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금융쓰나미, 대우조선 매각에도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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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45% ↓…인수가 6조 넘기 어려울 듯
환율상승·금융불안에 달러조달 쉽지 않아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philip1681@seoulfn.com> 대우조선 인수가가 낮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라 인수전에 참여한 경쟁사들의 자금조달이 쉽지 않을 전망인 데다, 대우조선의 시가총액도 최근 주가급락에 따라 낮아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대우조선의 자회사들이 1조원 가까운 부실을 안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외평채 발행 연기 ‘후폭풍’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미국 금융위기가 좀처럼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경쟁사들의 자금조달 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지난 11일 외평채 발행을 연기한 것이 치명타다. 국내 기업의 경우 정부가 발행한 외평채 가산금리에 일정 프리미엄을 얹어 회사채를 발행, 외국 자본을 끌어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정부의 외평채 발행 연기로 인해 기준금리가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이미 국내 은행들은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산업은행은 당초 이달 말 투자설명회를 열어 1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는 방안을 추진했었지만 연기한 상태다. 수출입은행 역시 당분간 대규모 외화표시채권 발행을 추진하지 않을 계획이다.
 
중장기 외화차입 여건을 나타내는 한국 정부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도 15일 기준 1.37%로 연초(0.5%)에 비해 1.7배 가량 상승한 상태다.

국내 시장에서 자체조달이 여의치 않으면서 달러조달이 시급한 기업들의 사정은 더하다. 원ㆍ달러 환율은 19일 기준 1138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9월 위기설이 최고조였던 당시의 1160원보다는 낮아진 상태지만, 4월초 970원대와 비교하면 200원 가량 오른 금액이다. 달러를 조달하는 데 드는 비용도 그만큼 높아졌다는 얘기다.

■시총 7000억원 줄어
대우조선의 19일 기준 종가는 3만200원. 지난 7월 29일 종가 4만3900원보다 45.3%가 하락했다. 시가총액도 7월 29일 8조4021억원에서 19일 5조7800억원으로 줄었다. 대우조선의 지분 50.5%가 이번 인수전에 나올 예정임을 감안하면, 약 2조8900원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인수전 초기에는 지분 인수에 약 3조5000억원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었지만, 약 7000억원 가량이 주가하락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자연히 인수가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주가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100% 가량 붙인다 해도 6조원을 넘기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경쟁사들의 전략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인수가 부담은 낮아졌지만, 경쟁이 가열돼 인수가가 올라갈수록 이사회를 설득시켜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현재의 가치보다는 미래 투자적 의미가 강한 만큼, 이사회의 발언권이 그만큼 커지게 된 것.
 
따라서 최근의 주가급락이 이사회 중심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포스코보다는 ‘오너’의 결정권이 강한 한화그룹 등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자회사 부실 1조원 달해
대우조선 자회사의 부실도 인수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대우조선의 루마니아 망갈리아조선소는 최근 2년간 2000억원대의 적자를 냈으며 이미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옌타이에 있는 대우조선 산둥유한공사(대우조선 지분율 100%)와 지난해 인수한 선박 부품제조회사인 신한기계도 각각 500억원 이상과 700억원 가량의 누적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자회사의 부실은 총 1조원에 달한다.

특히 루마니아 망갈리아조선소의 경우 후판 부족으로 인해 수주잔량이 건조능력의 10년치에 이른 상태다. 작년 1월에는 루마니아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서 인력 유출도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 인수시 루마니아 망갈리아조선소를 유럽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고 밝힌 인수 경쟁사들의 전략 수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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