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한·미·일 동맹 목매는 일본 셈법
[홍승희 칼럼] 한·미·일 동맹 목매는 일본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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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있었던 일본 기시다 총리의 퇴임 전 방한 중에 양국 사이에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국민과 야당은 방한 사실이 발표된 이후부터 계속 의혹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는 퇴임이 확정된 국가 지도자가 타국을 공식 방문하는 사례가 매우 희귀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영향력이 있는 국가를 대상으로는 결코 행해지지 않는 일이어서 국가적 체면이 깎인다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그 시기에 혹시라도 방한단의 시선이 닿을 가능성이 있는 모든 곳의 이미 설치돼 있던 독도조형물들이 일제히 치워짐으로써 가뜩이나 친일 평가를 받는 정부가 어떤 짓을 벌이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하게 만들었다.

특히나 현 정부 들어 미래세대의 역사교육에 영향을 미칠만한 자리마다 일본 극우들의 주장을 앞서 주창하는 소위 뉴라이트라 불리는 집단의 인물들로 깔아둬 말썽이 한창 심한 가운데 굳이 퇴임이 확정된 일본 총리를 불러들인 일이었다. 현 정부는 이것 말고도 일본의 해상자위대의 독도 인근 출입에 매우 폭넓은 자유를 허용하고 해마다 벌이던 해병대의 독도 상륙훈련도 중단시켰다.

그 대신 한국, 미국, 일본의 3개국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물론 이는 표면적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군을 돌격대로 앞장세우려는 미국의 프로젝트다. 그러나 미국의 전략은 그 바탕에 일본의 욕망이 강하게 침투해 있다는 게 일본을 잘 아는 전문가들의 평가다.

100여 년 전에도 그랬듯 미국과 일본은 한국 문제에 관한 전략적 이해관계 조율에 능숙하다. 일본이 스스로 가진 비전을 잘 감추면서 동시에 미국이 원하는 바에 자신들의 계획을 녹여내는 일을 매우 잘 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과거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있기 전에도 미국은 한국과 상호간에 수호통상조약을 맺으며 대한제국을 안심시켰다. 지금 한국의 강력한 우방임을 표방하는 미국의 립 서비스는 언제든 뒤통수를 칠 수 있는 가벼운 언사일 수 있다는 점을 한국은 언제나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이게 굳이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외교라는 것이 늘 자국의 장·단기 국가 전략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표변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라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이 점을 간과하는 순진한 생각을 일반 국민이 아닌 국가지도자와 그 집단들이 드러낸다면 이는 종종 국가적 재양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만은 기억하자.

미국과 일본은 일단 아시아에서 그것도 한국을 최전선으로 한 대치선을 그리고 있다. 2위국의 부상을 용납하지 못하는 미국이 중국을 포위하고 북한을 계속 중국 쪽으로 밀어붙이면서 일본은 그런 미국의 가장 강력한 우방으로 자리 잡기 위해 한반도를 계속 이쪽저쪽 미끼로 던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현재 미국이 그린 인도태평양 전략은 과거 일본이 대동아공영권을 외치며 침략을 이어가던 시기의 그림과도 매우 닮아있다. 일본으로서는 중국이 여러 토막으로 부서져 공략하기 쉬운 상태가 돼야 하겠다는 목표가 있지만 동시에 이미 분단된 남북한도 영구 분단상태로 머물며 언제든지 한반도가 전장이 되어 다루기 쉬운 상태여야 한다는 욕망이 있다.

실상 중국의 통일 상태가 붕괴되길 바라는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일 테지만 한국 입장에서도 불감청고소원이다. 역사적으로 중원 땅에 통일국가가 들어설 때마다 한민족은 침략에 시달려왔고 분열돼 있을 때는 비교적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었다. 물론 그 때엔 반대쪽에서 침략해 들어오는 일본 때문에 마냥 평화롭지만은 않았지만.

미국이나 일본이 도모하는 한·미·일 동맹은 미국이 지휘하고 일본은 물자를 지원하며 한국은 돌격대로 피 흘릴 일은 도맡는 식의 역할분담이다. 한국이나 일본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니 미군의 피도 흘릴 테고 또 미국이 전쟁비용의 상당부분을 담당하게 되겠지만 어쨌든 돌격대는 한국 몫이라는 게 저들의 계획이다.

이미 일본은 한국동란 중 병참기지 역할을 하며 2차 대전 패전 상태에서 빠르게 벗어나 한때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까지 성장했던 달콤한 기억을 되살리고 싶어 한다. 그와 동시에 특히 일본 극우들을 중심으로 한반도를 전장화함으로써 향후 한국의 재도약을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기를 갈망한다. 식민지 시절이 재연되길 꿈꾸는 것이다.

그런 일본의 소망에 국내에서 부응하는 세력들이 요즘 들어 기세등등하게 설치고 있어 잠자리마저 뒤숭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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