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업 장기전 돌입···전영현 부회장의 해법은
삼성전자 파업 장기전 돌입···전영현 부회장의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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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9차 교섭 성과없이 마무리···"29일부터 집중교섭"
"경제위기에 파업" 부정적 여론···전삼노 영향력 확대
무노조 경영 철회 이후 시험대···노사관계 개선 성과 無
지난 8일 총파업을 시작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과 사측이 오는 23일 임금교섭을 재개하기로 한 가운데 22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8일 총파업을 시작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과 사측이 오는 23일 임금교섭을 재개하기로 한 가운데 22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삼성전자 노조의 창사 이래 첫 파업이 장기전이 되면서 양측 모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23일 오전 개시된 9차 임금교섭이 성과없이 마무리된 가운데 노사 양측의 손익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이날 교섭 후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오는 29일까지 사측에 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고 이날(29일)부터 3일간 집중교섭할 것"이라며 "그때까지 사측이 안을 가져오지 않으면 교섭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반도체는 3주가 지나면 파업 효과가 더 드러나기 때문에 총파업 3주가 지나는 29일에 협상할 것"이라며 "오늘 협상에서 사측은 가져온 안건이 없었다"고 밝혔다.

전삼노는 지난달 5일 징검다리 연휴에 연차를 사용하는 연가 투쟁을 시작으로 단체행동을 벌이고 있다. 이달 8일에는 1차 파업을 진행하고 1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전삼노 측에 따르면 1차 파업 참여인원은 6540명으로 삼성전자 전체 임직원의 약 5% 수준이다. 

16일 가까이 진행된 파업에 양측 모두 부담이 가중되면서 23일 교섭에서는 합의 가능성이 생기기도 했으나 결국 결렬됐다. 특히 8일 1차 총파업과 달리 12일 파업 집회에서는 참여인원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8일 총파업 인원은 6500여명 규모였으나 12일 집회에서는 150여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경제위기에 반도체 볼모" 부정적 여론···창사 이래 첫 파업 존재감은 확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은 4교대로 24시간 돌아가는데 파업 인원이 발생하면 참여하지 않는 인원의 업무 부담이 커진다. 파업에 참여하는 인원들도 동료들의 업무 가중에 대해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파업에 대한 여론의 인식이 과거와 달라지면서 노조에 유리한 여론 형성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경기침체와 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가 경제의 핵심 산업이 반도체를 볼모로 잡고 파업을 벌인다는 점에 대해 여론 인식이 긍정적으로 형성되기는 어렵다. 

대기업 가운데 적극적인 노조활동을 펼쳤던 현대자동차도 임금협상에서 6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뤄냈다. 재계 '빅4'(삼성전자, SK, 현대차, LG) 대기업 가운데 노조가 가장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가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이처럼 파업에 대한 여론 인식이 바뀐데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반도체가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큰 만큼 반도체 생산 차질을 목표로 한 노조에 대한 여론 인식은 싸늘할 수 밖에 없다. 

또 '평생직장'의 개념도 사라지면서 "파업을 하느니 그만두고 다른 직장 찾겠다"는 의견도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인력 채용에 나섰고 인텔, 마이크론 등 해외 반도체 기업도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 

반면 전삼노는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파업'을 이끌어 낸 만큼 앞으로 삼성전자 사측을 상대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 전삼노 관계자는 "파업이 실패할 수도 있지만 1호 파업 행동 자체가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삼노는 2019년 11월 설립됐지만, 사측은 노사위원회를 통해 임금을 결정해왔다. 그 사이에 몸집을 키운 전삼노가 총파업을 단행하면서 앞으로 임급협상에서 거쳐야 할 관문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게 됐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진=삼성전자)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 무노조 경영 철회 이후 첫 시험대···위기극복 인사 '성과 X'

삼성전자는 2020년 무노조 경영을 철회한 이후 첫 시험대를 맞이했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 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겠다. 그래서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재용 회장의 무노조 경영 철회 이후 삼성전자는 노조와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 3월 주총에서 "언제나 대화의 창을 열어두고 성실하게 소통에 임해 노조가 파업에 이르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다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파업할 경우 노동관계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영 생산 차질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파업이 원만하게 마무리되고 노사 합의에 이른다면 삼성전자는 과거 노조 탄압의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노사 문제는 이제 삼성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며 준감위 측에서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 5월 선임된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첫 경영능력 시험대인 노사 관계 개선에 대해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전 부회장과 전삼노가 만났으나 성공적인 결과를 내지 못했다. 이는 총파업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을 거쳐 삼성SDI 대표이사를 지냈던 전 부회장은 반도체 위기 극복을 위한 구원투수로 등판한 인물이다. 삼성전자는 전 부회장 선임에 대해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으로 그간 축적된 풍부한 경영노하우를 바탕으로 반도체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반도체 위기 극복의 첫 번째 과제인 노사 갈등 해결에 난항을 겪으면서 삼성전자의 '원포인트 인사'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한편 삼성전자 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당초 회사 측에 유급휴가 1일 확대, 평균 임금 인상률 6.5%, 성과급 제도 개선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전삼노 측은 임금 기본 인상률을 3.5%로 조정했다. 여기에 성과급 인상률 2.1%를 더하면 전체 인상률은 5.6%다. 당초 노사위원회를 통해 합의됐던 임금 인상률은 5.1%였다. 전삼노는 이 밖에 노조 창립휴가 1일 보장,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을 요구했다. 

반면 회사 측은 지난달 말 중앙노동위원회 3차 사후 조정회의에서 '평균 임금인상률 5.1%'(기본 인상률 3.0%+성과 인상률 2.1%)는 건드릴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삼노는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생산 차질'을 목표로 내세웠다. 삼성전자 측은 "생산 차질은 없다"고 주장했지만, 전삼노 측은 "생산 차질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전삼노는 "기흥사업장 6·7·8라인 가동률이 기존 80%에서 18%로 하락했고 주말에는 웨이퍼 투입이 전무해서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사측은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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