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도상환수수료 없애면 소비자 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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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중도상환수수료 체계 손질을 앞두고 금융권 안팎이 시끄럽다. 금융 당국과 더불어민주당이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을 낮추려는 목적으로 중도상환수수료 개편을 추진하면서 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금융사가 대출을 만기보다 일찍 갚을 때 물리는 중도상환수수료는 '벌금' 성격이 짙다. 차주가 예정보다 빚을 빨리 상환하면 그만큼 조달 비용이 늘어 손해를 본다는 논리의 벌금성 수수료인 셈이다.

현행법상 대출금을 중간에 갚는다고 해서 수수료를 매길 순 없다. 단 자금운용 차질에 따른 손실 비용, 관련 행정·모집 비용 등을 충당하기 위한 장치로, 소비자가 대출일 3년 이내에 상환할 때는 예외적으로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차주들의 부담을 높인다는 점에서 소비자가 아닌 은행 중심 제도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수수료 부담 탓에 차주는 계획보다 빨리 대출금을 갚거나, 금리가 더 낮은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을 주저하게 되니 소비자 입장에선 충분히 불합리하다고 볼 만하다. 

더 큰 문제는 획일적인 수수료 수준이다. 업무원가나 영업 특성 등을 따졌을 때 중도상환수수료가 다양하게 책정될 법하나, 주요 시중은행의 수수료는 주택담보대출이 1.20~1.40%, 신용대출이 0.60~0.80% 수준으로 고만고만하다.

어떤 기준으로 수수료를 책정하는지도 알기 어려우니 중도상환수수료에 대한 불만의 싹이 트기에도 전혀 모자라지 않는다. 당국이 지적한 것도 이 지점이다.

당국은 금융사의 영업행위, 상품 특성과 관계 없이 획일적으로 중도상환수수료가 부과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 부과 체계의 합리성·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조만간 업계와 이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여기에다 야당은 아예 파격적으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를 추진한다. 앞서 총선 공약으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를 내건 만큼, 정책금융기관부터 단계적으로 수수료를 없애는 법안을 22대 국회에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명분도 있는 데다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졌다는 점에서, 의지만 충분하다면 법 개정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 흐름대로라면 머지않아 차주들은 선택권이 넓어지게 된다. 금융사들이 상생금융 차원에서 이벤트성으로 중도상환수수료를 낮추거나 면제할 때 수수료를 갚아 나가지 않아도 되고, 더 낮은 금리의 상품이 있다면 고민 없이 갈아타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중도상환수수료 면제가 소비자 입장에서 유리해도 곧장 차주 부담 인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중도상환수수료 수준을 지나치게 제약할 경우, 되레 '대출금리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차주들 사이에서 무분별한 갈아타기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수수료를 아예 면제한다면 은행들의 손실이 커지고, 리스크 관리 역시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면제를 서두르기보다 합리화, 다양성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떤 정책이든 순기능만 존재하긴 어렵다. 변화에 따른 부작용도 뒤따를 수 있다. 중도상환수수료 면제가 무조건 소비자들의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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