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구조조정 본격화···2금융권 추가 충당금 규모만 8兆 '비상'
PF 구조조정 본격화···2금융권 추가 충당금 규모만 8兆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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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론·후순위 비중 높아···'부실우려' 사업장 몰릴듯
"감내 가능" 당국 해명에도···시장에선 "PF 손실 불가피"
아파트 건설 현장.(사진=서울파이낸스DB)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다음달 5000여곳에 달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평가가 본격화된다. 이런 가운데 '부실 우려' 등급 가능성이 높은 브릿지론을 대거 취급해온 제2금융권을 두고 수조원대 추가 충당금이 예상되는 등 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PF 연착륙을 위한 새 사업성 평가기준에 따라 앞으로 '부실 우려' 등급으로 분류된 PF 사업장은 금융회사가 대출액의 75%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14일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에서 PF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평가 등급을 기존 3단계(양호·보통·악화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화했다. 기존 '악화 우려' 등급에서는 대출액의 30%만 충당금으로 적립하면 됐지만, 경·공매 등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자 세분화된 등급에서 금융사의 충당금 적립 부담을 높인 것이다.

부실 우려 사업장은 브릿지론과 본PF를 나눠 각각 평가하지만 공통적으로 △대출만기 4회 이상 연장 △연체이자 납부 없이 만기연장 △경·공매 3회 이상 유찰 △연체중 등에 해당돼야 한다.

총 사업장 5000여곳(230조원 규모) 가운데 30%인 1500곳이 다음달 진행되는 1차 평가 대상이 된다. 금융당국은 다음달 1차 평가를 시작으로 9월 2차, 12월 3차 등 사업장 평가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총 평가 대상인 사업장 5000여곳 중 90~95%가 정상 사업장이고, 5~10%는 '유의'나 '부실 우려' 사업장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약 2~3%는 만기연장이 어려워 경·공매로 넘어가야 하는 '부실 우려' 사업장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본PF로 넘어가지 못하고 만기연장에만 의존하고 있는 브릿지론 단계의 사업장이 1순위 구조조정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전체 비중으로만 보면 부실 우려 사업장의 규모가 크지 않지만, 문제는 해당 사업장이 대부분 제2금융권에 몰려있다는 점이다. 은행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본PF, 선순위 대출을 취급하는 것과 달리 저축은행, 캐피탈, 증권사 등 2금융권은 위험성이 큰 브릿지론이나 후순위 대출의 비중이 높다.

실제 이번 PF 사업장 평가로 2금융권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발간한 리포트를 통해 2금융권의 부동산PF 예상 손실액을 △증권 3조1000억~4조원 △저축은행 2조6000억~4조8000억원 △캐피탈 2조4000억~5조원 등으로 분석한 바 있다.

이를 기반으로 3개 업종에서 추가로 적립해야 할 충당금 규모만 최소 3조원에서 최대 8조7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업권별로 보면 △증권 1조1000억~1조9000억원 △저축은행 1조~3조3000억원 △캐피탈 9000억~3조5000억원 등이다.

나신평 측은 "이번 정책에 따른 부동산 PF 재구조화·정리로 제2금융권이 보유한 상당수 부동산 PF 사업장에서 관련 손실 인식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해당 손실 규모는 브릿지론, 중·후순위 등 고위험 부동산 PF 비중에 따라 회사별로 차별화돼 나타날 전망인데 손실 규모는 대체로 기 적립 대손충당금 규모를 상회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구조조정의 주 타깃이 될 브릿지론 중 인허가조차 받지 못한 사업장의 비중도 2금융권에서 상당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브릿지론 인허가 미완료 비중은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모두 50% 내외 수준을 기록했다. 업권별로 보면 중소형 증권사의 비중이 75%로 가장 컸고 △AA급 캐피탈 61% △대형 증권사 58% △저축은행 48% △A급 이하 캐피탈 44% 등의 순이었다.

한신평 측은 "신규 PF 사업성 평가기준이 단계적으로 적용됨에 따라 부동산 PF 익스포저에 대한 양적·질적 부담이 높은 (2금융권) 업체는 건전성 지표 저하 및 추가 충당금 적립 부담이 크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2금융권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감내 가능한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 적립한 충당금 규모가 이미 상당한 점, 현재 업권 자본비율이 당국 권고치를 크게 상회하는 점 등을 고려해 내린 결과다.

문제는 2금융권의 '이익 체력'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금리로 조달비용이 증가한 데다 부동산PF 부실화 대비를 위해 충당금을 대거 적립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업권은 지난해 555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9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들도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악화됐다. 기업별로 보면 신한캐피탈 643억원(전년比 27.9%↓), 하나캐피탈 602억원(8.3%↓), 우리금융캐피탈 330억원(15.4%↓) 등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2금융권의 경영지표가 일제히 악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당국의 태도가 과도하게 낙관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의 PF 사업성 평가로 추가로 쌓아야 할 충당금 규모를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부담"이라며 "실적이 좋을 땐 버틸 체력이라도 있었지만 현재 업황이 좋지 않아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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