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休] 탁한 마음 다스리는 인제 '자작나무 숲'
[휴:休] 탁한 마음 다스리는 인제 '자작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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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내엔 산촌박물관·박인환문학관···28일 기적의 도서관 개관
번지점프·슬링샷에 막국수 등 먹거리···속초행 경유 관광지 각광
인제 자작나무 숲 (사진=김무종 기자)
강원 인제 자작나무 숲 (사진=김무종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무종 기자] 서울과 속초를 왕복하길 얼마나 했을까. 그만큼 인제도 지나쳤다. 조금만 샛길로 샜다면 인제 자작나무 숲을 진작에 보았을텐데.

오전에 방문한 자작나무 숲 주차장은 여유 공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찾는 이가 많았다. 이렇게 까지 유명했던가. 코로나19 기간중에도 연 20만~30만명이 찾았다고 한다(2019년엔 43만명).

주차하고 초입부터 자작나무 숲이 있으리라 생각한 것은 잘못된 거였다. 자작나무 숲은 입구에서 최소경로 두 시간, 제대로 보려면 네 시간 짜리 경로를 걸어야 했다. 한 시간 가량 다녀오는 꿀팁도 있다. 달맞이 숲 코스로 가 자작나무 숲을 만나고 다시 내려오는 방법이다. 

인제 자작나무 숲은 달맞이 숲 코스를 경유하면 절경을 이룬다. (사진=김무종 기자)
인제 자작나무 숲은 달맞이 숲 코스를 경유하면 절경을 이룬다. (사진=김무종 기자)

일행들이 이쁜 길에 꽂히는 바람에 가장 긴 경로를 탐색하게 됐다. 달맞이 숲길을 경유하는 길이다.

자작나무숲에는 8개 탐방 코스와 원대임도(아랫길), 원정 임도(윗길)까지 더해 총 10개 탐방로가 개설돼 있다. 코스 선택은 안내소 곳곳에서 약도와 숲 해설사가 배치돼 있어 참고하면 된다. 최단 거리는 원정임도를 거쳐 자작나무숲까지 돌아오는 왕복 6.4㎞ 코스다. 여유롭게 걸으려면 원대임도(2.7㎞), 달맞이숲코스(2.3㎞), 치유코스(0.4㎞), 자작나무코스(0.9㎞)를 거쳐 자작나무숲을 돌아보고 원정임도(3.2㎞)로 돌아오는 코스도 있다. 총 9.0㎞, 4시간가량 걸린다. 오후가 되면 입산이 통제되니, 미리 확인하고 일찍 서두를 필요가 있다.

함께 가기로 한 일행이 자작나무 숲을 그리도 가고 싶다고 오래 머물고 싶다고 하더니 결국 못와 더욱 기억이 난 자작나무 숲은 그만한 값을 했다.

인제 자작나무 숲 정상부에 오르면 인디언집을 만날 수 있다. (사진=김무종 기자)
인제 자작나무 숲 정상부에 오르면 인디언집을 만날 수 있다. (사진=김무종 기자)

수피(나무 껍질)에 불을 붙이면 기름기가 많아 자작자작 타는 소리가 나 자작나무라는 데 소리는 듣지 못했다. 하지만 어릴 적 눈 온 설악산을 혼자 거닐 때 동화의 나라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는 듯, 무엇에 홀리는 듯 자작나무 만의 특별한 흰 빛은 저 숲속 안에 요정이 있든가 무엇이든 있을 것만 같았다. 세상에선 보지 못한...

오르고 올라도 자작나무 숲은 광활했다. 70만 그루(6만㎡)가 된다는데 이를 인공적으로 심은 것이라는 데서 더욱 놀라왔다.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불과 11년 전에 개방했다. 화전과 솔잎혹파리 떼로 황폐했던 산자락에 1989년부터 산림청이 자작나무를 심었다. 여러 품종이 있을텐데 잘도 심었다. 자작나무가 이리 20미터 씩이나 잘 자라는 것일까. 

희고 굽지 않은 몸매는 우리 선비들의 기상을 닮았다고 해야 하나.

혼자만 서 있었다면 자작나무는 아름답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의 군무는 베트남에서 본 아오자이를 입은 여인네들보다 이뻤다. 백옥 같은 피부에 푸른 나뭇잎은 하늘과 붙은 나뭇가지 쪽에만 피었고 그 아래 사라진 나뭇가지 자리는 마치 사람의 눈 마냥 남아 있어 올라오는 우리를 여럿이 쳐다보는 것만 같았다. "너희들의 찌든 마음을 알아. 올라오면 묵은 때를 없애는 비법을 알려줄게."

위 시계방향으로 인제 기적의 도서관(6월 28일 개관), 산촌박물관, 박인환문학관 (사진=김무종 기자)

인제에는 읍내에 볼거리, 박물관과 문학관도 들러봄직 하다. 산촌박물관에는 옥수수 반대기, 송구떡 등 당시 먹거리와 내린천과 인북천이 합류하는 합강에서 목재를 정리해 한양(서울) 마포나루로 보내는 전시 모형도 볼 수 있다. ‘떼돈 번다’라는 말이 과거 인제 벌목장에서 생긴 말이다. 어부를 '남의 편'으로 둔 해설사를 만나면 꼭 해설을 청해 볼 것도 권한다.

산촌박물관 바로 옆에는 박인환 문학관이 있다. 박인환 시인에 대해 소상히 알 수 있는 기회도 그렇지만 당시 문인들이 교류하던 명동 거리와 포엠·모나리자·은성 등 가게들을 만들어 놓았으니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보자.

박인환 문학관 바로 옆에는 도서관도 한창 마무리 개관 작업 중이다. 오는 28일 기적의 도서관 이름으로 문을 여는데, 지하에 미디어 아트로 자작나무 숲을 비롯에 인제의 자연을 입체 화면으로 볼 수 있게 해놓았다.

선택의 순간. 63미터 인제 합강에 위치한 번지점프 (사진=김무종 기자)
낙하 결심의 순간. 인제 합강에 위치한 63미터 번지점프 (사진=김무종 기자)

읍내와 머지않은 곳에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63미터 번지점프와 슬링샷 체험도 할 수 있다. 일행 중 여성 동지들만 도전했으니 부끄러운 일이다. 가늘고 길게 살아야 한다는 변명은 아슬아슬했다.   

인제 읍내와 자작나무 숲 인근 막국수 유명 가게들도 가볼만하다. 

박상수 인제군 문화관광과장은 "지난해 15만명이 다녀간 인제 모터스포츠(인제 스피디움)를 비롯해 인제가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며 "황태산업 특구로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고, 기후변화와 저출산 시대에 향후 은퇴와 귀농귀촌 청년들에게도 각광받는 지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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