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성자금이 정기예적금·채권형펀드 등으로 이동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1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글로벌 통화긴축 장기화, 중동리스크 등 대내외 리스크가 확대되며 정기예적금이나 채권형펀드 같은 안전자산으로 유동성이 쏠렸다는 분석이다. 실제 요구불예금 같은 대기성자금이 정기예적금과 수익증권 등의 투자처로 대거 이동한 것이 눈에 띈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화 및 유동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광의통화(M2·평잔)가 4013조원으로 전월 대비 0.4%(16조7000억원)나 증가했다. 이는 11개월 연속 증가세지만, 증가폭은 전월(1.7%)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금융상품별로 살펴보면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7조3000억원) △요구불예금(-2조8000억원) 등이 감소한 반면, △정기예적금(+10조2000억원) △시장형상품(+7조9000억원) △수익증권(+6조9000억원) 등은 증가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정기예적금은 국내외 통화정책 피벗 지연 우려, 중동지역 분쟁 등으로 안전자산 수요가 늘며 증가했다"며 "시장형상품은 LCR 관리 등을 위한 은행의 CD 발행 확대로, 수익증권은 국고채금리가 상승 영향 등으로 각각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반면 수시입출식예금과 요구불예금은 전월 교육교부금 교부로 인한 기저효과에 더해 금, 정기예적금, IPO 청약 등 다른 투자처로 자금이 유출되며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경제 주체별로 보면 먼저 기업 유동성이 한달새 18조9000억원 증가했다. 기타금융기관과 가계·비영리단체의 유동성도 각각 2조5000억원, 1조7000억원씩 늘었다. 다만 기타부문의 유동성은 정기예적금과 요구불예금 중심으로 6조원 감소했다.
이밖에 현금, 요구불예금, 저축성예금 등만 포함된 협의통화(M1·평잔)는 1234조8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0.8%(9조6000억원) 감소했다.
금융기관유동성(Lf·평잔)은 전월 대비 0.2%(10조6000억원) 증가했지만, 광의유동성(L·말잔)은 같은 기간 0.4%(30조6000억원)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