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정도경영' DNA 심기
'취임 1년'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정도경영' DNA 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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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통제·고객중심 영업으로 '체질 개선' 나서
KPI 개선하고 책무구조도 선제 도입 '약속'
"정도경영은 인내 필요"···패러다임 전환 '주목'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3일 신한라이프 본사에서 진행된 'CEO 특강'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사진=신한금융)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지난 23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진옥동(63)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1년간 그룹을 이끌면서 숫자 중심의 실적 성장보다 '정도(正道)경영'을 통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해왔다. 당장 재무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철저한 내부통제와 고객중심 영업을 통해 '믿을 수 있는 금융그룹'이란 인식을 고객과 직원들에게 심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게 진 회장의 철학이었다.

이같은 철학을 바탕으로 한 진 회장의 정도경영은 실적경쟁이 치열한 금융업권에선 '파격적인 행보'다. 실제 진 회장이 경영 키를 쥔 이후 리딩뱅크 KB금융과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그룹 안팎에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그룹들이 연간 수조원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내며 큰 폭의 성장을 이룰 때마다 '고금리 이자장사' 비판이 따라붙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기업의 성장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분명히 있다. 허술한 내부통제로 횡령, 부당대출 등 각종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은 탓에 금융회사를 향한 고객 신뢰가 땅에 떨어진 점도 돌아봐야 할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진 회장의 고객중심 정도경영은 '가보지 않은 길'이었지만 '가야 할 길'이기도 했다. 취임 1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진 회장의 경영 방침을 두고 업권 안팎의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가장 대표적인 정도경영 사례는 직원 성과평가제도(KPI)를 '고객 수익률' 중심으로 개편한 것이다. 신한은행장 시절부터 정도경영을 강조해온 진 회장은 은행장 시절인 2020년 '같이 성장 성과평가제도'를 도입했다.

어떤 상품을 얼마나 많이 팔았는지를 일일이 실적으로 매기는 기존의 상대평가에서 벗어나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을 팔고 수익률 등 사후관리를 적절히 했는지를 평가하도록 했다. 직원들 간 비교 평가가 아닌 본인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해 무한경쟁에 따른 끼워팔기, 불완전판매 등의 부작용을 줄이고자 했다. 진 회장 주도 하에 마련된 성과평가제도는 현재 정상혁 행장이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

정도경영의 또다른 사례는 '50년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에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만 34세 이하' 연령 제한을 둔 것이다. 지난해 출시된 50년만기 주담대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은행권에서 불티나게 판매됐다. 그러다 가계대출 급증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50년 주담대를 열심히 판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지적을 받았다.

당시 신한은행 홀로 취약차주를 지원한다는 목적에 맞게 50년만기 주담대에 연령제한을 뒀는데, 정도경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진 회장의 결정에서 비롯됐다는 후문이다.

정도경영은 '고객중심 영업'과 더불어 '철저한 내부통제'가 구축됐을 때 가능하다는 게 진 회장의 생각이다. 신한금융이 지난해 주요 금융그룹들 가운데 가장 먼저 '내부통제 책무구조도 도입'을 선포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금융회사 경영진에 대한 내부통제 관리 책임을 명확히 하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금융사는 경영진의 내부통제 역할을 구체적으로 기술한 '책무구조도'를 마련해야 한다. 지배구조법상 금융그룹들은 최초 책무구조도를 내년 2월 전까지 제출해야 하지만, 신한금융은 올해 지주사와 주요 9개 계열사에 대해 책무구조도를 선제 도입하기로 했다.

이미 신한은행은 업계 최초로 책무구조도 1차 작성을 완료한 후 이행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카드·투자증권·라이프 등 주요 계열사도 지난해부터 책무구조도 작성에 착수했다. 신한금융은 이같은 내용의 책무구조도 도입 계획을 이달 26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 안건 설명자료에 실으며 기업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소통하고자 했다.

경기 침체, 은행업 부진, 홍콩ELS 배상 등 그룹 경영에 부담되는 요소가 산적한 상황이다. 진 회장도 리딩뱅크 격차를 벌리고 있는 KB금융과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며 2위 자리를 넘보는 하나금융 사이에서 그룹 경영방향을 놓고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진 회장은 재무적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정도경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지난해 9월 신한금융 창립 22주년을 맞아 진행한 토크콘서트에서 진 회장은 "정도경영에는 인내가 필요하다"며 "실적을 내기 위해 초조해 하지 않고 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인내의 시간을 견뎌내면 비록 속도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정도를 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땅에 떨어진 신뢰로 국민의 미움을 받고 있는 금융업권에서 진 회장의 정도경영이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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