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7월 말 ~ 8월 초, 여름 휴가를 위해 항공, 호텔 등을 예약하면서 성수기 가격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 가벼운 주머니 사정 때문에 성수기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비수기에 휴가를 가면 될 일이다. 이처럼 수요와 공급을 반영한 가격 차별화는 소비자 심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기업의 대표적 마케팅 전략 중 하나이다.
최근 IT 기술의 발달 및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기업의 가격 차별화 전략이 진화하고 있다. 가격 결정 방식이 인공지능(AI)과 알고리즘, 빅데이터 등의 신기술과 접목해 고도화되는, 이른바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이 일상생활로 확산되고 있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제품‧서비스의 고정 가격을 정해놓지 않고 유동적으로 바꾸는 가격전략이다.
수요·공급뿐 아니라 소비자의 검색 기록에 따라 가격을 올리기도 하고 낮추기도 하는 등 소비자의 행동적 요소까지 반영한 개별 맞춤형 가격을 제시한다. 이제 소비자는 동일한 상품이라 하더라도 시간, 검색 방법 등에 따라 각각 다른 가격을 지불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전자상거래와 같은 온라인 기반의 비대면 거래에서 활발하게 이용된다. 사업자는 실시간 가격 조정으로 소비자에게 최저가 사이트라는 인식을 심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한다. 택시 서비스의 경우 수요 급증 시간대나 지역에서는 실시간으로 가격을 높이는 방식으로 배차량 조절과 운전자의 수입 증가를 동시에 달성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최적의 타이밍에 쿠폰 증정과 같은 혜택을 제공해 적극적으로 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팅에도 활용된다.
그렇다면 소비자에게는 어떨까? 소비자는 실시간 가격 조정으로 더 많은 선택권을 누릴 수도 있지만, 일부 소비자는 잦은 가격 변동에 피로감을 느끼거나, 더 나아가 이러한 변동성이 불공정하다고 느낄 수 있다. 특히 개인화된 가격 책정을 차별로 느껴 소비자 기만행위라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외 대표적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기존 고객들에게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거나 할인 혜택에 차등을 둔 실제 사례는 소비자의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준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데이터 분석 기법의 진화와 더불어 활발히 이용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먼저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투명성과 공정성 원칙에 기반한 가격 결정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한다. 이 프로세스를 통해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합리적 가격 변동을 실행해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이면에 잠재해 있는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이슈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기업의 수익 극대화가 아닌 소비자 선택권 확대에 방점을 두는 가격전략이라야 미래에도 지속가능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