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잿값 상승, 안전 관리 비용 등 증가 탓···주택 사업 많이 할수록 이익 '뚝'
"최근 집값 상승·공급 절벽·추가 공사비 보편화 등에 주택 수익성 개선 전망"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올해 상반기 대형 건설사들의 실적이 대체적으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원가율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영향이 컸다. 다만 하반기에는 건설비용이 정점 통과 조짐을 보이고 전반적인 수주환경이 나아지면서 건설사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5대 건설사(△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중 매출과 영업이익의 동시 성장을 이룬 것은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유일했다.
매출액 순으로 보면 현대건설이 큰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17조1665억원의 매출을 올려 반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동기 대비해서도 20.4% 뛰었는데, 사우디아라비아 아미랄 프로젝트 착공과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등 해외 사업을 비롯, 국내 샤힌 에틸렌시설 공사 등이 매출에 반영된 영향이다.
이어 △2위 삼성물산 10조4990억원(12.3%↑) △3위 GS건설 6조3681억원(9.1%↓) △4위 대우건설5조3088억원(9.7%↓) △5위 DL이앤씨 3조9608억원(3.7%↑)순이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국내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해외사업이 매출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해외사업은 건별로 계약금액이 커서 실적에 크게 반영이 되는데, 올 상반기 매출이 감소한 기업들의 경우 이 기간 내 해외수주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익률순으로 보면 순위가 달랐다. 삼성물산이 상반기 가장 많은 영업이익인 6200억원을 냈고, 이는 지난해보다 3.9% 성장한 수치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은 3971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0.3% 소폭 증가했고, 이어 △대우건설(2196억원·44.3%↓) △GS건설(1642억원·흑자전환) △DL이앤씨(935억원·42.3%↓) 순이었다.
매출 확장에도 이 같은 영업이익 감소를 보인 배경에는 △지속적인 원자잿값 상승 △협력업체 정산비용으로 인한 매출원가 증가 △안전 관련 품질관리비용 등이 영향을 줬다. 특히 주택사업에 많이 나설수록 영업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상황이 이렇자 주택사업에 신중했던 삼성물산 등이 상반기 영업이익률 5.9%에 머문 반면, 같은 기간 정비사업에 적극적이었던 현대건설의 영업이익률은 2.3%에 그쳤다. 지난해 동기 대비 △대우건설은 6.7%→4.1% △GS건설은 5%→2.58% △DL이앤씨는 4.2%→2.3%로 낮아졌다.
다만 건설사들의 실적 세부 지표를 들여다보면 보면 회복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건설 원가율도 2022년~2023년 중 정점을 지났다는 평가가 하나둘 나오고 있어서다. 또 특히 올해 하반기 서울 강남·용산 등 사업성이 보장되는 지역의 수주가 대거 나오는 만큼 대형 건설사의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재 낮은 이익률은 2021년부터 급상승한 공사비 원가에 대한 여파"라며 "당시 수주한 물량의 준공이 집중되면서 준공 정산 '비용'이 발생한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내 주택 사업에서의 추가 공사비 문제는 이제 보편화했고, 최근 서울 집값이 살아나면서 공급 요구도 커지고 있다"며 "건설업 전반적인 수주 환경이 개선되고 있어 실적 불확실성이 조금씩 제거될 전망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현재 주요 건설사들의 저수익 공사 비중은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며 "2023년 이후 분양한 물량의 실행원가율은 90% 이내로, 해당 물량들의 매출 비중이 확대될수록 주택 수익성은 개선될 전망"이라고 했다. 또 "신규 물량 급감과 높아진 공사비로 매출도 안정화됐다"며 "향후 수익성이 개선돼 업체별 이익 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