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환대출 초기 흥행에도 아쉬움 남는 이유
[기자수첩] 대환대출 초기 흥행에도 아쉬움 남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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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지난달 31일 모습을 드러낸 대환대출 플랫폼이 이틀 만에 1055억원 규모의 '대출 갈아타기'를 지원하는 등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틀간 이동한 대출 건수만 3887건에 달했고, 이튿날 대환대출 이용 건수와 금액은 첫날 대비 두자릿수 이상 증가하는 등 가파른 수요 증가를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대환대출 플랫폼의 흥행이 무색하게도 출시 첫날부터 시스템 곳곳에선 각종 오류가 감지됐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대환대출 플랫폼 사업 추진을 공식화한 후 약 6개월이 지났지만 준비가 미흡했던 것 아니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오류는 '더 낮은 금리의 대출'을 추천해준다는 플랫폼 목적에 맞지 않게 더 높은 금리의 상품을 추천한 경우다. 같은 금융회사 상품을 입점했더라도 대출비교 플랫폼별로 추천 결과가 다르게 나와 차주들이 혼란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다.

대출비교 플랫폼과 금융회사 간 제휴가 마무리되지 않아, 사실상 대출상품을 한눈에 비교해보기 어렵기도 했다. 특히, 플랫폼별로 비교·대환할 수 있는 대출 라인업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손쉬운 원스톱 갈아타기 서비스'란 취지가 무색하게 차주들은 일일이 금융사·핀테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발품을 팔아야 했다.

그나마 가장 많은 금융회사들과 제휴를 맺은 카카오페이와 토스도 출시 당일날까지 서비스를 완벽하게 마련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당일 기준 카카오페이는 16개 금융사(시중은행 8개·제2금융권 8개), 토스는 17개 금융사(시중은행 6개·제2금융권 11개) 상품을 제공했는데, 두 기업 모두 이달 초까지 상품 라인업을 금융사 20곳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출시 첫날 대환대출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했던 차주 입장에선 더 많은 금융사의 대출상품을 비교해볼 수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플랫폼사들은 향후 더 많은 금융회사들과 제휴를 맺고 상품 라인업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바꿔말하면 이는 공식 오픈 날까지 세부 인프라 구축과 제휴 등의 절차가 마무리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신한은행 등 자체 대환대출 플랫폼 마련에 나선 금융회사들도 인프라 오픈 일정을 이달 중순으로 잡은 상태다. 각 금융사 앱에서 제공하는 대환대출 서비스의 경우 자사 상품으로만 대환이 가능하도록 했는데, 고객 편의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이같은 문제는 예견된 바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참여 금융회사와 핀테크 간 협업을 전제로 하는 사업인 만큼 양측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업권 간 이해관계는 물론 같은 업권 내에서도 뜻이 서로 다른 탓에 막판까지 의견 조율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정부 주도 사업인 만큼 조율 과정에 금융당국이 더 적극 나서야 했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당국은 출시 직후 있었던 오류에 대해선 초반 전산시스템이 안정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시스템이 안정화된 만큼 오류는 상당 부분 해소됐고, 향후 플랫폼 내 유리한 조건의 대출상품 라인업도 지속 증가할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고금리에 고통 받던 차주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대환대출 플랫폼이 완전한 모습으로 공개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다. 인프라가 완전하지 않다 보니 출시 초반의 흥행을 이어갈 동력이 사라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환대출 플랫폼이 금리상승기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을 줄여줄 획기적인 시스템이 될 것이란 당국의 대대적인 홍보가 무색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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