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시작으로 시장 내 전기차 공포증이 확산하고 있다. 이는 집단 거주 형태를 보이는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현실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기차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과충전이다. 여기서 과충전이란 100% 충전이 아닌 이미 충분한 배터리 잔량을 확보한 상태임에도 무리하게, 또 지속적으로 충전을 이어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문제는 열전이로 인한 열폭주다. 대부분이 전소돼 원인을 규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 결국 책임소재가 불명확하게 되면서 논란의 여지가 커지게 된다. 직접적이면서 현실적인, 그러면서도 확실한 방법을 도출해야 하는 이유다.
방법의 하나가 충전율 조정이다. 100%가 아닌 90% 미만으로 충전율을 낮추는 것이 골자다.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 추진 중인 정책이기도 하다. 4년 전 코나 전기차가 연쇄 화재를 낼 때 현대차에서도 충전율을 80~90%로 낮춰 운행하라고 권장한 바 있다. 열폭주를 줄이고 에너지 집중도를 낮추며 화염전이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어서다. 5년 전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인 ESS 화재가 집중적으로 발생했을 때 효과를 봤던 방법도 충전율 조정이었다.
이 와중에 현대차그룹과 BMW그룹코리아 등은 100% 충전해도 된다는 식의 보도자료를 뿌리고 있다. 부적절하다.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아닌 우리 차량은 괜찮으니 그냥 이용하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어서다. 정확한 원인을 모르니 충전율을 조정해서라도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를 잘못된 주장인 마냥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완성차 업계가 무엇을 강조하고 싶은지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공포증 확산을 어느 정도 막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를 일으킨 벤츠도 화재 발생 전까지 자사 차량은 안전하다고 호언장담했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애매모호하고 불확실한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 최근 당정협의에서 두세 가지 정책을 발표했으나, 현재의 전기차 공포증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조만간 있을 정부의 종합대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