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바보 vs 통뼈
<기자칼럼>바보 vs 통뼈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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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지지 않는 정부-도대체 입이 몇개인가
LG카드 유동성 위기를 결국 또 은행들이 해결하게 됐다. 크게 팔을 걷어부친 것은 지난 4·3조치에 이어 두 번째다.

삼성과 1위 경쟁을 벌이며 타 카드사들에게까지 무분별한 카드발급을 촉진시켰던 LG그룹측은 이번 위기에 대해 국내 소비 위축과 연체율 증가, 신용불량자 확대 등이 집약적으로 반영된 현상인데 개인 대주주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며 구본무 회장을 감쌌다. 자신들의 경영 실패에 대한 언급이나 반성은 쏙 빼고 말이다.

지난 4·3조치 이후 LG카드는 무엇을 해 왔는가. 시장에는 LG카드가 몇 번의 외자유치 기회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경영권 유지에 대한 미련과 좀 더 높은 가격을 받아 보겠다는 욕심으로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아왔다. 업계 1위라는 대마불사의 오만도 작용했을 터다.

이런 그룹에 정부는 은행권 지원을 종용했다. 불과 6개월 전으로 돌아가 보자.

5월 15일, 금융감독위원회 김석동 감독정책1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하반기부터는 개별 카드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더라도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금융감독원을 통해 이 같은 정부의 뜻을 카드사에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한 카드사들은 정부 도움으로 3개월간 시간을 번만큼 하반기부터는 구조조정과 증자·합병 등을 통해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까지 했다.

같은 시기 금융감독원 김중회 부원장은 또 무슨 말을 했던가.

카드사들에 더 이상 카드채 만기연장 등의 조치가 없을테니 자본확충을 계속하고 여유 자금을 확보해 두라고 통보했다. 자생력이 없는 카드사들은 채권단의 판단과 금감원의 적기시정조치 등에 따라 퇴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가 바보인가 LG가 통뼈인가. 어쨌든 LG는 정부의 엄포를 그야말로 정확하게 엄포로 읽어냈다. 정부의 A라는 말을 B로 잘 받아치며 훌륭히 소화해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카드사들에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하겠다고 다시 엄포를 놨다. 어느 정신 빠진 카드사가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겠는가.

지난 여름 아시아에 사스(SARS) 공포가 엄습했을 때 중국 정부는 사스가 진정되고 있으니 안심하고 여행하라고 밝혔지만 당시 대부분의 서방 국가들은 이 말을 믿지 않았다. 당시 서방 언론들은 통계자료까지 조작 가능한 중국 정부의 특성상 믿을 수 없는 얘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 정부는 과연 중국과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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