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군 건설사도 '수천만원 페이백 계약'···"분양 털어내자"
[단독] 1군 건설사도 '수천만원 페이백 계약'···"분양 털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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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주택 적체 우려 속 건설업계 '분양 밀어내기' 속속
금융 조건 변경, 할인‧환매조건부 분양 등 각종 마케팅 활발 
분양 나선 힐스테이트 삼송더카운티 "2천만원 돌려드려요"
(사진=)
(사진=힐스테이트 삼송더카운티 단지 전경)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지난달 24일, 40대 직장인 A씨는 국내 굴지의, 1군 건설사로 꼽히는 현대건설이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삼송동에서 분양하는 타운하우스 '힐스테이트 삼송더카운티' 견본주택을 방문했다. 지하철역과 다소 떨어져있고 분양가가 높게 책정됐다는 평가가 있지만 보통의 단독주택과 비교해 인근에 교육이나 생활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입지 여건이 좋고. 고급 프리미엄 브랜드인 만큼 내외부 공간이나 시설도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렇게 견본주택을 둘러본 뒤 분양 관계자의 설명을 듣던 A씨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분양 관계자로부터 "단지 계약을 진행하면 현금 2000만원을 돌려준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서울 아파트가 아니라 수도권 외곽의 타운하우스라지만, 지방도 아니고 대형건설사의 프리미엄 브랜드 단지인데 '분양 페이백'이라니..."미분양, 미분양" 뉴스에서 떠드는 이야기가 피부에 와닿았다.   

주택 시장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미분양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분양 시장 위축으로 상반기 분양을 미뤄 온 건설업계가 하반기 ‘밀어내기 분양’에 나섰는데 미분양 단지에 대한 할인분양 또는 조건 변경은 물론,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해 판촉에 나선 모습이다. 

14일 국토교통부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10개월 만에 증가하며 6만2489가구로 위험수위 기준선(6만2000가구)을 넘어섰다. 이후 증가세가 이어지며 올 4월 말 기준 미분양 주택은 총 7만1997가구로 전월보다 10.8% 늘어났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작년 10월부터 7개월째 1만 가구를 웃돌았다. 악성 미분양이 이 정도로 적체된 것은 2021년 초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미분양 주택 적체가 심화하는 가운데 이달에만 전국에 62개 단지, 총5만2258가구(부동산R114 조사, 임대 포함)가 쏟아질 예정이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5위 내 건설사(삼성물산을 제외한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만 해도 17개 단지, 총1만1354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올해 들어 부진했던 분양 실적을 높이고 밀렸던 물량을 털어내는 것이다. 실제 업황 및 시장 악화에 따라 올 들어 5월까지 5개월여 동안 전국 아파트 분양물량의 계획 대비 공급 실적(분양진도율)은 연간 계획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27.7%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건설업계는 물량 소진을 위해 계약 조건 완화 등 금융 혜택을 주고 각종 옵션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 수천만원의 축하금 등 현금을 지급하는 페이백 마케팅까지 동원하는 모습이다. 일정 기간 시세를 보장하는 환매조건부 분양이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입주한 경기 안양시 평촌 센텀퍼스트는 미분양 잔여 37가구에 대해 분양가의 50%를 내면 즉시 입주할 수 있도록 분양 조건을 변경했고, 경기 김포시 고촌센트럴 자이도 분양가의 35%인 전체 잔금 중 20%를 2년 뒤 납부하도록 하는 등 분양 조건을 변경한 바 있다. 

미분양이 심각했던 대구에서는 △호반써밋 이스텔라 아파트 △동대구 푸르지오 브리센트  △빌리브 헤리티지  △시지라온프라이빗 등 단지들이 조건 변경을 통해 중도금 무이자‧계약축하금(페이백)‧잔급 유예‧선납 할인 등 할인 혜택을 내놓으면서 기존 계약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 상황이다.  

입주 시점에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으면 사업 주체에 되팔 수 있는 환매조건부 분양도 나왔다. 지난 3월 입주한 서울 동작구 상도푸르 지오클라베뉴와 최근 무순위 청약을 실시한 수원 매교역 팰루시드는 계약조건 안심보장제를 내걸었다. 서울 강동구 길동 오피스텔 강동역 SK리더스 뷰는 지난해 말 잔여 세대에 대해 환매조건부 분양을 진행했다. 

이처럼 미분양 물량 소진을 위한 분양 할인 및 조건 변경, 계약 페이백 등 판촉 행위는 이미 업계에 만연하다지만, 힐스테이트 삼송더카운티 등 일부 단지들의 경우 초기 분양 단계부터 무상 옵션 제공, 페이백 계약 등 공격적인 판촉에 나선 것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지방이 아닌 수도권 지역에서 그것도 1군 건설사가 페이백 계약, 페이백 분양을 진행하는 게 말이 되느냐, 그런 사례들이 있는지도 몰랐다”면서 “물론 분양 이후에 미분양에 대해 조건 변경이나 할인 분양하는 것보다 미리 할인 분양하는 것일 수 있지만 놀랍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시장 전반에서 미분양 적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쌓인 물량을 빨리 털어내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벌일 수밖에 없는 게 지금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현대건설 관계자는 "건설사뿐 아니라 모든 업종에서 판촉 활동을 하는데 페이백 계약 역시 전략적인 마케팅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라며 "미분양 우려나 어려운 사업장이라서가 아니라 빠르게 물량을 소진하는 게 브랜드나 회사에 이익이 된다는 점을 고려한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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