있다.

모란괴석도(왼쪽)과 관상가관도 (사진=갤러리 향원재)
모란괴석도(왼쪽)과 관상가관도 (사진=갤러리 향원재)

이와 같은 맥락으로 최근 흥미로운 민화 전시가 있다. 옛날 우리의 조상이 그러했듯 고사유속(故事遺俗), 소재와 이야기는 옛 민화에서 그대로 가져와 전통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으나 표현은 현대의 감성을 담아 옛 민화처럼 자유분방하게, 거침없이 표현했다.

민화이되 민화를 넘어선 현대회화다. '언제나 행복'을 주제로 전시 중인 박하경 민화작가의 '관상가관도(冠上加冠圖)'가 바로 그것이다. 벼슬을 동음이자(同音異字)로 읽어, 닭벼슬을 '벼슬'로 해석한 그림이다.

우리 말 벼슬은 관직이다. 닭 벼슬과 벼슬을 닮은 맨드라미를 함께 그려 입신출세의 최고 경지를 소망한 그림이다. 요즈음처럼 어려운 때에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마음과 젊은 청년들의 기도를 담은 그림이다. 기법 또한 자유로운 선과 임팩트한 터치 그리고 묘한 색채로 아주 유쾌하나 수탁이 마치 엄마인듯한 분위기로 읽어진다. 말 그대로 언제나 행복을 기원하는 그림이다.

여전히 민화에는 가족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아름다운 풍속이고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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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자 2023-06-24 09:43:22
귀한글 잘 읽고 갑니다 늘 건강하셔요 관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