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비자로 심사해 연체율 낮지만 대출부실 우려도
[서울파이낸스 정지수 기자] 저축은행권이 새로운 먹거리 일환으로 '외국인 근로자 대출'을 늘리고 있다. 특히 국내 여러 산업에서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커지면서, 올해 외국인 대출시장 규모만 5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웰컴저축은행의 '웰컴외국인대출'은 지난 4월 출시 이후 4개월 만에 100억원을 넘어섰다. 웰컴외국인대출은 미얀마·캄보디아·베트남 등 9개 국가에서 E-9(비전문취업) 비자를 받고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행하는 대출 상품이다.
OK저축은행은 지난 4월에 'Hi-OK론'을 출시했고, KB저축은행도 지난 3월 'kiwi Dream Loan(키위 드림 론)'을 출시한 바 있다. 이 밖에 다올저축은행과 세람저축은행도 외국인 근로자 대출에 대한 시장 수요조사에 나서는 등 저축은행 업계가 외국인 대출 상품을 확장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이처럼 저축은행 업계가 외국인 근로자 대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최근 국내 체류 외국인 근로자 수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말 195만6781명이었던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지난 6월 말 261만2328명으로 3년 동안 34% 증가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국내 외국인 대출 취급액이 지난해(3000억원)보다 60% 불어난 5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금융권에선 연체 우려 등으로 외국인 근로자 대출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저축은행 업권이 9년 만에 대규모 적자를 맞은 상황에서 그동안 보수적이었던 외국인 근로자 대출을 늘려 틈새시장을 노리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들은 취업비자(E-9)를 기준으로 심사하기 때문에 다른 저신용 개인사업자 및 기업 대출보다 연체율이 낮은 편이라는 게 관련 업계 설명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은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취급해온 만큼, 통장 거래 내역 등을 이용한 대안신용평가모형 등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잘 구축돼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외국인 근로자 대출 확대가 저축은행 민간중금리대출 비중을 늘리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올해 2분기 민간중금리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 수는 28개사로 작년(31개사)보다 감소했다. 이 때문에 취약계층을 위한 제도권 금융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외국인 근로자는 '금융이력부족자'로 구분돼 낮은 신용점수를 받는데, 해당 대출을 늘려 민간중금리대출 비중을 확대한다는 것. 금융이력부족자란 최근 2년간 신용카드 사용 내역이 없고 3년간 대출 실적이 없는 사람들로, 주로 직장이 없거나 소득과 자산이 없는 20대 또는 사회 초년생, 고령층, 전업주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동안 금융권이 손대지 않은 분야인 만큼 실질적인 이득이 적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은 여신 부실에 대한 리스크를 이유로 외국인 대출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갑작스럽게 본국으로 출국하는 등 대출부실 이후 채권추심을 통한 회수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리스크를 감수하고 대출을 취급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저축은행 입장에선 장기적으로 저축은행 여신 확장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안전하고 다양한 상품 설계를 위해 고민할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근로자 대출이 아직 괄목할 만한 성과가 보이는 건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여신 분야의 채널이 확대됐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며 "대안신용평가모형 개발 등 안전하고 다양한 상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