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수요 늘면서 생애 첫 주택 구매한 사람 수 1년 새 31% 증가
가계대출 최고치···상반기 중 주담대 26조5천억 늘어 3년 중 최고 증가폭
"집값, 추세적 상승 전환 아니다" 급히 진화 나선 정부···DSR 규제 확대 시사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서울 외곽지역까지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이 부동산 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가 30·40세대의 주택 구매를 촉진시켰고,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을 부채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2일 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둘째 주(8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4% 오르며 지난주(0.20%)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16주 연속 상승이며, 오름폭도 점차 확대된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자 서울 지역 매매거래 활발지수는 43.28로 지난 2020년 7월 둘째 주(47.08) 이후 4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제로 올해 초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부터 본격 회복세를 보였던 집값은 정부의 정책 상품을 만나 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외곽지역까지 매매가를 끌어올렸다.
노원구 상계동 '노원아이파크(전용 180㎡)'는 지난 5월 16일 9억2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찍었다. 2017년 종전 신고가인 7억3000만원보다 1억9000만원 오른 금액이다. 또 지난달에 강북구 수유동 '삼성타운(전용면적 84㎡)'이 5억1300만원에, 도봉구 창동 '세인트라디움(전용면적 52㎡)'는 2억3750만원에 각각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최저 연 1%대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 상품이 출시된 영향이 크다. 지난 1월 출시된 이 대출은 신혼부부에게 9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원을 초저금리로 빌려주는 상품이다. 이렇다보니 젊은 세대에서 내 집 마련 수요가 늘면서 올해 1~6월 전국에서 생애 첫 부동산을 구입한 이들이 1년 전보다 31%(4만8957명)나 증가했다.
문제는 정부의 정책 상품이 돈줄이 되며 가계대출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는 점이다. 특히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담대 잔액은 6월 말 기준 876조9000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6조3000억원 늘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5월의 5조7000억원에서 증가폭도 크게 확대됐으며, 올 상반기 중 주담대만 총 26조5000억원 늘어, 지난 2021년 상반기(30조4000억원)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또 특히 시행을 코앞에 두고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시점을 9월로 갑자기 연기하는 등 시장에 '빚내서라도 집을 사라'는 신호를 줬다고 지적한다. 스트레스 DSR는 금리 상승 가능성에 대비해 변동금리 대출자에게 가산(스트레스) 금리를 더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연착륙을 도모하고 서민과 자영업자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부동산 업계는 이 같은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가 젊은 세대의 주택 구매를 촉진하는 요소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즉 대출 문턱이 낮아지며 매수를 고민하던 이들도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집값 회복 및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정부는 급히 진화에 나섰다. 최근 서울 집값 상승에 대해 정부 정책 방향을 부동산 시장이 오해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해 "추세적인 상승으로 전환은 아니라고 확신한다"며 "또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에 금융장세적인 성격의 집값 상승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사비 상승 여파에 수요 계층이 광범위하지 않다는 점과 인구 문제, 상당수의 공급 물량이 예정돼 있다는 점도 집값이 오르지 않을 요인으로 꼽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가계부채 하향 안정화 관리 기조도 확고히 유지하겠다"며 "이를 위해 9월 스트레스 DSR 적용범위 확대 등 DSR 규제를 점진적으로 내실화·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주담대 증가세는 이달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9일 기준 시중 5대 은행 주담대는 전월 말 대비 1조2218억원 늘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들에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늦추도록 압박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5일부터 지속적으로 은행권 대출 실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신생아특공 등 정책대출 지원을 본격적인 규제완화 시그널로 오인, 선제적으로 집을 사들인 수요층이 많을 것"이라며 "한쪽에선 주택매수 진입장벽을 낮추고 반대로 대출규제는 강화하는 엇박자 정책이 지속될 경우 하우스푸어가 대규모 양산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