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태항산: 자연의 숭고함·인간의 위대함에 절로 고개 숙여
中태항산: 자연의 숭고함·인간의 위대함에 절로 고개 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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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그랜드캐년 가느니 여비 등 가성비...협곡 속살 곳곳 볼 수 있어
태항산 다 보려면 몇달 걸릴수도...세로 가로 600·250킬로미터
운봉화랑·비나리길·운대산·태항대협곡·곽량촌 등 볼거리 가득

[서울파이낸스 (린저우) 김무종 기자] 가보지 않은 중국 태항산(타이항산)에 도달하기 위해 중국 제남(지난)공항에 도착해 5시간여 버스를 타고 태항산 인근까지 가는 등 여정은 멀고도 가까웠다. 두 시간이면 태항산 인근까지 가는 정주(정저우)공항이 있지만 여행사들은 대부분 지난 공항을 이용한다. 내년 접근성이 좋은 안양국제공항 노선이 생긴다는 얘기도 나온다. 

태항산은 보통 중국의 그랜드 캐년이라 해 비교 체험을 직접 해보겠다는 심산도 있었다. 직접 가 본 결론은 비싼 돈 들여 미국의 그랜드 캐년을 가느니 여비 등 가성비있으면서도 더 웅대하고 속살까지 마음껏 볼 수 있는 태항산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대산 풍경구 (사진=김무종 기자)
운대산 풍경구 (사진=김무종 기자)

◇운대산 풍경구

중국은 관광지를 풍경구로 표현한다. 태항산은 세로 가로 길이가 무려 각각 600킬로미터, 250킬로미터나 되기 때문에 태항산을 둘러보는 포인트는 한두 곳이 아니었다. 중국의 도시를 달리하며 봐야했다. 태항산은 말그대로 산을 넘어 거대 산맥이다.

태항산. 사진은 세로 600킬로미터 가로 250킬로미터의 태항산 일부에 불과하다. (사진=김무종 기자)
태항산. 사진은 세로 600킬로미터 가로 250킬로미터의 태항산 일부에 불과하다. (사진=김무종 기자)

그도 그럴 것이 태항산은 허난성, 허베이성, 산시성 등 3개성과 맞닿아 있다. 태항산 위쪽은 지도를 보니 중국의 수도 베이징이다.

첫 맞이 운대산풍경구 입구는 에버랜드 입구 몇 개를 이을 정도로 건물이 버티고 있었고 이 건물을 통과해야만 버스 등을 타고 이동이 가능했다. 더운 날 트레킹을 한다면, 태항산 일대를 둘러보는 것은 주요 포인트들을 둘러보는 데만 몇 달이 걸릴지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협곡임에도 곳곳까지 도로와 케이블이 깔려 있어 교통수단으로 대부분 접근이 용이하다. 이같은 인프라는 한국에서는 환경단체의 반대 등으로 불가능해 보일 정도였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기간에 태항산 관광지 인프라들을 정비해 태항산을 더 용이하게 관광객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태항산 남쪽에 자리잡은 운대산(1308미터)은 허난성 자오줘시(焦作市)에 위치해 중국 명산 중 하나다. 이중 홍석협은 고생대 신비의 붉은 돌이 협곡 속에서 계곡물과 함께 시원하게 관광객을 맞는다. 운대산의 암벽은 사암(砂巖) 계열이며, 약 12억 년 전에 퇴적된 암석이다. 붉은 빛은 철분이 많아서다.

운대산풍경구의 아찔한 유리잔도. 이러한 유리잔도는 태항산 곳곳에서 경험할 수 있다. (사진=김무종 기자)
운대산풍경구의 아찔한 유리잔도. 이러한 유리잔도는 태항산 곳곳에서 경험할 수 있다. (사진=김무종 기자)

케이블카로 산 위에 올라가면 아찔한 유리잔도를 체험할 수 있다. '천길 낭떠러지를 내려다 볼 수 있을까' 언제부터 생기기 시작한 작은 고소공포증은 두려움이 쌓이다 발길이 내딛는 시간의 누적과 함께 극복 대상이 된다.

중국 오악에 들지는 않지만 중국 최초로 세계지질공원과 국가 5A급 여유구로 지정됐을 정도로 지질과 경관이 뛰어난 운대산을 떠난다.

◇운봉화랑-왕망산-비나리길-절벽장랑-곽량촌

운대산 이후 찾은 곳은 신향산 서북쪽 휘현 경내에 위치한 팔리구풍경구.

수려한 천하폭포를 둘러본 후 운봉화랑(천계산)을 보기 위해선 미니 버스로 산 위로 계속 올라야 한다. 거대 협곡을 빙 둘러 버스가 한바퀴 도는 구조다. 태항산 위 속살 곳곳도 미니 버스로 둘러볼 수 있다니 신기했다.

