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R&D 예산 복원한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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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정부가 내년 주요 R&D(연구 개발) 예산을 24조8000억원 규모로 책정, 대규모 삭감 이전인 지난해 수준(24억7000억원)을 사실상 원상 복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년도 예산이 올해 21조9000억원 대비 약 13.2% 늘어났다며, '역대 최대 증가'라며 자찬했다. 올해 예산 삭감의 여파가 연구 현장에서 채 가지도 않은 상황에, R&D 정책 실패에 대한 자기 반성적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과학기술계 이권 카르텔 타파'라는 주문에 발맞춰 올해 예산을 지난해 대비 약 4조7000억원(14.7%) 삭감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 현장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으며, 피해는 애꿎은 과학기술인들에게 그대로 넘겨졌다.

△연구재료 개발·확산 지원 △극한소재 실증연구 기반조성 사업 △넷 제로 대응 미세머지 저감기술 개발 등의 사업에서 90% 이상 예산이 삭감됐으며, 인공지능(AI)·반도체 등 미래 먹거리는 물론 기후대응 관련 사업들까지 연구 과제가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중소기업벤처부·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R&D 카르텔 타파를 지시한 이후 예산이 끊겨 중단된 R&D 사업 규모는 최소 217개 사업 부문 1100억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이 말 그대로 ‘초토화’ 되는 상황 속에서도 정부가 주장하던 ‘이권 카르텔’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예산 삭감 후 ‘나뭐 먹기 식 예산’ 문제는 어떻게 개선됐는지에 대해선는 공개되지 않았다. 당시 과학계의 불같은 성화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추진한 R&D 예산 삭감의 목표가 있었다면, 정책 성과를 밝히기 위해사라도 이와 관련한 조정 결과가 공개돼야 할 게 아닌가.

물론 지금이라도 R&D 예산을 다시 복원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마저도 올해와 내년도 물가상승률(각각 2.6%·2.1%) 등을 고려할 경우 삭감 전 예산보다 오히려 약 1조원 감소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은 재정 여건이 정말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해 예산을 증액했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재정 여건이 대내외 경제 상황보다도 부자 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 때문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지속 제기되는 상황에, 올해 R&D 예산이 무엇으로부터 희생됐는지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미 발생한 매몰 비용과 사라지지 않은 연구자들의 고통은 자화자찬과 생색만으로는 사라지지 않는다.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불안정안 지원 체계 등 연구자들의 불안 요소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이 필요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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