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달러당 7.2위안 돌파···디플레이션·부동산 리스크 확대
예상밴드는 1300~1345원···원화 강세 재료 부재에 상승세 전망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30원을 돌파하며 석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미 달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위안화는 디플레이션·부동산 리스크가 불거지며 약세를 보였다.
이번 주 원·달러 환율(14~18일)은 상승세를 보이며 1330원대를 중심으로 등락할 전망이다. 중국 경제지표 발표를 앞두고 상승압력이 우세한 가운데, 원화 강세재료가 부재하다는 점에서 상승세가 예상된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장 대비 6.1원 오른 달러당 1331.0원에 개장했다. 이는 장중 1336원을 기록했던 지난 5월 19일 이후 석달 만에 최고치다.
이번주 외환시장의 핵심 요인은 불확실성에 기반한 강달러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낸 달러인덱스는 현재 102.73선으로 지난 11일 저점 대비 0.4포인트(p) 이상 올랐다. 이는 약 한달 만에 최대치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국채 금리의 상승세 때문이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10일 3.97%대에서 현재 4.18%까지 상승했고, 30년물 금리는 4.13%대에서 4.29%대까지 올랐다. 2년물 금리도 같은 기간 4.75%대에서 현재 4.9%선까지 올랐다.
최근 미국 물가상승률이 둔화세를 보인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중단 기대감이 유입되면서, 장기채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 재무부의 자금조달 계획이 채권 발행 부담으로 이어진 것 역시 영향을 미쳤다.
미국 은행권 시스템 우려가 불거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8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 10개 중소형 은행의 신용등급을 한단계 하향하고, US뱅코프 등 6개 대형은행의 신용등급을 '잠재적 강등'으로 분류했다. 직후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두 급락하는 등 위험선호심리가 위축됐다.
물가경계감도 높아졌다. 7월 미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대비 0.8%, 전월 대비 0.3%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0.7%, 0.2%)를 웃돈 것이다. CPI의 선행지표로 알려진 PPI가 예상을 상회하면서, 8월 물가상승률이 재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졌다. 이 같이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달러 가치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위안화는 약세를 보이며, 원화 가치를 끌어내렸다. 이날 위안화는 달러당 7.23위안까지 절하됐다.
이는 부진한 중국 경기 회복세에 기인한다. 지난 9일 중국 관세청은 7월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14.5% 감소했다고 밝혔다. 2020년 2월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같은날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0.3% 감소했으며, PPI도 4.4% 하락했다고 전했다.
이에 한국은행 북경사무소는 보고서를 통해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 우려가 높아 당분간 중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오는 15일 발표를 앞둔 중국 7월 산업생산 지표가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며, 위안화 약세 압력을 확대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위안화의 '프록시(Proxy·대리)' 통화로 불리는 원화의 가치를 함께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
종합하면 글로벌 달러 강세와 위안화 약세가 함께 나타나며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특히 중국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현재진행형인 반면, 환율을 떨어뜨릴 재료가 부재하다는 점에서 이번주 환율 상승세가 유력해 보인다.
변수는 오는 17일 발표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과 오는 25일 개최될 잭슨홀 미팅이다. 이를 통해 여전히 견고한 연준의 긴축기조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주 원·달러 환율 예상 밴드는 1300~1345원이다.
[다음은 이번 주 원·달러 환율 향방에 대한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코멘트]
▲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리서치팀장 : 1315~1345원
1300원을 하회한 원·달러 환율이 다시 고공행진 중이다. 무디스의 미국 중소형 은행 신용등급 강등과 중국 대형 부동산개발업체의 달러채권 이자 미지급 소식 등 새로 전해진 악재의 영향이다.
다만 이번주 원·달러 환율은 주요 지표 소화 및 시장 악재 선반영 인식에 최근 상승폭을 되돌리며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채 발행 홍수에 따른 금리 상승 압박과 최근 악재에 시장은 적응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경기 부진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성장률 지표와 FOMC 회의록 발표에 대한 경계감에 낙폭이 제한적일 전망이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 : 1315~1340원
현재 외환시장 내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팽배한 가운데, 달러를 대체할 안전자산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이에 이번주 1345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되며, 그 이상 올라갈 경우 외환당국이 개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달러 지난주 한국내 이란 동결자금 해제로 원화 절하폭이 확대된 점은 하방경직성을 강화한다. 되돌림이 나타날 경우 1315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 1300~1340원
25일 잭슨 홀 미팅 전까지 달러는 박스권 등락을 보일 것이다. 추가 달러 강세 요인이 부재하지만, 약세를 유발할 수 있는 재료도 없다. 특히 미국 장기채 금리가 4%선에서 하방 경직성을 강화하고 있는 점은, 달러의 하방 경직성 역시 강화시키고 있다.
이번주 주목되는 재료는 중국 경제지표지만, 디플레이션 리스크 해소보다 우려를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개발업체의 연쇄적 디폴트 리스크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정책 대응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을 제어해줄 만한 재료가 없다. 단기 급등 정도가 추가 상승폭을 제한할 수 있지만, 하락 요인은 아니다. 단기적으로 달러보다 엔화와 위안화의 안정이 일단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