운봉화랑은 가족, 연인, 노부부 등이 도로 옆 인도길을 산책하고 있었다. 협곡 위를 한바퀴 도는 구조이기 때문에 360도 파노라마 전망이 특색이다.

귀진대 (사진=김무종 기자)
귀진대. 철계단을 내려 직사각형의 반듯한 절벽 위가 인생샷 포인트다. (사진=김무종 기자)

중간중간 다양한 포인트들이 있어 유리잔도 외 용감한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인생샷 포인트 '귀진대'는 운봉화랑에서 만나는 어드벤처의 극강이다. 겁많은 필자는 철 계단을 내려가다 포기해야만 했다.

운봉화랑 길에 있는, 벼랑에 대롱대롱 달려 있는 운봉성숙은 담력 테스트 미니호텔이다. 하늘의 별을 본다지만 잠이 제대로 올 지는 미지수다. 

운봉성숙. 운봉화랑 벼랑 끝에 달려 있는 호텔이다. (사진=김무종 기자)
운봉성숙. 운봉화랑 벼랑 끝에 달려 있는 호텔이다. (사진=김무종 기자)

운봉화랑에 이은 여정, 남태항의 최고봉인 왕망령(1900미터)은 태항산세를 조망하는 또다른 전망 포인트로 케이블카로 오를 수있다. 언젠가 왕망령 능선을 타는 트레킹 길을 걸으리라 다짐한다. 왕망령 정상에서 관일대까지 산책삼아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 있는데 왕복 약 1시간정도 소요된다.

왕망령 고개 정상에는 생태산장이란 호텔도 있다.

세상과 소통하고자 마을 사람들이 협곡 벼랑에 길을 낸 비나리길. (사진=김무종 기자)
세상과 소통하고자 마을 사람들이 협곡 벼랑에 길을 낸 비나리길(괘벽공로). 공사를 위해 빛이 들어오게 하고 파낸 돌들을 바깥으로 버리기 위해 구멍이 뚫려 있다. (사진=김무종 기자)

다음 비나리길(중국말로는 괘벽공로掛壁公路)로 든다. 비나리길은 세상과 소통하고자 마을사람 13명이 6년에 걸쳐 곡괭이와 망치, 맨몸으로 만든 우공이산(우공이 산을 옮긴다의 뜻)의 표본이다. 중국의 8대 기적 중 하나로도 꼽힌다.

택시 정도 되는 차를 타고 인간이 협곡 벼랑에 낸 비나리길을 간다. 어떻게 이런 길을 냈을까 상상이 안갈 정도다. 인간의 한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태항산 여정 중 가장 익사이팅 한 곳 중 하나가 아닐까. 가족을 태우고 비나리길에 든 한 관광객은 자기 차를 비좁은 터널에 들이지 못해 차를 넣었다 빼기를 수차례 반복한다. 결국 우리를 태운 기사 분이 나서 사태를 정리했다.

곽량촌에서 그림을 그리는 학생들. 마을 곳곳에서 이런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사진=김무종 기자)
곽량촌에서 그림을 그리는 학생들. 마을 곳곳에서 이런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사진=김무종 기자)

비나리길을 내려가니 곽량촌이다. 중국의 옛 마을을 볼 수 있고 산 아래 마을 풍경도 아름다워 도처에 학생들이 만선산과 마을을 향해 이젤을 놓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어릴 적 사생대회가 생각이 났다. 물감을 가져 올걸.

절벽장량 (사진=김무종 기자)
절벽장량 (사진=김무종 기자)

곽량촌에선 1.25킬로미터 거리의 절벽 터널(절벽장랑)을 걸어서 내려갈 수 있다. 여름엔 그늘져 시원하고 걷는 도중 절벽을 내려다 볼 수 있어 좋다. 비나리길과 달리 폭도 제법 넓다. 오르막 길보다는 내리막 길을 추천한다.

태항대협곡을 관광객들이 걷고 있다. (사진=김무종 기자)
태항대협곡을 관광객들이 걷고 있다. (사진=김무종 기자)

◇태항대협곡

마지막 여정 태항대협곡은 입구에 태항산을 대표라도 하는 듯 ‘중국임주태항대협곡’ 아래에 영문으로 ‘그랜드 캐년’이라고 써있었다.

앞서 절경을 이미 봐 그런지 태항대협곡은 이미 본 듯이 익숙해 졌고 황룡담에서 구련폭포에 이르는 도화곡 길은 설악산 안에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중간중간 물컵을 놓은 흡연 구역이 있어 애연가는 '담배 한모금에 절경 하나' 한국서 대우받지 못하는 흡연자의 권리 만끽이라는 이색경험도 누릴 수 있다. 

구련폭포 위엔 태항산 전문 여행사 에이치원투어 라운지가 있어 여기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수박으로 더위를 잠시 식히고 태항산 여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태항산대협곡의 구련폭포 (사진=김무종 기자)
태항대협곡의 구련폭포 (사진=김무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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