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인수전, 결국 ‘머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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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자금지원 ‘난색’…국민연금 ‘러브콜’
인수자금 마련 쉽지않아, 포스코·현대重 유리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philip1681@seoulfn.com> 대우조선 인수전이 결국 머니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당초 이번 인수전은 대우조선 노조의 동종업체 인수 반대, 공정위의 독과점 여부 판단 등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4개 경쟁사의 막강한 자금줄이 돼줄 것으로 여겨졌던 은행들이 난색을 표하면서 인수자금 마련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인수가는 당초 7조~8조원에서 6조원대로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지만 경쟁사들은 이마저도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결국, 1조5천억원의 투자의사를 비친 국민연금관리공단과 STX조선·성동조선해양·은행들을 누가 얼마나 끌어들이느냐가 인수전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걸림돌 제거한 포스코·현대重
막판 인수전에 참여한 현대중공업은 설사 대우조선 인수에 성공한다 해도 걸림돌이 만만치 않다. 우선 국내 조선시장의 독과점 논란에 휩싸일 우려가 있다.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을 합친 국내 조선시장 점유율은 38.7%. 여기에 대우조선의 점유율 23.8%를 더하면 62.5%로 절반을 넘어서게 된다. 공정거래법상 경쟁제한성 추정요건에 걸리게 된다.

미국·유럽연합(EU) 등 해외시장도 문제다. 기업결합 후 현저한 HHI(각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의 제곱의 합) 증가로 해외 경쟁당국의 면밀한 기업결합 심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하다간 인수 이후의 시너지 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단 독과점 심사의 기준을 ‘글로벌 기준’으로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초청 강연에서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해 공정위가 기업결합심사를 해야 하는데 이제는 글로벌 시장을 생각하는 넓은 관점에서 독과점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공정위가 대우조선 매각에 따른 기업결합심사시 세계시장 점유율로 판단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을 비롯, 후판 등 주요 원재료를 공급하는 포스코도 기업결합심사를 한결 쉽게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금력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의 입지가 더욱 강화된 셈이다.

■미지근한 은행들
막강한 자금줄이 돼줄 것으로 예상됐던 은행들의 미지근한 태도도 경쟁사들의 애간장을 부채질하고 있다. 은행들은 올 하반기 자산 확대 경쟁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으며, 대우건설·하이마트·대한통운 등에 투자한 돈도 아직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에서 차입을 통한 M&A에 경고 메시지를 잇달아 보내는 것도 은행의 행동반경을 위축시키고 있다.

현재 경쟁사 중에서는 포스코만이 신한은행과의 컨소시엄을 확정한 상태다. GS는 국민은행과 농협에, 한화는 하나은행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쉽사리 결론이 나질 않고 있다.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은행채 금리가 7%대로 치솟는 등 자금여력도 충분치 않다.

1곳의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순간 나머지 경쟁사와는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우리은행은 포스코·GS·한화의 주거래은행이다. 이번 인수전에 발을 잘못 담갔다가는 우량거래처를 한순간에 놓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귀하신 몸 '국민연금'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STX·성동조선해양·SK그룹의 주가는 높아지고 있다. 일단, 포스코는 SK와의 협력을 자신하고 있다. 과거 SK의 ‘소버린 사태’ 때 백기사 역할을 자임했던 포스코는 이번 인수전에서 SK에 큰 기대를 거는 눈치다. 현재 SK에너지와 SK해운의 컨소시엄 참여가 유력한 상태다. 시너지 창출 면에서도 해운사와 에너지사의 결합은 이상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3조원의 현금을 보유한 STX조선과 군인공제회를 등에 업은 성동조선해양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 양사는 주판알을 두들기며 컨소시엄 참여 여부를 타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큰 손은 역시 국민연금이다. 1조5천억원 가량을 투입할 예정인 국민연금을 끌어들인다면, 인수자금의 25% 이상을 해결할 수 있다. ‘공익성’이라는 측면에서 가산점을 얻을 확률도 높아진다. 국민연금은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나머지 3곳으로부터 컨소시엄 구성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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